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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불청객 ‘수면장애’ 극복하기

글. 오윤선

  •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상담학박사/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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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일생 동안 3분의 1시간을 잠들어 있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작가이자 사상가인 볼테르에 따르면 “신(神)은 현재 여러 근심의 보상으로서 희망과 잠을 주었다”라고 했다. 수면(睡眠)은 인간이 지니는 생리적 욕구로 수면의 질은 곧 삶의 질과 직결된다. 인간은 일생의 3분의 1을 수면의 시간으로 보내기에 평균수명을 80년으로 간주하여 계산해보면 70만 1,280시간이 되는데, 이 중 23만 3,600시간은 수면 중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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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송과선(pineal gland), 시상하부(hypothalamus),  뇌간(brain stem), 시상(thalamus) 등 다양한 부위들이 복합적이고 상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수면패턴을 만든다. 인간의 수면-각성 주기를 관장하며 생리작용을 조율하는 생체시계는 수면을 취할 시간이 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체온을 떨어뜨리게 하여 사람의 머리와 몸이 잠에 들게 유도한다. 그리고 아침에 해가 뜨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체온이 상승하고 코티졸(Cortisol)이 알람 역할을 하여 소변형성이 증가해 잠에서 깨도록 한다.

수면의 단계는 빠른 눈 운동(rapid eye movement, REM)의 유무에 따라 렘(REM)수면과 비렘(Non-REM, NREM)수면(N1~N3 단계)으로 나뉘며, 하룻밤 수면하는 동안 REM수면과 NREM수면은 약 90-120분의 주기로 4-6회 정도 반복된다. 전체 비중으로 볼 때 REM수면 시간은 약 25%를 차지하고 NREM수면은 약 75%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수면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게 될 경우 수면과 관련된 여러 질환으로 수면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수면은 신체활동이 휴면에 들어가서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회복하고, 새로운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보충하며 호르몬 분비 및 기억 저장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수면의 양과 질은 곧 건강 및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수면장애가 발생하게 될 경우 만성피로는 물론 우울증·불안·치매·심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킴으로 일상생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인 수면건강 ‘빨간불’ 수면부족 국가 대한민국!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건강 유지를 위한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은 7~9시간이라고 밝혔다. OECD 통계 자료(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2분에 비해 31분이 부족한 최하위권에 속한다. 그리고 글로벌 수면 솔루션 브랜드 레즈메드(ResMed)에서 2023년 3월 17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전 세계 12개국(한국, 미국, 일본, 중국, 인도, 영국, 독일, 프랑스,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브라질)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수면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9시간으로 12개국 평균 수면시간인 7.16시간보다 매우 낮게 나타났다. 특히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한 만족도에서 ‘불만족스럽다“라는 답변은 각각 50%, 55%로 12개국의 평균 35%, 37%인 것과 비교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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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국인의 수면 부족 현상은 수면장애 환자 빈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2018∼2022년 수면장애 환자 진료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가 2018년 85만5,025명이었는데, 지난해는 109만8,819명으로 5년 새 28.5% 증가했다. 영국 공영방송 매체인 BBC(2022.4.6)는 ‘한국엔 왜 그렇게 잠 못자는 사람이 많을까(South Korea: Why so many struggle to sleep)’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수면이 부족한 국가다”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수면장애의 위험성에 대해서 큰 경각심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 국민의 1/3이 앓는 수면장애

수면장애란 불면증, 수면 관련 호흡장애, 과다수면증,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수면 관련 운동장애 등 수면과 관련된 여러 질환을 통칭한다. 이러한 수면장애가 3개월 지속된다면 수면다원검사, 입면잠복기 반복검사(MSLT) 등 다양한 수면장애 관련 진단도구를 통하여 진단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수면증상에 따른 수면장애 종류를 살펴보면 첫째, 대표적인 수면장애 질환으로 불면증(insomnia)이 있다. 불면증은 기간에 따라서 한 달 미만인 경우는 일시적 불면증이라고 하고,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불면증으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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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불면증은 흔한 경우로 전 인구의 1/3이 해당되며, 만성적 불면증은 전 인구의 10%내외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수면무호흡증(Sleep apnea)이 있는데, 이는 수면 중 호흡 중단으로 코골이가 있는 사람 중 약 5-10%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으로 자려고 누워있을 때 이상감각과 저항하기 힘든 다리의 움직임이 심해지면서 잠들기 힘들어지는 경우로 유병율은 일반 인구의 5-10%에 속한다.
넷째,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Circadian Rhythm Sleep Disorder)로 생체 시계의 수면 시간과 외부 환경의 24시간 주기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때 발생하게 된다. 주로 교대근무(shift work)와 시차(jet lag) 적응 등의 외부 환경에 의해 많이 발생된다.

다섯째, 렘수면행동장애(rapid eye movement sleep behavior disorder, RBD)로 렘수면기간 동안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되고 공격을 받거나 쫓기는 등의 불쾌하고 폭력적인 꿈의 내용을 행동화하는 질환이다.
여섯째, 기면병(narcolepsy)으로 주간 과다수면, 탈력발작, 수면마비 그리고 입면환각 등이 동반되는 수면장애가 있다.

생체시계를 무너트리는 수면장애의 원인

수면장애는 수면의 습관 문제, 심리적 문제, 각종 질환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우리사회에 수면장애 숫자가 증가하게 되는 원인을 종합해보면 첫째, 현대인들의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와 과로, 불안 및 만성적인 걱정들과 자율신경 기능 이상, 심장병, 당뇨병, 호흡기 질환, 만성 통증과 같은 기저 질환 등을 앓게 될 때 수면에 방해를 받게 된다.
둘째, 일부 약물, 특히 흥분제, 항우울제 및 특정 알레르기 약물사용 등으로 수면 패턴에 방해를 받거나 알코올 섭취, 카페인 및 니코틴 사용 등의 생활습관 문제로 수면장애 상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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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뇌 기능 이상이나 신경계 이상과 같은 신경학적 요인과 유전적 영향으로 수면장애를 겪는다.
넷째, 임신 중이거나 폐경기 상태와 같이 호르몬 변화가 생기는 경우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적절한 숙면 시간 감소 및 수면 구조 변경과 같은 변화로 수면장애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다섯째, 비정규적 근무 시간 및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와 여행 등으로 시차적응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생체 리듬이 방해를 받으며 수면장애가 유발된다.
여섯째, 과도한 소음, 불쾌한 실내온도, 불쾌한 침구, 디지털 기기 사용 등의 환경 요인이 편안한 숙면을 방해한다.

수면장애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수면장애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그리고 수술 및 기구 사용, 수면위생 시행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수면장애 중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불면증인 경우 크게 다른 원인이 없는 1차성 불면증과 다른 원인에 의한 2차성 불면증에 따라서 치료적 접근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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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성 불면증은 1차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고 1차성 불면증의 치료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를 통해서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부적절한 행동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치료법을 실시한다, 수면 선진국에서도 불면증에 대한 첫 번째 치료방법으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많이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전문가의 처방을 통해서 수면제와 수면유도제 등을 사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능한 약물 사용은 최소량으로 최소기간 사용하도록 하고, 장기간 사용할 경우 내성과 의존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는 체중조절, 취침 2시간 전에 음주나 진정제 복용을 피하고, 측와위(옆으로 누운)의 수면 자세 등을 실시하게 하며, 내과적 치료로는 지속성 비강기도양압호흡기(CPAP)를 사용하게 한다. 그리고 1차적 치료방법으로 치과에서 제작하여 수면 시 입 속에 착용하는 구강내 장치(하악전진기구)도 사용하게 한다. 또한 수술치료로 숨길의 해부학적 이상 부위들을 교정하여 숨길을 넓혀주거나 고주파(radiofrequency)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셋째, 하지불안증후군 치료로는 도파민 효현제 투여, 철분제 복용, 증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약제들과 도움 되는 환경개선 등을 실시한다.
넷째,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는 광치료(bright light therapy), 멜라토닌 복용 등이 실시되고 있다.
다섯째, 렘수면행동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증상에 따라서 다양한 약물치료가 사용되고 있다.
여섯째, 기면병(narcolepsy)을 위한 행동치료로는 규칙적인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하고 수면위생을 철저히 하도록 하며, 약물치료로는 중추신경 흥분제를 이용하여 주간 과다수면을 줄이고, REM수면을 억제하는 약물을 이용하여 탈력발작, 수면마비, 입면환각 등의 REM수면 관련 증상을 조절하고 수면제 등을 이용하여 불량한 야간수면을 개선하도록 하게 한다.

수면위생 실천의지와 노력을 통한 삶의 질 개선하기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통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및 복합적인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과 같은 수면위생을 주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첫째, 생체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면시간을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운영하며 가능한 낮에 햇빛을 보고 잠자리에서는 잠과 무관한 일을 하지 않는 등 뇌가 각성되는 일을 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각성제인 카페인은 잠자기 4~6시간 전에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평소에도 카페인 총량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늦은 밤에는 알코올 복용을 금지하고 담배 등 니코틴을 피하며 잠자기 전에 과식과 수분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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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평상시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하되 수면 3~4시간 전에는 격렬한 운동은 삼가 해야 한다.
넷째, 소음, 강한 빛은 차단하고 높은 실내온도는 최소화하며 수면이 부족해도 낮잠은 15분이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수면장애가 심할 경우에는 전문가의 지도하에 수면제를 복용하되 매일, 습관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외 호흡법, 명상, 가벼운 독서 등을 통해서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섯째,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 경우에는 억지로 자려고 하는 것보다 뇌를 각성시키는 일이 아닌 편안한 상태에서 지내다가 잠이 올 때 다시 잠자리에 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간밤에 잠을 못 잤을 때도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낮잠은 최대한 안 자도록 노력해서 다음 날 잠을 잘 수 있게 하며 잠이 오지 않을 경우 수면박탈을 통해서 수면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수면의 질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수면장애로 힘들어 하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위와 같은 수면위생을 실천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서 숙면 (熟眠)을 취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