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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살아요? 제주요~~~~♡
글. 김화경
- 제주 중앙병원 보건관리자
구멍 숭숭 뚫린 돌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스러운 날씨로 정성껏 손질한 머리는 반나절 만에 산발 머리로 변신하는 곳! 돌, 바람, 여자가 많은 곳, 나는 그런 제주에 산다.
‘어디 살아요?’ ‘제주요’ ‘우와 너무 좋겠다~’
제주를 벗어나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항상 듣는 대화 내용이다.
난 제주 토박이다.
제주에 살면서 아이가 있고 없고는 나에게는 너무나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이가 없었을 때 제주라는 곳은 지형적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고, 문화, 여가 생활의 기회가 적고, 일자리 부족, 낮은 급여, 비싼 물가가 제주라고 생각했다.
이런 제주가 다들 왜 좋지? 하며 항상 반문을 했다.
아이 출산 후 제주는 달랐다.
아이와 산책을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공원, 오름과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 볼거리 먹을꺼리가 많은 곳으로 느껴졌다. 전 세계를 2년 넘게 공포에 떨게 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온 나라가 뒤숭숭할때 조용한 제주에서 살고 있음을 감사하였다.
제주도는 볼거리, 먹을거리, 유명하고 휘양 찬란한 관광지는 검색하면 다 알수 있지만 제주도민으로써 찬란하지 않지만 온가족이 소풍처럼 다녀올 수 있는 그런 곳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장소
모충사
첫 번째 소개할 곳은 모충사이다. 조선 후기 흉년으로 도탄에 빠진 제주도민을 구한 김만덕을 기리며 도민의 성금을 모아 세운 사당이며, 나의 어릴적 놀이터였다.
이곳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뒤로는 제주 10경 중 하나로 ‘사봉낙조’라 하여 지는해의 경관이 아주 멋진 사라봉이 있고, 옆으로는 별도봉 이라는 오름이 있는데 바닷가 벼랑이라는데서 이름이 유래 되었다는 말이 있다. 오름은 높지 않아서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오르기에 좋다. 6살인 둘째 아이가 오를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이다. 특히 벚꽃 시즌에는 천지에 벚꽃으로 물들어 진해의 경치와 견줄만하다.
모충사에는 의병항쟁 기념탑,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 김만덕의 묘가 있고, 향나무, 조밤나무, 소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있다. 어릴적 조밤나무 밑에서 조밤을 줍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산책을 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온몸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연못에는 소금쟁이의 움직임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고, 각종 곤충들이 여기저기서 함께 합창을 하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이라면 이 신기한 광경에 빠질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거의 매일 이곳에서 놀며 조밤 줍고, 언덕 미끄럼틀 타며, 삥이(먹을수 있는 풀) 뜯어 먹고, 해가 저물도록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릴 때 놀았던 기억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내가 어릴 때 놀았던 놀이와, 계단 오르기 가위바위보, 사진 찍었던 자리에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어보고 연못에 삼촌이 빠졌었던 추억도 이야기 해보니 어릴적 추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추억을 얘기하며 사라봉까지 한 바퀴 돌고 오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곤 한다. 아이들이 있다면 한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사라봉에 도착하면, 여러 마리의 토끼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런 토끼를 보면서 신기해 한다. 팔각정에 올라가 먼 경치를 볼때면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삶을 생각하게 되고 오늘 하루 아이들과 건강하게 휴일을 보낸 것에 감사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은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종일 쉬지 않고 떠들며, 저녁 식사도 맛있게 하고 깊은 잠에 빠져 나에게는 자유가 생기는 행운을 가지기도 한다.
두 번째
장소
함덕 촐래밥상
두 번째 소개할 곳은 혹시나 함덕쪽으로 갈 일이 있다면 촐래밥상 이라는 식당에 각재기국을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촐래는 반찬거리를 말하는 제주 사투리이다.
물에 빠진 생선국을 싫어 하는 내가 한 숟가락에 깜짝 놀랬다. 국물 한방울 안남기고 다 먹었을 정도로 맛이 기가 막히다. 거기에 제육볶음과 고등어구이가 같이 나오고, 멜 튀김도 메뉴에 있으니 같이 먹으면 그 고소한 맛과 더불어 정말 괜찮은 식사 한끼가 될 것 같다. 물론 사람의 입맛은 다르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아이들과 같이 먹기에도 좋다. 단 많은 손님들 중 혼자가 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는데 장사가 잘되서 인지, 성격인지 몰라도 직원의 친절은 기대하진 말자 ~ 맛만 보자! 무뚝뚝한 직원일수도 있으니 너그럽게 봐주자~
세 번째
장소
함덕 해수욕장
세 번째는 함덕 해수욕장을 추천한다. 함덕 해수욕장은 예쁘지만 연휴때나 휴가때 오면 사람들에 밟힐 수 있으니 피하는게 좋다. 이곳은 경치가 아름다워서 드라이브만 해도 좋을 것 같다. 바다를 끼고 걷다 보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며 마음이 평온하고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엄마가 되고 난 후 임상이 아닌 보건관리자의 길로 들어서며 워킹맘이 되었고, 육아와 집안일까지 하려다 보니 고단하고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들과 너무 시끄럽지 않은 곳에서 시원하고 개운하게 자연에서 놀다 보면 힐링이 된다. 물론 순간순간 말 안듣는 아이와의 실갱이는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그 녀석들이 있어 웃을 수 있다.
오늘도 난 이번 주말엔 아이들과 어떤 자연 속에서 함께하며 힐링 되는 주말을 보낼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제주도 놀러 옵서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