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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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증폭사회에서 삶의 질 향상하기
글. 오윤선
- 한국성서대학교 (교육학박사/상담학박사)
우리는 불안으로부터 취약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불안'이라는 단어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3.8)간 우리나라에서 불안증 치료를 받은 환자는 450만 9천66명이며, 1년간 불안장애 치료비로 2,089억(2021년 통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또한 미국의 불안 및 우울증 협회에 따르면 미국인 18% 이상이 매년 불안장애를 겪고 있으며, 살면서 불안장애 영향을 받은 사람은 33.7%라고 보고했다. OECD 정신건강 측정보고서의 15개국 데이터에서도 인구의 1/4 이상이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 세계를 강타했던 경제 위기는 인류사회를 ‘전환의 시대(1978~1990)’, ‘낙관의 시대(1990~2008)’를 지나 ‘불안의 시대(2008~현재)’로 접어들게 하였다. 따라서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강한 심리 증상 중 하나가 있다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증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과학과 의학이 위기감과 불안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 형질까지 발견했지만, 불안장애에 대한 정의와 치료법은 2천4백 년 전 히포크라테스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불안이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얘기다. 현재 대한민국 학생들은 과중한 학업과 경쟁에서 오는 불안, 청년들은 치열한 취업과 직장 내에서의 긴장과 불안, 장년들의 경제적 불안, 노년들은 은퇴 불안 등 불안의 사회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끊이지 않은 전쟁의 소식, 테러리스트들의 무차별 습격 등 범 정치적인 이슈에서부터 각종 강력범죄와 사고, 이혼, 문제 자녀, 난치병과 경제적 생존 등 수많은 문제들이 신체적·정신적인 위협으로 다가와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에 시달리게 한다. 즉, 자유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사장(死藏)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감으로 긴장을 풀 수 없는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불안의 두 얼굴: 순기능과 역기능
불안(anxiety)은 인간의 생존과 안전에 필요한 정서적 긴장을 동반하는 공포의 내적 정서 상태로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갖게 되는 정서 중 하나이다.
불안에는 양면성이 있기에 ‘병적인 불안(pathological anxiety)’과 ‘정상적인 불안(normal anxiety)’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병적인 불안은 불안반응이 부적응적인 양상으로 작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현실적인 위험이 없는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거나 현실적인 위험의 정도에 비해 과도하게 심한 불안을 느끼는 경우이다. 이처럼 병적인 불안으로 인하여 과도한 심리적 고통을 느끼거나 현실적인 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불안장애(anxiety disorders)’라고 한다. 이러한 병적 불안의 바이러스는 인간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고 방치할 경우, 극단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와 반대로 정상적인 불안은 현실적으로 위험을 내포한 위협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고 적응적인 심리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불안을 의미한다. 따라서 불안을 없애 버려야 할 적으로만 간주할 수 없는 것은 적절한 불안은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신호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안감 때문에 열심히 집중하여 일하기도 하고 불안감 때문에 말과 행동을 삼가고 조심하여 안전을 유지할 수도 있다. 반면에 과거의 여러 가지 충격과 상처를 받아 과장되고 자기 파괴적인 불안증으로 끊임없는 걱정과 긴장의 삶을 산다면 전문적 심리치료를 통해 다른 합병증으로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안감과 위기감을 성숙하고 건설적인 삶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불안이 발생하는 메커니즘
불안장애의 원인은 단 한 가지로만 단정 짓기는 어려우며,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들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불안의 원인으로는 정서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 신경 내의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의 부족 또는 과다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유전적으로 타고난 소인, 뇌 영상 연구에서 밝혀진 뇌의 기능적 또는 구조적 변화를 포함해 사회적인 압박· 대인관계· 사회적 지지 부족 등의 사회적 요인과 각종 스트레스 및 외상적 경험의 환경적 요인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낮은 자아존중감, 자기 비판, 완벽주의 성향, 과거의 경험과 현재 받아들인 정보를 잘못 해석하고 판단함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하다.
이러한 원인으로 발생되는 불안 경험의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은 감각기관의 정보를 감지하고 세상의 사물들을 인식하며 감각을 통해서 사고하고 판단하는 고도의 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cerebral cortex)과 불안에 관련한 각종 신체 경험을 일으키는 편도체(amygdala) 활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인간이 감각기관을 통해 취득한 정보는 시상(thalamus)을 통해 대뇌피질로 보내는데, 대뇌피질 중 전두엽은 상황을 예측하고 해석하면서 종종 불안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반면에 편도체는 뇌 중앙의 전략적 위치와 두뇌의 여러 조직과 맺는 상호 연관성을 작동시켜 호르몬 방출을 통제하고 불안의 신체 중상을 만들어 내는 등 뇌의 여러 부분을 활성화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편도체는 정서 반응을 만들어 내는 원천으로 감정을 조절하고 특히 공포와 불안 감정을 학습하고 기억하여 대뇌피질에서 다양한 엽(lobe)들이 정보에 관여하기 전에 신속히 정보에 반응한다. 즉, 대뇌피질이 위험을 감지하기 전에 편도체의 외측핵(lateral nucleus)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도록 무의식적, 본능적 정서 및 신체적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편도체 내부의 중심핵(central nucleus)은 뇌에서 영향력이 강한 시상하부와 뇌간 등 다수의 조직과 상호연관 되어 있어서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교감신경계에 신호를 보내 혈류에 호르몬 방출을 활성화하고, 호흡을 증가시키며,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 따라서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편도체 외측핵은 교감신경계에 메시지를 보내고 동시에 중심핵은 시상하부를 활성화시킨다. 편도체는 우리 몸의 비상대책 위원으로서 시상하부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신체를 준비시키기 위해서 신장 꼭대기에 있는 부신에서 코디졸과 아드레날린 호르몬 방출을 통제한다. 이때 코티졸과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하게 될 경우, 진정효과를 주는 GABA가 고갈되어 심각한 불안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편도체의 중심핵이 과잉반응하면 대뇌피질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공황발작을 일으키는데 도피(running) 또는 투쟁(fighting) 그리고 얼어붙기(freezing) 3가지 현상 중 하나로 나타난다.
이러한 불안장애를 양상과 대상 그리고 상황에 따라 분류하면(DSM-5 기준) 분리불안장애, 선택적 함구증, 사회불안장애,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범불안장애, 특정공포증 등으로 구분된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며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안
첫째, 불안이 내 삶을 컨트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불안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남은 생존본능으로 그 자체는 병적인 감정이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또한 불안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위험요소를 과도하게 평가하는 두려운 감정으로 통제 대상이 아님을 수용하고 삶을 살아가는 파트너 감정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서 대뇌피질과 편도체를 통하여 과도하게 나타난 불안이 내 삶을 압도하고 컨트롤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활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불안을 줄이기 위한 생활방식으로는 운동, 수면, 호흡 및 근육이완, 섭식 습관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불안을 줄이는 전략으로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달리기,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춤 등 유산소 운동이 교감 신경계의 불안 자극 반응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이 생기면 편도체가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편안하고 질 높은 수면을 방해받게 된다.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질 좋은 잠을 위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빛의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게 하거나 취침시간 전에 느긋한 시간을 만들고 저녁에 카페인, 술, 매운 음식 등을 피하는 등 수면을 방해하는 내·외부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발생하면 편도체 활성화를 억제하는 이완법으로 호흡법을 활용하는 것이 유익하다. 완만하고 깊은 호흡, 복식 호흡으로 알려진 횡격막 호흡을 지속화하고, 편도체에 기반한 교감 신경계 활성화를 대응하기 위한 점진적 근육 이완을 자기만의 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하게 되면 편도체 반응 수정에 유용하다. 또한 불안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요구르트, 강황, 녹차, 귀리, 아몬드, 호두, 상추, 두릅, 아보카도, 연어 등을 섭취하되 카페인, 정제설탕, 인공감미료, 알코올, 유제품, 가공음료 등은 가능한 절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심리치료를 통해서 불안장애 회복을 위한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불안장애를 위한 심리치료는 인지행동치료와 정신역동치료 등 여러 가지가 활용되고 있다. 불안장애치료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인지행동치료(CBT)는 병적인 불안으로 인해 생긴 왜곡된 생각과 행위를 교정하여 불안 증상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이다.
인지행동치료는 특히 공황장애와 사회불안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에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널리 사용되는 인지치료 기법은 개인의 왜곡된 생각 패턴들을 인지적 재구성을 통해서 건강한 생각 패턴으로 교정하여 불안을 줄이는 것이다. 행동요법으로는 점진적 노출 요법으로도 알려진 체계적 둔감화(Systematic desensitization)와 홍수법(flooding), 노출치료(exposure therapy)등이 이용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지행동치료 내에서 제3세대 치료를 주도하는 수용전념치료(ACT)를 통해서 내담자에게 정서를 바꾸기보다 수용하며, 부정적 정서가 행동을 제어하게 놔두지 말고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의 맥락 안에서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한다.
또한 정신 역동치료에서는 내담자가 현재 호소하는 불안의 증상은 무의식에 어린 시절에 불안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현재와 과거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 지금은 그 감정에 빠지는 것이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반복 연습을 통해서 서서히 고쳐가도록 한다. 이외에도 마음챙김(mindfulness)에 근거한 여러 방법과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긴장과 걱정을 줄이는 기술들을 이용한다. 경우에 따라 전기 경련 요법(ECT)이나 경두개자기자극술(TMS) 등의 비약물학적 치료를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셋째, 약물치료는 불안장애 증상의 통제와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약물치료는 불안장애 통제와 증상 완화에 중점을 두기에 비약물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불안의 유형이 다르기에 약물복용 또한 각각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안장애를 위한 약물 가운데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를 사용한다. SSRI 및 SNRI는 사용 초기 일시적으로 불안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있기에 불안장애의 치료에서는 소량으로 시작하여 임상 효과 및 부작용 등을 평가하면서 2~3주에 걸쳐 서서히 증량해야 한다.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인 미르타자핀(mirtazapine)도 수면개선 효과와 항불안 효과를 빠르게 개선하기도 한다. 이 약물은 치료 초기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계 항불안제 등 보조 요법의 필요성이 적고, 약물 상호작용도 적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서 여러 불안장애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또 벤조다이아제핀계 항불안제는 급성 불안 및 신체증상, 자율신경계 증상 등을 경감시키기 위해 초기에 사용할 수는 있다. 다만 항불안제는 가급적 단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정신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약물 의존성을 낮추고 질병을 조기에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안 증폭사회로부터 안정과 회복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가 높은 세상에서 살고 있기에 불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모두 나름대로 불안의 트리거를 안고 산다. 따라서 언제든지 찾아오는 불안을 파트너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면서 내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 생활방식의 변화와 자신만의 불안 안정제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불안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등을 통해서 불안을 조절하고 회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