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건강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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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보건관리자를 위한
산업보건 관련 법 톺아보기
글. 김양우
-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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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관리자가 하는 일은 너무도 많다. 비단 보건관리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많은 보건관리자는 지금 하는 일에 이미 치이고 있는데 그 위에 해야 할 일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쏟아지는 걸 받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확대되면서 막연한 불안감까지 가중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기업은 경영 차원에서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건관리자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할 역량까지 요구하는 사업장도 많을 수밖에 없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으로 보건관리자를 채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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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간호학을 전공하고 산업위생관리 자격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산업보건 자체가 어려운 분야이며, 방대한 관련 법을 숙지하기는 힘들고, 무엇보다 산업안전에 비교해도 직관적이지 않은 산업보건 관련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가 가장 골치 아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보건 관련 법은 보건관리자에게 숙제와도 같이 느껴지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중요한 무기이자 도구가 될 수 있다. 보건관리자에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권하는 것이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요지이며,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산업보건 관련 법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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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건과 관련된 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다. 문제는 이 법들이 각각 산업재해를 정의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고 법을 적용하는 이치인 법리도 다르며 관련 부서도 다르다. 중처법은 산업보건 관련 사건으로 실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있음에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아직까지 엇갈리고 구체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중처법에서 명시하는 사업주 의무에 관한 거의 대부분 조항이 산안법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산재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고 급여를 신청한 근로자에게 이를 지급하는 방법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에 대한 법률로 산재법이 관여할 때는 사업주가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요약건대, 보건관리자는 중처법이나 다른 법률을 추가적으로 대비하려고 하기보다는 산안법을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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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처법, 산재법에 사회적 관심이 높고 사업장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요구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고 있을 필요는 있고, 이를 통해 각 사업장에 특성에 맞추어 보건관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보건공단이나 근로복지공단 등에서도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고용노동부 정책자료실(https://www.moel.go.kr/policy/policydata/list.do)을 먼저 보길 권한다.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와 “중대재해처벌법 FAQ”를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할 수 있으며, 50인 미만 사업장을 위한 업종별 맞춤형 안전보건 가이드를 현재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산재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면, 법제처에서 운영하는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https://easylaw.go.kr) 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보건관리자에게 실무적인 우선순위는 중처법, 산재법이 아닌 산안법에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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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었다고 하더라도 산안법 자체가 다루기 만만치 않다. 그 어떤 법보다도 양이 많고 전문적인 내용이 담긴 이 방대한 법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산안법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산안법에 친숙하지 않고 막막하다면 뒤에서부터 보길 권한다. 산안법의 맨 마지막 장인 12장은 벌칙을 다루고 있다. 12장에 있는 법 조항들은 앞선 산안법의 법 조항 중 어느 것을 어겼을 때 양형을 어떻게 정하고 부과하는지 정한다. 즉, 산안법에 수많은 조항 중에서 무엇을 어겼을 때 감옥에 갈 수 있고 벌금을 낼 수 있고 과태료를 맞을 수 있는지 정리한 부분이다. 보건관리자의 최우선 과제는 당연히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지만, 추상적이고 전문적인 분야의 언어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어려울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면 보건관리 업무의 필요성과 중요도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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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칙을 다룬 12장의 조항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167조는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를 다루는 조항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반복될 경우 가중처벌까지 가능하여 가장 무거운 조항이자 가장 첫 번째에 있는 조항이다. 제167조가 적용된다면 중처법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업주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제168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두 번째로 무거운 조항으로 근로자가 사망하지는 않았으나 그에 준하는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적용하게 된다.
제170조는 명령을 위반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등의 내용으로, 의도적으로 법을 어기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으면 적발되기 어려운 조항이다. 제171조는 건설업, 자율안전, 신규화학물질 등 업종에 따라 적용되는 경우가 있는 구체적인 조항인데, 보건관리자가 신경 써야할 것은 제171조 4호로 제125조 제6항 위반에 대한 것이다. -
이를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 사업장에 작업환경측정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따라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보통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특수건강진단이 필요한 경우를 정리해두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고 시행하는 것이 보건관리자의 업무라고 할 수 있겠다. 제172조는 도급에 대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처벌에 대한 조항이며, 제175조는 과태료 처분에 대한 조항이다. 일부 사업주들은 과태료를 맞는 것이 법을 지키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어 사업장에서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보건관리자가 건강검진과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꼼꼼히 챙긴다면 보건관리와 관련하여 과태료 처분이 발생할 일은 없기 때문에 업무에 충실하다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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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안법 제167조와 제168조로 돌아와서,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징역 7년 또는 5년 이하의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 조항은 사업장 내에서 보건관리자에게 부담이 되면서도, 관점에 따라서는 보건관리자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조항이다. 제167조와 제168조가 공통으로 위반을 지적하는 조항은 제38조 제1항부터 제3항, 제39조 제1항이다. 제38조는 안전조치에 대한 조항이며, 제39조는 보건조치에 대한 조항이나 보건관리자 역시 제38조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길 권한다. 보건관리자의 업무는 산안법 제39조에서 출발해서 제39조로 끝나며, 업무가 막힐 때 길을 뚫어주는 조항이 제167조와 제168조라고 본다면, 산안법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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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조 전문은 다음과 같다.
- 제39조(보건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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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이하 “보건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 1. 원재료ㆍ가스ㆍ증기ㆍ분진ㆍ흄(fume, 열이나 화학반응에 의하여 형성된 고체증기가 응축되어 생긴 미세입자를 말한다)ㆍ미스트(mist,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액체방울을 말한다)ㆍ산소결핍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 2. 방사선ㆍ유해광선ㆍ고온ㆍ저온ㆍ초음파ㆍ소음ㆍ진동ㆍ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ㆍ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精密工作)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 6. 환기ㆍ채광ㆍ조명ㆍ보온ㆍ방습ㆍ청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 ②제1항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하는 보건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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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이하 “보건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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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조 제1항의 각 호는 직업 의학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다소 체계성이 떨어지는 구분으로 보이는데, 1호와 3호, 2호와 6호, 4호와 5호는 사실상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다. 각각 화학적 유해인자 및 생물학적 유해인자, 물리적 유해인자, 근골격계 부담 작업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 직무스트레스, 장시간 근로, 교대근무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는 넓은 의미에서 4호나 5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고 좁은 의미에서는 별도의 조치로 볼 수도 있다. 산안법 시행령 제22조에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정해놓고는 있지만 지도 및 조언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나열되어 있고 의료행위에 대한 언급이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실무를 이해하거나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설명하는데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제39조를 기반으로 화학적 유해인자, 물리적 유해인자, 근골격계 부담 작업, 그리고 과로와 스트레스의 네 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해당하는 내용을 시행규칙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에서 찾아 정리한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화학적 유해인자와 물리적 유해인자는 업종별로 다양하고 내용이 많아 해당하는 유해인자를 다루는 사업장의 보건관리자라면 추가적인 공부와 정리가 필요할 것이고, 공통으로 해당하는 근골격계 부담 작업과 과로와 스트레스에 대한 조항은 안전보건 규칙 제12장 근골격계부담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 제13장 그 밖에 유해인자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에서 다루고 있다. 특별한 유해인자가 많지 않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보건관리자라면 사업장에 화학적 유해인자와 물리적 유해인자가 없는지 확인한 후, 위의 내용에서 확장해 나가는 보건관리를 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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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조 제2항은 제1항의 1호와 3호에 해당하는 화학물질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안전보건규칙 제420조를 찾아보라는 뜻이다. 안전보건규칙 제420조는 “관리대상 유해물질”을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목록은 안전보건규칙 별표12호에 나열되어 있다. 안전보건규칙 제420조를 인용하고 있는 법 조항이 또 있는데, 산안법 시행규칙 제143조이다. 이 조항은 산안법에서 다루는 유해인자의 종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노출기준 설정 대상 유해인자”, “허용기준 설정 대상 유해인자”, “제조 등 금지물질”, “제조 등 허가물질”, “작업환경측정 대상 유해인자”,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 “관리대상 유해물질” 등 7개의 분류가 있다. 7개의 분류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고 대부분 서로 중복되며, 노출기준 설정 대상 유해인자의 개수가 731개로, 별도로 고시하고 있어 가장 많다. 이 물질들 모두 유해성 평가와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게 되어 있는데 해당 물질을 찾아서 평가하려고 하지 말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유해인자에 대하여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있으면 된다. 간혹 별표를 직접 다운 받아서 엑셀로 관리하여 산안법 규제를 확인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검색하면 놓칠 수 있는 물질이 많아 산업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정보 검색(https://msds.kosha.or.kr/MSDSInfo/kcic/msdssearchMsds.do)에서 물질규제정보를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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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산안법 제39조를 중심으로 보건관리자를 위한 실무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부분은 보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역이라기보다 안전관리자, 인사팀 등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앞서 밝혔듯이 산안법을 중심으로 업무를 꾸려나간다면 중처법을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통해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동료들에게 이해시키고 점차 영역을 공고히 하고 확장해 나간다면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이 더욱 내실 있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사업장을 만들어주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