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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에 부치다!
글. 김희걸가천대학교 교수
융합과 공감, 산업안전보건인 축제의 장
매년 7월 첫째 주에 열리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행사가 올해 55회를 맞이하며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굵직굵직한 국내외 행사가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운영되어오던 터라, 이번 하이브리드(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방식의 진행은 더 많은 산업보건인들이 일터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지적 향연을 누린 기회가 되었으리라.
돌이켜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행사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해마다 열렸고 세미나나 학술행사 참여 외에도 오랜만에 만나는 관련분야 회원들과 행사장 주변 맛집과 까페, 공연장을 함께 누비며 밀린 대화를 나누거나 이런저런 이슈에 대해 늦은 시간까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다.
필자의 직업건강 초기 활동은 대학에 근무하고 있어서 주로 해외 산업체 시찰이나 연수 등 제한적이다가 90년대 후반부터 직업건강 학회와 협회 임원활동을 통해 소규모사업장 건강관리사업 등 실무중심의 연구에 힘을 모았었다. 회원들과 더불어 사업기획에서 평가까지 함께하며 연구하고 발표하고, 국내외 산업보건학술제와 다양한 산업보건행사에 참여하였다. 이런 행사들은 막연하게 알던 사실을 구체화된 정보로 제공하고 다른 전문분야와의 소통 창구 이며 낯선 지역, 낯선 나라에서 일하는 동일 직종의 많은 분들을 알게 해주는 만남의 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직업건강협회 우수사례발표 심사위원장을 하며 뜻밖의 청중석 어느 참가자의 질문이 귀에 꽂혔다. ‘이곳에서는 보건 관리자들이 잘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는 보건관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안전관리자와는 소통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얘기였을 텐데 오늘 이 말이 이렇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 일까... 의아하기도 하였지만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안전보건 전문가가 다 모여 있는 이 자리가 단합과 융합의 장이 아니라 모래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각 관련 단체가 하나가 되어 연중 가장 큰 연합 행사로 많은 예산과 인력과 노력을 들여 이런 행사를 하면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 산업안전보건도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전문직종이 함께 일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상대적 으로 각자의 전문영역에 매몰되어 거시적인 틀에서의 시각은 협소하거나 방임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올 행사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이니 로봇, VR를 이용한 체험코너, 메타버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까지 다양한 전시회와 산업보건정책에서부터 학술제까지 열렸지만, 우리 회원들이 이러한 기술, 변화, 미래에 대하여 얼마나 거시적인 시각으로 이러한 정보들을 수용하고 적용한 미래를 그려 보았을까, 그 안에 ‘함께’ 또는 ‘융합’이란 키워드는 얼마나 작동하고 있었을까?
산업간호사 즉 보건관리자도 사회적 변화에 맞춰 새롭게 변신하는 이미지, 전통적 이미지에 공감과 소통, 협업과 융합의 리더십을 강화하여 새롭게 재구성하여 창출되는 이미지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변화의 급류를 체감하는 이런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창의적이고 신선한 바람을 맞아야 한다. 회원들이 이런 바람을 찾을 수 있도록 협회가 나서야 할 때다.
직업건강협회 일을 하고 있던 2008년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가 열렸고, 당시 안전보건대표자회의에서 ‘서울 선언서’가 채택되고, 국제적으로 한국의 산업보건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 산업간호단체간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회원들의 왕래가 이어졌다. 비단 학문적인 교류만이 아닌 문화교류와 서로 간의 유대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2015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제산업보건대회(The 31st International Congress on Occupational Health, ICOH)가 코엑스에서 열렸을 때도, 당시 고은교수는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안전보건 융합의 가치를, 인근 봉은사에서는 “한국인의 밤‘ 행사로 혜민스님 특강과 한국의 미를 보여줌으로써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안전보건인들에게도 축제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누구나가 참여하고 싶게 만들고, 더불어 활동하며 연결된 고리는 글로벌 산업보건의 상생과 협력을 이끌어내게 하였다.
우리나라 직업건강이 세계 속에서의 직업건강으로 나아가는 시대에 다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행사에서는 회사 내에서 안전관리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건관리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하자. 축제의 장에서 직업건강이 기름칠 잘 된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근로자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키는 융합과 화합, 소통의 장이 되도록 하자. 또한 협회를 중심으로 각 사업장 보건관리자가 또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가 되어 이번에 발표된 우수사례 사업성과 등을 토대로 우리나라 근로자 건강증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구심점이 되도록 하자.
2024년 모로코 마라캐시에서 열리는 ICOH, 2027년 인도 뭄바이 ICOH도 기대 해 보자.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보건관리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협회가 화합과 소통의 구심점이 되어 함께 준비 해 보자! 협회는 회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회원들은 힘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