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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내 절주 문화 형성을 위한
보건관리자의 역할
글.박경아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 팀장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비주류(非主流)로 보는 우리 사회. 좀 더 내가 건강해지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내린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타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알코올이 모두의 건강에 해가 되는 물질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좋은 점’만 강조하며 애써 이 중요한 진실을 외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01음주의 위험성
알코올은 담배 성분인 비소, 카드뮴과 같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인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15조 8백억 원으로 흡연 12조 8천억 원, 비만 13조 8천억원보다 높으며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이선미, 2021). 우리나라 성인 월간 음주율은 변동이 없으나 고위험 음주와 폭음률은 증가하고 있고,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약 12.2명이 매일 사망하고 있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뒤 간에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발생하는데, 이 물질은 혈관을 통해 퍼지면서 홍조, 두통, 구역 등을 일으킨다(WHO). 소량의 음주라도 고혈압,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고 과도한 음주는 간질환, 관상동맥, 심장질환 및 뇌졸중 위험을 높여 신체적 폐해를 일으킨다. 지속적인 과음은 학습 및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대뇌에 심한 위축을 일으키는 등 뇌에도 큰 영향을 준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음주를 지속할 경우 영양 결핍을 유발하고, 반대로 각종 고열량의 안주와 함께 음주를 할 경우에는 비만 위험도가 올라간다(국가건강정보포털).
취침 전 음주는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흔히 자기 전에 술 한잔은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입면에 드는 순간 이후 실제로는 평소보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수면 시간이 짧아진다. 음주량이 많을수록 우울증 위험도가 증가하며 알코올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반인 대비 불안장애를 겪을 위험도가 3배,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 위험도가 4배, 타 약물 사용 장애가 있을 위험도가 10배 더 높다(국가건강정보포털).
음주의 위험성은 개인의 건강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22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5,059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7.7%이고, 사망자 수 214명, 부상자 수 24,261명이다. 수치상으로는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으나,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와 사상자이다(도로교통공단, 2022). 지난 10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꾸준히 40%를 넘고 있기 때문에 음주운전은 우리를 계속해서 위협할 사회적 폐해이다(경찰청).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살인, 강도, 방화, 폭력 등을 행사하는 주취 폭력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방화와 살인, 폭력 범죄가 가장 높게 발생하였다(대검찰청, 범죄분석). 음주는 개인의 건강 문제를 비롯하여 사회적 폐해까지도 야기하는 범 차원적인 문제이다.
02절주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
개인 단위의 절주 실천
‘절주’는 스스로 음주량 또는 음주 빈도를 조절하여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실시한 2023년 음주 행태 및 인식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약 1/3이 절주·금주를 시도한 경험이 있고 이 중 약 65%가 ‘건강상의 이유’로 절주·금주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대부분이 술을 마시는 우리 사회에서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은 어렵다. 사회생활 중 음주를 강요받는 외부적 요인과 더불어 술을 기호식품이나 유희로 여기는 개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술’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인식됨에 따라 단순히 ‘술은 몸에 나쁘니까’라는 이유로 쉽게 술을 끊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금주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되,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절주 실천을 노력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017년부터 5가지 절주실천수칙을 매년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 단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칙으로 음주로 인한 신체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에 주요한 목적을 두고 있다. 5가지 절주실천수칙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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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자리는 되도록 피한다
- 최대한 술을 마시게 되는 상황을 피해서 알코올 노출도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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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 원치 않는 음주 강요는 하지 않아야 하고, 사람에 따라 소량의 술로도 큰 신체적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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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 샷을 하지 않는다
-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면 급성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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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폭탄주를 마시지 않는다
- 술을 섞어 마실 경우 알코올 섭취가 그만큼 높아지므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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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음주 후 3일은 금주한다
- 주 2회 이상 과음은 신체적으로 큰 영향을 주어 만성질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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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자리는 되도록 피한다
조직 단위의 절주 실천
절주를 실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술자리 중심의 회식을 영화, 공연 등을 감상하는 문화 회식, 술 없이 즐기는 맛집 회식 등으로 변화시켜야 하며, 새벽까지 n차를 이어가던 기존과 달리 1차에서 간단히 기분 좋게 즐기고 귀가하는 회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인식,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잘 보여야 회사생활이 편하다는 인식 등 사업장 내 잘못된 인식으로 근로자에게 술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서로 ‘술을 마시지 않을 선택/권리’를 존중하며, 술을 마시지 않는 것에 대해 눈치는 주거나 개인의 능력을 폄하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사업장 내 음주 인식 및 문화 개선은 사업주를 비롯한 관리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근로자들의 건강은 사업장의 근로 능력과 직결되므로,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03보건관리자의 역할
사업장은 근로자가 하루일과 중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생애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공간이다. 동료들과의 교류, 상사와의 관계, 직원들의 화합 등으로 사적인 모임이나 업무적인 회식 자리가 자주 있고, 이때 술은 일명 ‘가교’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과음할 경우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근로자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불러와 근로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음주에 대한 안일한 인식으로 업무 중 음주를 할 경우 사업장 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근로자의 안전인지 감수성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사업장에서의 절주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근로자 모두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사업장 및 관리관리자의 의지와 보건관리자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먼저, 술과 음주 폐해의 위험성, 절주 실천 방법 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지속적으로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술을 잘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알고 있으나, 정작 이러한 음주 행태들이 어떠한 신체적, 정신적 폐해를 일으키는지,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전문 인력을 통한 절주 교육으로 과도한 음주가 야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들을 알려주어야 한다. 반복되는 절주 교육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본인의 음주 문제를 인지할 수 있게 되고 이로써 스스로 잘못된 음주 행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일깨워 주어야 한다. 사업장 자체적인 절주 교육 운영이 여건상 어려울경우,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양성한 절주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강사 매칭을 신청할 경우 해당 교육 담당 강사를 검색 및 매칭을 하여 알려줌, 소정의 강사료가 발생하며 교육 신청 기관에서 부담
절주·금주 실천에 앞서서 알코올사용장애(AUD) 진단 척도인 AUDIT-K, DSM-5 등을 사용하여 근로자의 음주 수준을 정확히 판단하여야 한다. 해당 척도는 기본적인 음주량, 빈도 등과 함께 음주로 인해 경험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포함하고 있어 개인의 전반적인 문제 음주 수준을 진단해 볼 수 있다. 각 척도의 점수 기준점에 따라 대부분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나뉘고, 각 진단 그룹별로의 개입(intervention) 방법이 상이하다. 음주 빈도나 음주량이 많지 않은 저위험 그룹의 경우, 고위험 음주로 넘어가는 기준에 대해서 안내하고 최대한 적게 음주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한다. 다만, 고위험 그룹은 근로자의 상황, 건강 상태의 심각도에 따라 전문 기관 의뢰 및 연계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자가 진단 척도 외에 근로자들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음주 관련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을 사전에 발견하고 절주·금주를 통해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근로자들이 음주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일부 절주를 시도해볼 의향을 나타내는 단계에서는, 절주 실천의 시작을 함께하고 응원할 ‘사업장 내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절주 다짐 작성하기, 절주 서약서 쓰기 등 참여 활동을 통해 근로자 개인의 절주 계기를 만들며 근로자 간 절주 지지 환경을 조성해나갈 수 있다. 절주를 시도하고 유지하는 근로자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며 절주 실천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국에는 보건소, 중독통합관리지원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 기반 절주 및 음주폐해예방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있으며,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여 사업장 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갈 수 있다.
사업장 내 절주 교육이나 진단·상담, 캠페인 추진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 음주자에 대해 과도한 부정적인 시선, 인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 근로자 개개인마다의 행동 변화 단계가 상이하므로 일률적인 프로그램과 더불어 소규모 집단 수준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을 권장
- 절주·금주를 권장하기에 앞서 ‘왜’ 절주·금주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과 교육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