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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안전보건관리,
왜 지금이 중요한가

글. 이광열 부장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사업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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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안전사고의 현주소

노인일자리 참여자 안전 이슈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점화되었다. 법의 모호한 규정이나 과도한 처벌 문제를 떠나, 노인일자리 현장에 미칠 영향은 두려움을 넘어 공포에 가까웠다. 참여자의 안전보건 대책은 여전히 전인미답의 길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사고발생도 증가 추세다. 최근 5년간(2019~2023) 14,665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10.24%, 평균 사고율은 0.34%다. 이 중 87%인 12,760건이 공익형 사업에서 발생했으며, 주된 원인은 실외활동 중 낙상에 의한 골절이다. 이는 신체기능 저하(시각 처리능력, 하지 근력, 반응속도)와 무리한 작업 등의 불안전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참여노인에게 낙상은 치명적이다. 뇌손상, 척추·고관절 골절로 이어지며, 낮은 회복력과 기저질환으로 인해 사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은 사실상 기능적 동면 상태였고 개발원의 역할도 사후보상에 머물러 있었다.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건 6시간짜리 안전교육이 전부다. 수행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기엔 인력과 예산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중요한 건 "왜 못 했느냐"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가", "무엇이 부족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런 관조적 태도가 현장의 종사자들을 지치게 하고, 안전사고 개선에 대한 기대조차 멀게 만든다. 지금 노인일자리 현장은 참여자의 안전보건에 대해 변명하는 게 아니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신체능력 지표 도입

노인일자리의 대표 효과 중 하나는 의료비 절감이다. 신체 활동량이 늘면서 건강이 좋아진다는 건 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참여자의 중도 포기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건강 악화다. 최근 5년간 포기자 51만 명 중 건강 문제로 포기한 이가 약 24만 명, 전체의 47%다. 자연사를 포함한 사망자 수도 11,757명으로 연평균 2,351명이다. 나이 들며 신체기능이 저하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참여자 선발 기준에 신체능력 지표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공익활동사업의 선발 기준은 ‘보행능력’ 하나에 의존하고 있으며, 측정도 신청자가 면접장에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판단한다. 수행기관은 물리적 여건과 민원 우려로 정확한 평가를 하기도 어렵다. 선발 배점에서 소득인정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활동역량 점수는 실질적 영향력이 낮다.
2016년 보건복지부는 하지근력, 균형감각 등 4개 항목의 신체능력 지표를 선발 기준으로 도입했으나, 외발서기 등 항목에 대한 반발로 무산됐다. 특히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언론은 이를 ‘참여자에게 상처’로 묘사했다. 이후 신체능력 지표는 사실상 금기어가 됐다. 현재는 지팡이나 실버카트 사용 시 0점 처리가 가능하도록 개편되었지만, 면접 때 지팡이를 짚고 왔다가 지팡이를 내팽개치고 면접 장소로 들어온다는 웃픈 현실이 지금의 상황이다.
사회참여의 기회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활동역량을 고려하지 않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시각이 충돌하며, 노인일자리 정책은 그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이라는 정책대상자의 특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대부분 복합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활동역량은 자연히 떨어진다. 정책대상자인 노인 그 자체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휴식 중 음식물을 먹다 기도가 막혀 사망하거나, 자연스러운 자세 변화 중 골절이 생기는 일, 치매로 길을 잃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특히 하지 근력 저하로 인한 낙상과 추락은 매우 흔하며, 사고 이후 회복이 어려워 일자리 포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좋은 노인일자리는 참여 자체가 아니라 ‘안전한 환경’이 보장된 일자리여야 한다. 신체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참여했다가 사고를 겪어 다시는 사회참여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일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신체능력 지표가 없는 지금의 선발 기준은 잠재적 안전사고를 방치하는 구조다. 실외활동과 실내활동을 구분하고, 일정 수준의 신체역량을 기준으로 배치하며, 실내활동 프로그램도 병행 개발해야 한다. 일차예방의 핵심은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신체능력지표 도입이라는 점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단순한 안전사고 건수가 아니라 중대사고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

노인공익활동사업은 2016년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 대신 상해보험 체계를 적용해 참여자의 사후 보상을 지원하고 있다. 상해보험은 인과관계 입증 부담이 낮고, 복수보험사 체제로 보장성이 강화되었지만, 청구 건수 증가로 인해 오히려 안전사고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통계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행기관이 민원 대응을 위해 기계적으로 보험을 청구하거나, 일부 부정 청구가 있어도 보험사들은 소액 청구 특성과 노인 대상 특수성을 고려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기준 손해율이 125%에 달할 만큼 보험금 지급은 활발하지만, 이는 노인일자리의 실제 위험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문제는 통계 집계 방식에도 있다. 활동과 무관한 출퇴근 중 교통사고나 문화행사에서의 사고까지 포함되며, 최근 5년간 출퇴근 사고 비율만 33.5%에 이른다. 통계는 2018년부터 도입됐지만, 사고의 중대성이나 위험요소 분석보다 단순 건수 중심으로 설계돼 실질적인 사업단 위험도 파악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참여자 수나 사고 건수 증가가 곧 위험도 증가로 오해되기 쉽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보장 축소나 지급 제한보다는, 오히려 골절사고나 간병비 지원 등 실질적 회복 중심의 보장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한 사고는 사망이나 45일 이상 입원을 뜻하며, 이 기준을 넘기면 참여자는 중도 포기자로 처리돼 재참여가 어렵고 소득공백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개발원은 2023년부터 안전전담팀을 신설하고, 사고현장조사와 원인 분석을 시작했다. 2024년에는 기존 보고서를 보완한 중대사고 현장조사표를 개발하고, 사고 다발 사업단을 대상으로 시범사업도 추진하였다.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통해 사고 건수와 사고율 모두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안전사고 통계의 정합성과 품질 개선을 위한 기준도 마련되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 수치가 아닌 참여자의 활동 과정과 사고의 맥락을 이해하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행기관의 자체 예방 능력은 부족하고,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참여자 안전사고의 원인은 사변적 추론에 불과하다.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많은 한계가 있지만 일단 첫발을 딛고 그 다음 착실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목표 관리형 안전보건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중대사고 발생의 과정과 원인 분석을 통해 다음에 발생할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학습 데이터의 축적일 것이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엑스레이든, CT든 찍어야 병의 원인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사고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원인만 제거하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고예방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이다.

노인일자리법 시행 이후 참여자 안전의 주요 시책

노인일자리법 시행(’24.11.1)에 따라 ‘참여자 보호’가 법정 의무로 새롭게 규정되었다. 필자는 이 법이 참여자 안전예방을 한층 더 단단히 구축할 수 있는 천재일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산도 인력도 뒷받침되지 않았고, 지금은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 하나씩 개선해가는 방식밖에 없다.
참여자 보호 시책은 사고예방, 감소대책, 사후관리라는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사고예방은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노인공익활동사업은 사업 담당자가 자가진단을 실시하고, 활동 전 사전안전점검회의를 통해 참여자의 의견과 위험요소를 공유하는 구조다. 이 회의록은 단지 문서가 아니라, 이후 위험요인에 대한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출발점이다.
노인역량활용사업과 공동체사업단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보건관리 의무가 요구된다. 이때 핵심은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스스로 알고 줄여나가는 것이 본질이며, 참여자의 의견 없이는 그 의미가 퇴색된다. 그러나 기존 위험성평가는 제조업·건설업 위주로 구성되어 노인일자리 환경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현장은 아직 혼란스럽고 낯설지만, 그렇다고 늦출 수는 없다.

안전사고 감소 대책은 중대사고 현장조사와 사고원인 분석을 통해 수행기관의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복사고가 발생하는 고위험 사업단엔 위험성평가 컨설팅이 병행되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안전등급제가 도입된다. 현재 등급제는 기본 구조만 마련된 상태로 보완이 필요하지만, 본질은 제재가 아닌 위험요소 개선과 참여형 평가에 있다. 사후관리 측면에선 필수보장 보험은 확대하고, 위로금 성격의 담보는 단계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보험료 부담은 고스란히 수행기관 몫이고, 그 구조가 유지되는 한 보장 확대가 현장에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개발원은 안전협의체 운영과 함께 법률서비스 제공 체계를 마련 중이며, 현장의 민원과 소송 대응을 위한 장치들도 준비하고 있다. 참여자 안전과 건강은 노인일자리사업의 최소조건이다. 아무리 다른 조건이 갖춰져도 이 기본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건 충분한 예산과 인력, 그리고 선언이 아닌 실행이다.

※ 모든 통계 데이터는 노인일자리 업무시스템, 주관보험사 보험지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