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1 No.4 2024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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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발생한 자살 사건에 대한
보건관리자의 역할

글. 권희연

  •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사후대응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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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갑작스러운 충격사건, 자살

바쁜 현대 사회에서 대다수의 국민은 노동인구에 속하며 가족이 아닌, 특정 조직에 소속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특히 성인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1/3 이상을 직장에서 보낸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기왕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 매 순간 즐거운 일만 일어나면 좋겠지만, 근로자들은 예기치 않게 그들을 위태롭게 만드는 충격사건 (자살, 재난 등)에 노출된다.

2022년 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2021년 우리나라 근로자 자살위험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사망외인 분포 중 자살이 약 55.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의 자살은 가족뿐만 아니라 생전 고인과 정서적 관계를 맺었던 다양한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와 같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들의 자살 위험성은 사건 비노출자 대비 3.5배 높다.

세렐은 자살 발생 시 자살영향을 받는 집단을 4단계로 구분, 평균 115명이 노출되고 그중 53명이 일시적 또는 지속적 혼란을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다.

역으로 말하면, 1명의 자살로 영향을 받는 최소 53명의 사람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2차 피해(모방 자살, 외상 반응 등)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 사후대응 서비스

동료의 자살을 경험한 남겨진 조직 구성원의 충격과 혼란을 진정시키고 위기 이전의 기능 회복을 위해 제공되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서비스를 ‘자살 사후대응 서비스’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을 포함하여 전국 17개 시도의 광역 및 기초 자살예방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동일한 수준의 사후대응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대개 사후대응 서비스는 장례일정을 감안하여 사건 발생 3일 이후(늦어도 한 달 이내)에 조직 및 조직 구성원 대상으로 제공되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자살 사후대응 서비스 운영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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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회의(30분): 주요 임직원 대상 조직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컨설팅 제공, 현장개입 서비스 관련 사항 공유
    • 집단교육(60분): 심리적 충격 및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의 이해, 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법 등 교육
    • 집단상담(60분): 사건 노출 수준이 비슷하거나 자살시도/사망자와 친밀했던 구성원 대상 구성원 간 감정반응 공유 및 애도 기회 제공
    • 개별상담(50분): 1:1 정신건강 상태 점검 및 자살위험성 평가
    • 사후회의(60분): 현장개입 서비스별 구성원의 전반적인 분위기 전달, 개별상담 결과와 고위험군 정보 공유
    • 사후 모니터링: (구성원) 개별상담 참여자 중 사후 모니터링 동의자에게 3개월/6개월 후 정신건강 및 자살 위험성 재평가, (조직) 전반적인 조직 상태에 대한 점검

사후대응과 관련한 자문 및 컨설팅은 사후대응 헬프라인*(1899-4567)을 통해 가능하며, 저작물 신청은 재단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 조직에 자살이 발생하여 대처가 막막하고 혼란스러울 때 신속하게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상담전화

사업장 사후대응(위기대응) 체계의 핵심, 보건관리자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을 유지·증진 시키고 재해예방을 위하여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보건관리자는 조직 내 건강과 안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사전에 사후대응 체계를 구축하여 조직 내 자살사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 또한 보건관리자는 사업주가 조직 내 충분히 발생가능한 충격사건을 예방·대응할 수 있도록 보좌하고 조언·지도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의 예시는 조직에서 당면할 수 있는 자살사건 상황(장면)이다. 다음과 같이 대처해 보는 것은 어떨까?

1)자살생각을 가진 조직 구성원을 발견했을 때

자살생각을 가진 구성원을 발견했다면, 보건관리자는 자살생각, 자살계획(방법, D-day), 자살도구 확보여부, 과거 자살시도력 확인 및 평가가 필요하며 위험수준에 따라 대응을 해야 한다. 보건관리자가 직접 초기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신속하게 받도록 한다.
보건관리자로서 조직 내 자살 위험성이 있는 구성원에게 반응을 보이고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적절한 거리감, 친밀감 그리고 공감과 존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2)자살사건(시도/사망)이 발생하였을 때

조직에서는 구성원의 자살 사건을 조직 구성원들이나 보호자에게 신속 정확하게 알려야 하며 해당 사건으로 인해 초래된 정신적 고통이 적절히 해결될 수 있도록 조직 내 자살 충동을 느끼는 구성원(기존 자살 고위험군 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사건 공지 시, 조직에서는 빠른시일 내 사실에 근거해 진행하며, 충격 사건으로 인한 반응 안내, 조직에서의 대처 및 현재 진행 사항, 도움 필요시 요청 방법 등의 내용을 포함하여 공지하도록 한다.

조직 내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면 신속하게 체계*를 가동시켜 조직 및 구성원 대상 지원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으며, 체계가 없는 경우 보건관리자는 사후 대응 전문기관**에 서비스 제공을 요청해야 한다.
* 조직 내·외부 상담실(EAP 업체 등) / ** 광역 및 기초 자살예방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

외부 자원을 활용하여 사후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보건관리자는 서비스 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사후 대응 서비스가 잘 제공될 수 있도록 제반 사항* 등을 준비한다.
* 공문 발송, 조직 내 사후 대응 서비스 안내 및 참여독려, 서비스 진행에 필요한 도구 및 장소 준비 등

자살사건 이후 조직과 보건관리자들은...

자살 예방의 첫 번째 단계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의사소통이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구성원과 주변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곤경에 처하거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을 개선하고 자살 위험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목적의 교육이 필수적이다.
즉, 모든 구성원이 삶과 죽음에 관한 주제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정신적 고통, 우울증 및 자살행위를 식별하는 능력을 향상하며 이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것이 자살 예방 교육의 목표가 된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써 조직에서는 사건 발생 후 3~6개월 시점에 사후대응이 아닌 자살 예방 측면에서의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보건관리자는 구성원과 관리자를 구분하여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관리자 대상으로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통해 고위험 발굴 및 지원체계가 적극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하며, 구성원 대상으로는 스스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교육을 제공하여 추가 발생 가능성이 있는 조직 내 자살과 자살시도를 방지한다.

마무리하며

조직 내 갑작스러운 자살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혼란과 충격에 빠진 구성원 및 조직을 지원한다면 이내 상황이 진정되고 안정을 찾아 자살 추가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사후대응 전문기관의 초반 대응 이후) 구성원 관리를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조직 입장에서 혹은 향후 조직 내 지속적인 자살예방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어서 조직에 배치된 보건관리자들이 주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관리자들이 조직의 여러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합당한 권한을 주고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게 조직 사업주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