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0 No.3 2023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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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위험성평가에 있어서
보건관리자의 역할

이복임

글.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 회장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부회장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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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처벌과 규제만으로 산업재해를 감소시키는데 한계가 있으니 산업현장의 자기규율을 병행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발표하였다.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핵심수단인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정책과 제도 전반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올해 4월에는 위험성평가 제도의 현장 작동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였다.

변경된 지침은 위험성평가 재정의, 쉽고 간편하며 다양한 위험성평가 방법 제시, 평가시기 명확화 및 개선, 근로자 참여확대, 위험성평가 결과의 근로자 공유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현장에서 보다 쉽게 위험성평가를 실시할 수 있고, 사업장의 규모나 특성을 고려해 평가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평가 시기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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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는 위험성의 가능성과 중대성을 산출해 가시적으로 관리해왔던 기존 방식을 완화함으로써 유해·위험요인이 간과·누락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넘어서 위험성평가에 근로자가 적극 참여하고, 평가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작업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보건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보건관리자는 현장에 위험성평가가 정착될 수 있도록 안전문화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위험성평가가 보건관리자와 같은 일부 전문인력이나 외부 전문기관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성평가의 핵심 주체인 경영자와 근로자가 당연하고 진지하게 위험성평가를 수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보건관리자는 자신의 사업장의 안전문화를 진단하고 안전보건에 관한 노력이 의식적으로 수행되지 않는 원인을 조사하고 전반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검토하여야 한다. 경영자와 근로자에 의한 위험성평가가 보편화된다면 진정한 재해예방의 성숙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변경된 지침에서 근로자 참여를 확대한 취지와 같이, 위험성평가는 실제 현장에서 위험과 함께 일하는 당사자인 근로자가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 작업현장에서 작업반(조) 단위로 위험성평가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작업반(조)마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과 지식을 갖춘 근로자가 있어야 한다. 보건관리자는 근로자 자신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찾고 이를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 지원해야 한다. 현장 근로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포상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위험성평가가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사업장 전반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것은 물론 근로자의 인구학적 특성과 건강행태 및 건강 특성을 이해하고 위험성평가를 추진할 내부 전문인력이 뒷받침 되느냐가 중요한 관건 중 하나이다. 따라서 보건관리자는 보수교육, 전문화교육 등을 통해 위험성평가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쌓아 자신의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변 동종업종 보건관리자와의 소통을 통해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멘토-멘티제도, 우수사례 발표대회, 업종별 보건관리자협의체 등을 통해 벤치마킹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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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주로 안전문제에 대해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근로자 개인의 건강상태 개선과 사업장 환경개선을 위해 보건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위험성평가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KRAS(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직무스트레스, 뇌심혈관질환, 근골격계부담작업, 생물안전, 밀폐공간 등에 대한 위험성평가 도구와 자료를 참고로 자신의 작업현장에 맞게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보건분야 위험성평가를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추진기법, 매뉴얼 등을 개발, 보급하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산업현장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은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 성취하기 어렵다. 정부, 협회는 물론 사업장 구성원 모두가 자기 위치와 업무영역에서 과학적, 기술적, 합리적인 방법으로 책임과 의무를 이행해 나갈 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