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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괴롭힘 방지법에 관하여 (2022. 4.)

글. 오지은 변호사

  • 법률사무소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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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개업을 한 변호사이기 때문에 스스로 정한 직장에 스스로 정하여 시간에 출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으로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마다 겪는 월요병에는 차도가 없다. 가족보다도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직장에서 대하기 껄끄러운 사이가 있다면, 그게 느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부딪치는 일들로 사건 사고가 된다면, 일상이 지옥으로 변하는 건 한 순간이다.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은 2019. 7. 16. 시행되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런 이름의 법은 없다.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제76조의3과 이하의 조항을 말한다(이하에서는 통상의 경우와 같이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얼핏 ‘다 큰 성인들이 생계를 위해 업무를 하는 직장에서 애들도 아니고 괴롭힌다니, 그럴 리가... 그리고 그런 행위를 뭘 또 법으로까지 정하나. 서로 좋게 얘기하고 풀면 되는거지...’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들과 선입견으로 인해 해결되지 않는 많은 직장내괴롭힘 사례가 있었고 제대로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사람이 죽기에 이르렀다. ‘먹고 살려고 다니던 직장’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 ‘죽기를 결정’한 사람들의 사례가 알려지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위 법이 만들어졌다.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근로기준법

[시행 2021. 11. 19.]
[법률 제18176호, 2021. 5. 18., 일부개정]

  •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본조신설 2019. 1. 15.]

  •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개정 2021. 4. 13.>
    •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④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 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⑦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용자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신설 2021. 4. 13.>
      [본조신설 2019. 1. 15.]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해서는 안되는 사람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로서 직장 내의 모든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직장내에서 모든 사람은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부분 중 하나는 ‘우위성’이다. 즉,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관계에 있어서 책임과 권한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향하여 의사소통 등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기게 된다. 다만, 최근 이 우위성은 전통적인 개념에 국한되지 않음을 주의해야 한다. 즉,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 우위를 점한다고 생각하기 쉬운 남성이 여성을 향하여, 상급자가 하급자를 향하여만 우위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를 테면, 한정된 조직에서 특정 지역 출신이 많다면 우위성이 인정될 수 있고, 여성이 많은 직권에서 남성은 직장내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학력이나 조직 내에서 실질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업무 등을 고려하여 우위성이 결정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제일 문제되는 쟁점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의 여부이다. 직장내괴롭힘 사례들 중에서도 기본적인 예의가 결여된, 말 그대로 ‘그냥 괴롭히는’ 사건들도 가끔 접하게 되지만, 대부분은 괴롭힘 행위의 시작은 업무와 관련된 의사소통이다.

업무를 하다보니 협업이 필요하거나, 먼저 업무를 시작한 소위 ‘직장 선배’로서 업무에 관하여 필요에 의해 서로 언행을 주고받은 것인데 그것이 당하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되는 경우이다. 우리는 늘 스스로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변호사로서 사건들을 접하다 보니 점점 생각이 바뀐다. ‘내가 언젠가 갑자기 가해자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선을 넘지 않는 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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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들을 보면 일부러 손이 가는 업무를 남겼다가 한 사람에게 몰아준다거나, 불필요한 업무임에도 그에 관해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기한 것임에도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 이후에 조직원들이 단체로 있는 SNS 대화방 등에서 반복하여 언급을 하기도 하였고, 이제는 많이 없어졌지만 성적수치심을 주는 발언과 언행으로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같이 있는 구성원들까지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내 괴롭힘 행위자들이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는 ‘다른 근로자’라는 부분에 ‘직장내 괴롭힘 행위의 피해자’라고 규정된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도 직장내 괴롭힘에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특히 직장내 괴롭힘 행위가 피해자 아닌 제3자에 의해 신고되거나 하는 경우에 ‘내가 신고자에게 직접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왜 제3자가 나서서 신고를 하느냐, 나는 제3자에게는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다. 위에서 말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규정 내용 뿐만 아니라,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위 법에 따른 조사절차나 조치 등이 이루어질 수있도록 각 직장의 취업규칙 등 내부규정이 정비되었다(잘 모르겠다면 이 기회에 확인해 보시는 것도 추천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상의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직접 적용이 안된다 하더라도, 각 직장의 내부규정을 보면 직원 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라거나 직장 내에서 업무환경을 저해하는 경우에 관하여 징계 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징계심의위원회 등에 위원으로 참석해 본 경험을 보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면서도 내부 규정 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가 많다. 친분을 가장하여 선을 넘었던 농담 혹은 스킨십, 업무 진행 중 말다툼에 불과할 줄 알았지만 모욕감을 준 언행들, 위에서 말한 직장내 괴롭힘법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하더라도 각 직장의 내부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 앞에서 언행을 함부로 하고 소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정서적 학대’에 포함되는 시대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만둘 수 없고, 계속 다녀야 하는데 업무만으로도 힘든 상황에서 인간관계의 문제가 얹어지면 건강까지 해치기 십상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직접 하지 않는다 해도 옆에서 계속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동료 근로자는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상황까지 매일같이 보고 듣는다고 생각하면 어른에게도 그 자체가 ‘정신적 고통’이 될 수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필요했던 이유는, 직장이란 곳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마치 일반성폭행 사건보다 친족성폭행사건에서는 피해회복은커녕 피해가 있음을 알리는 것부터가 어려운 것처럼.

물론 법은 만능이 아니다. 직장내괴롭힘 방지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법이 만들어졌다고 직장내 괴롭힘 행위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위 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가해자들을 원없이 응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 시행 덕분에 직장 내에서의 행위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되고 그 행위는 법에 저촉되는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로 인해 다니던 부서에서 전보 조치 되거나 징계위원회에 회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은 필자에게는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되는 행위들은 사측에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가해자는 물론 직장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 행위에 대한 일반 형사법적인 제재조항의 적용도 가능하다. 그리고 가해자로서는 징계절차에 불복하는 경우 관련하여 노동 관련 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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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규정될 정도라면 그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 각자의 당사자들을 대리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가 본 솔직한 소회는 그것이 ‘손해’이기 때문이다. 일단 사건화 되고난 이후에는 이를 되돌리기 위한 시간, 노력 때로는 금전적인 비용까지 모두 손해가 발생한다. 법은 꼭 정의와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서만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지키는 것이 이득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도록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