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0 No.3 2023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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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관리자의 하루

글. 장희은

  • K대학교 병원 보건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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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는 별다방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명품백 가방을 들고, 7cm 이상이 되는 구두를 신고 바삐 출근하는 나를 누군가가 보면 이 순간만큼은 다른 이들 눈에 ‘차가운 도시녀, 커리우먼’처럼 보일까?

2003년에 출판된 로런 와이스버거의 소설을 원작으로 2006년에 개봉한 미국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 해서웨이의 모습, 바삐 출근하는 그녀 손에 든 멋진 옷에 어울리는 커피가 나의 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손에 든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남들이 보면 기저귀 가방같이 보이는 것이 팔에 주렁주렁 달려있고, 무릎이 아프지 않게 푹신푹신한 효도신발을 신고 오늘도 나는 나의 직장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현실은 내가 꿈꾸던 차가운 도시녀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2006년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간호사로 입사해서 2018년도부터 보건관리자 업무를 하고 있다.

임상에 있다가 행정업무를 한 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는 로또 당첨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나에게는 로또 당첨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꽝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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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임상에서 한 우물만 바라보다가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 였던 것이다.
이 신세계 경험을 할수록 내가 느낀 것이 있다면 어떠한 주어진 환경에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내 현실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론은 내가 차가운 도시녀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는 명대사를 남긴다.

I love my job, (난 내 직업을 사랑해,)

I love my job, (난 내 직업을 사랑해,)

I love my job, (난 내 직업을 사랑해,)

처음에는 시작하는 일이 낯설고, 힘들지만 내가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국에는 잘 적응하고,
업무 수행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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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좋아하는 단어 [회복 탄력성, ‘리질리언스, resilience’]는 어떤 상황에 대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지만 저 끝의 불행에서도 꿋꿋하게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서는 명대사를 통해 리질리언스를 했다면 그럼 나는 어떤 리질리언스를 갖고 있을 가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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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나의 회복탄력성을 위해 ‘보건관리자 모임’에 참석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모임을 통해 업무 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지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임이다. 같은 업무를 하고 있고,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동료들과의 만남은 내가 ‘burn-out’
되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만의 리질리언스’ 였던 것이다.

나는 내가 일하는 책상 위 작은 손거울에 ‘나는 왜 하는 일마다 잘 되지?’ 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두었다.
일을 하다가도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 한번씩 보게 되면 그냥 모를 긍정 기운이 다시 솟아오른다. 그 문구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만의 비법으로 비록 젊은 시절부터 꿈꾸어 오던 ‘차가운 도시녀, 커리우먼’이 아니여도 내 마음 만큼은 이미 멋진 커리우먼으로
되어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다른 누군가도 나만의 ‘리질리언스’를 생각해 보면서 업무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해 보라고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