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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그 이후


최은희

글. 최은희 을지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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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영유아· 산모의 잇따른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습기살균제란 가습기의 분무액을 살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고농도의 살균제 물질에 폐가 노출되면, 폐세포의 손상으로 섬유화가 발생하여 딱딱해지고, 수축과 팽창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폐 섬유화로 인한 호흡곤란이 발생 되어 폐 손상은 회복되지 못하고 사망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가습기살균제가 처음 시판된 것은 1994년으로 이후 18년간 아무 규제 없이 가습기살균제는 팔렸으며, 살균제의 치명적인 독성이 확인되면서 그해 말 판매가 중단되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4차까지 조사 완료하였으며, 2020년부터 현재까지 5차 피해조사를 진행 중이다. 2024년 2월 29일 현재 생존자 6,062명, 사망자 1,851명으로 철회자 231명 포함하여 총 7,913명이 신청·접수되었다.

2020년 3월 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3월 24일 환경부는 이 법을 공포하고 6개월 뒤부터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법에는 제3조(국가의 책무)에서 ‘국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의 경제적, 건강상 위급한 어려움을 신속하게 경감시켜주기 위하여 필요한 구제 및 지원대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제5조(인과관계의 추정)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가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것으로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해당 가습기살균제로 인하여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의 내용을 포함하여 본격적으로 피해구제급여 지급신청자를 받고 있다.

법의 통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연세대학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마음건강프로그램과 직업건강협회의 개인맞춤형 건강상담을 지원하는 콜링유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직업건강협회에서 진행하는 콜링유 사업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콜링유 사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공포하고 난 이후 2021년부터 세팅되어 시작되었다. 직업건강협회는 건강상담을 위해 전화상담실을 구축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전화 상담 프로그램을 구축하였다.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담사와 연구원들 역량 강화교육을 시작하였으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전문기관에 대한 자원을 살펴보면서 건강상담 프로토콜을 개발하였다. 처음에는 호흡기 건강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막상 상담을 시작하면서 호흡기, 운동, 식이, 기타 문제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그 이유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쉬기 어려운 분들이 운동을 못하여 근력이 저하된 경우가 있었으며, 겨울에 밖으로 나가면 쉽게 감기 등에 걸리어 나가지 못하는 경우, 집안이 건조해지면서 호흡에 더욱 불편해지는 등의 여러 상황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호흡이 불편한 상황에서 음식을 준비하기 어려워 영양 부족인 분들도 있었다.

이에 협회는 회장을 비롯하여 직원, 지역사회·정신건강전문가 등이 모여 매달 회의를 진행하였으며, 의학, 간호, 상담, 복지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상담 수행에 대한 가이드를 개발하였다. 분야는 호흡, 운동, 영양, 정서 지지 등으로 나누었으며, 호흡 영역에서는 호흡 불편감, 코막힘·콧물·재채기, 피로 상황에서 자세, 집안 내 습도 조절, 기침 시 대응 방안 등을 교육하였다. 운동영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상 활동 어려움에서 대상자에 맞는 신체활동 종류, 강도, 보조기구 사용 정보를 제공하였다. 영양 부분에서는 호흡곤란, 피로, 복부팽만감 등의 원인으로 영양섭취 부족을 경험하는 대상자에게 충분한 휴식, 신체활동을 늘리는 방법, 소량씩 조리하는 법 등을 교육하며, 이러한 활동 시 어려움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였다. 전화 상담 외에 필요한 건강물품은 우편으로 제공하고, 건강정보는 우편·SNS로 제공하였다. 또한 상담사는 개인들의 각기 다른 상황에 대해 최선을 다해 상담하며, 전화 상담으로 해결이 안되는 경우는 여러 보건기관들을 소개시켜 주며 연계하려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2023년 사전과 사후를 평가한 결과 호흡 불편감, 일상생활 불편감이 다소 완화되었으며, 일주일 운동시간은 증가하였고, 균형잡힌 식사를 하였다고 응답한 평균이 다소 증가하였다. 2021년 시범사업부터 시작된 콜링유 사업은 2023년까지 3년 동안 많은 전문가와 상담사인 간호사의 노력으로 정착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인식된 2011년부터 13년이 지났으며,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는 대학생으로, 장년이었던 성인은 노년층으로 접어드는 연령이 되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로 인해 건강문제가 발생한 사람은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어떻게 하면 이분들을 위해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울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콜링유에서 상담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담만으로 피해자분들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감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은 계속 존재한다. 즉, 전화하는 상담자와 대상자와의 지역적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실질적 도움은 가까운 지역의 보건·복지 기관에서 실질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서 상담사들은 지역의 자원들을 파악하여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나, 지역마다 기관들의 서비스가 다르고 담당 부서가 달라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정보를 제공해도 대상자가 해당 기관을 방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피해자분들이 경험하는 만성질환을 비롯한 건강 문제는 보건소에서, 복지 문제는 주민센터, 복지기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등록하여 관리하면 좋겠다. 이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도 있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상황을 잘 모르는 지역도 있어 같이 협력하여 시행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건강협회는 이러한 협력을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더 힘쓰고, 건강상담에 대해 더욱 전문적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