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쓸모있는 의료상식
본문
특수건강진단 이해하기
글. 오재일
- 박애병원 건강증진센터
산업안전보건법 제130조는 특수건강진단 대상 근로자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
첫째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
둘째
직업병 소견이 있는 근로자로 판정받아 작업 전환을 하거나 작업 장소를 변경하여 해당 판정의 원인이 된 특수건강진단 대상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서 해당 유해인자에 대한 건강진단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는 근로자. 이는 현재 유해인자에 노출되고 있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과거에 노출되었던 근로자도 경우에 따라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령이 정하고 있는 유해인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는 총 180종이며 이중 화학적 인자가 164종으로 가장 많고 이 밖에 분진 7종, 물리적 인자 8종, 야간작업이 있다. 화학적 인자는 유기화합물(109종), 금속류(20종), 산 및 알칼리(8종), 가스상태물질류(14종), 허가대상유해물질(12종), 금속가공유(1종)로 이루어져 있다.
특수건강진단은 특수건강진단기관에서만 실시할 수 있으며 검진 의사 또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한정된다. 다른 검진과 구분되는 특수건강진단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특수건강진단 첫 번째 특징특수건강진단에는 업무 관련성 평가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업무 관련성 평가란 역학적 인과관계에 대한 의사의 판단으로, 근로자의 질병 발생 원인이 직업 활동으로부터 기인하였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며 업무 관련성이 있는 질병을 업무 관련성 질환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업무 관련성 질환을 ‘업무와의 원인적 관련성을 인정하여 산업재해 보상의 대상이 되는 질환들을 총칭하는 것으로 직업성 질환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일반적으로 직업성 질환의 경우 업무 관련성 질환보다 질병과 직업 사이에 더 명확한 인과관계가 요구된다). 특수건강진단에 업무 관련성 평가가 포함되는 이유는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서이다. 근로자의 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업무 전환 등을 통해 해당 유해인자에 더 이상 노출되지 않으면 근로자의 건강장해가 호전되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한 경우, 손상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산업재해 여부는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그리고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특수건강진단의 검사 결과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의 판정은 산재 여부를 판단에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한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일차적으로 근로자의 질병 발생과 작업 환경 사이의 연관성을 추정할 수 있으며 산재 심사 이전에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 추가적인 건강장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특수건강진단 두 번째 특징업무 적합성 평가이다.
업무 적합성 평가는 ‘해당 업무에 종사함으로써 당해 근로자 및 동료 근로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당해 업무를 신체적 그리고 심리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하기에 적합한가를 평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업무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질병력 외에도 현재 사업장에서 노출되고 있는 유해인자가 무엇인지, 수검자가 현재 어떤 업무를 얼마 동안 수행하고 있었는지, 과거에는 어떤 업무에 종사하였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특수건강진단 시에는 해당 내용에 대한 서류 작성과 직업력에 대한 문진이 이루어진다. 업무 적합성 평가는 크게 ‘작업 가능’과 ‘작업 불가’로 구분한다. ‘작업 가능’은 다시 ‘현재의 조건 하에 작업 가능’과 ‘일정한 조건 하에 현재의 작업 가능’으로 구분한다. ‘작업 불가’의 경우 ‘한시적으로 현재의 작업 금지(문제해결 후 작업 복귀 가능)’와 ‘건강장해의 악화 혹은 영구적인 장해 발생이 우려되어 현재의 작업 금지’의 두 가지로 구분한다. 다른 건강검진과 마찬가지로 특수건강진단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수검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다. 특수건강진단에서 업무 적합성 평가를 실시하는 이유 또한 유해인자를 취급하고 있는 근로자의 건강 상태가 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인가를 평가하여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즉 작업 전환 및 작업 중단 조치는 직업병 발생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의학적 처방이다.
그 밖에 특수건강진단의 특징2차 검사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수건강진단 실시 후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는 경우 정밀검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를 보통 2차 검사라고 부른다. 몇 년 전까지 국민건강 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일반검진에도 2차 검사가 있었으나 현재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일부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2차 검사를 부담 스러워하거나 귀찮게 여긴다. 한 달 사이에 두 번의 검진을 받는 일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특수건강진단은 건강장해의 위험이 있는 유해인자를 다루는 근로자들, 즉 다른 근로자에 비해 건강장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또한 근로자가 직장에서 노출되는 수많은 유해인자 중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는 180개에 불과하다. 유해인자의 종류나 검사 항목이 근로자들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정확한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특수건강진단에 참여할 때 특수건강진단 대상과 유해인자의 확대가 가능해지고 특수건강진단은 직업성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