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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건강대상 수상자 인터뷰지
글. LIG 넥스원 이미라 보건관리자

Q 직업건강대상은 경력 25년 이상이신 분들 중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를 선정하여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에서도 좋은 말씀을 주셨지만,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수상 소감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이 상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묵묵히 지켜내는 모든 보건관리자분들과 함께 받아야 할 상이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난 시간,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내가 하는 일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늘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받은 이 상이 후배들에게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설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Q 비슷한 상을 수상하셨던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수상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동안의 현장이나 기억에 남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이미라 선생님께서는 수상 직후 가장 먼저 떠오른 순간이나 장면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수상 소식을 들은 순간, 2000년 어느 날이 떠올랐습니다. 사무실에 홀로 남아 금연 프로그램을 만들며 밤을 지새우던 기억, 그리고 2001년 첫 사례 발표를 앞두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돼 날달걀까지 먹었던 순간이 스쳤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던 그날처럼, 저는 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마음 하나로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Q 선생님께서는 소음 공정 개선 및 맞춤형 근골격계 질환 예방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업무상 질병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셨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까지 가장 중요했던 준비와 실천은 무엇이었나요?
저에게는 ‘현장을 이해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소음은 숫자로만 보면 잘 느껴지지 않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불편과 피로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개선점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Q 선생님께서는 안전보건공단의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인증을 2011년에 처음 획득하신 이후 지금까지 그 인증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해오고 계십니다. 이렇게 지속적인 성과를 보여주실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인가요?
꾸준함이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작업처럼 보여도 ‘올해는 무엇을 새롭게 해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왔습니다. 보건관리는 한 사람의 건강을 넘어 조직의 문화와 공기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기에, 무엇보다 따뜻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임하려 노력했습니다. 그 작은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선생님께서는 멘토링을 통한 후배 교육과 양성을 10년 넘게 지속해오고 계십니다. 처음 시작하실 때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오시면서 그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처럼 길을 헤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 역시 배우는 사람이 되었고, 후배들의 성장을 보며 ‘내가 이 일을 잘해왔구나’라는 작은 확신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쌓은 경험이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Q 사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산업안전보건 관련 업무는 다른 직업과는 또 다른 특별한 보람과 고충이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일하는 사람의 건강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직업건강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과 직업건강의 길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이 일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지켜내는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삶의 리듬을 무너지지 않도록 조율하고, 그가 퇴근 후에도 무탈하게 가족과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지요. 힘들고 외로운 순간도 많겠지만, 언젠가 돌아보면 가장 따뜻한 자리였음을 알게 될 거예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당신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가도 괜찮습니다.
Q 대상 수상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어가야 할 활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앞으로 새롭게 이루고 싶은 목표나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보건관리자로서의 현장 경험을 담아 첫 책을 집필했고, 앞으로도 ‘기록하고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얻은 지혜를 글과 강의로 전하며, 직업건강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이 저의 다음 여정입니다. 이번에 출간될 책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보건관리자가 일터에서 근로자에게 엄마 같고, 친구 같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지지자가 될 수 있는 존재라고 믿습니다. 그만큼 따뜻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더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