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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도전을 넘어선 근로자 웰빙
- 직무스트레스 관리와 건강한 조직 회복 전략 -

백은미

글. 백은미

가톨릭대학교 연구교수 직업건강협회 이사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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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적 난관 속 근로자 건강 보호의 필요성: 직무스트레스 현황 진단

직무스트레스는 단순한 업무 피로를 넘어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10년간의 산업재해 인정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무스트레스는 정신질환 및 신체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고객응대가 중심인 업종에서 정신질환 산업재해가 57.6%(고용노동부, 2023)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는 감정노동, 고객 갈등,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 반복적·심리적 압박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결과로, 감정노동이 구조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질환 유형별로 보면 적응장애가 38.0%(고용노동부, 2023)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우울장애, 불안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일부 근로자들은 극심한 정신적 소진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하는 등, 직무스트레스가 생명 위협 수준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업무 구조와 조직문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직무스트레스는 신체적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노출은 교감신경계의 과활성화를 유발하여 혈압 상승, 인슐린 저항성 증가, 염증 반응 촉진 등 생리적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등 작업관련성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특히 고령 근로자에게는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스트레스 요인의 형태와 그로 인한 건강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먼저 관리자 및 전문가 직군은 높은 책임감, 실적 압박, 경영성과 평가, 감사 대응 등으로 인한 심리적 긴장과 불안을 경험하며, 이는 소진과 수면장애, 만성 피로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사무 종사자, 특히 금융·영업 분야 근로자들은 정량적 실적 목표와 오류 없는 업무 수행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불안장애, 위장관계 질환 등으로 나타나며, 장기적으로는 신체적 질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마지막으로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는 고객 불만, 폭언, 위협, 직장 내 괴롭힘 등 예측 불가능한 대인 관계 스트레스에 빈번히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감정노동의 강도가 높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적응장애의 발생 위험이 다른 직군에 비해 현저히 높게 나타난다.
결국 직무스트레스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근로자의 정신적 안녕과 신체적 건강을 저해하는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조직의 생산성과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직업건강 관리 및 여러 단계의 예방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2. 직업건강 관점의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대응 전략

직무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직업건강 관리 전략은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통합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1차, 2차, 3차 예방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1차 예방은 스트레스 요인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직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관리하는 단계로, 기업의 의지와 구조적 변화가 핵심이다.
먼저 업무 부하 및 근무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다. 경제 불안정 시기에는 효율성과 성과 중심의 경영이 강화되지만, 이는 근로자의 과중한 업무와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업무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며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유연근무제 도입과 정기적인 휴식 보장은 근로자의 피로 누적을 예방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더불어 인체공학적 작업환경 조성, 조명·배치의 최적화 등 물리적 환경의 개선은 근로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정신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체계적인 정신건강 지침의 마련과 이행도 필수적이다. WHO의 Mental Health at Work 가이드라인에서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지원에서부터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 개입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지침이 필요하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이나 IT·통신업 등 정신적 부담이 큰 업종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긍정적 조직문화 조성과 리더십 강화가 중요하다. 관리자는 개방적이고 신뢰 기반의 소통을 통해 직원들이 겪는 스트레스 요인을 조기에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기적인 피드백과 공감적 리더십은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조직 몰입도를 향상시킨다. 또한 관리자가 스스로 업무와 삶의 균형을 실천하며 정신건강 관리를 실천하는 모습은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모델이 되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을 완화하고 도움 요청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와 같은 조직 및 환경적 접근은 단순한 스트레스 완화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웰빙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강화하는 전략적 직업건강 관리의 핵심 축이 된다.

개인 근로자 지원 및 관리는 직무스트레스의 조기 발견과 재활을 목표로 하는 2차 및 3차 예방의 핵심 전략이다. 이를 위해 우선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증진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스트레스의 주요 증상, 원인, 그리고 대처 방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근로자 스스로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 개선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조직 전반에 정신건강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정기적인 건강검진 체계 내에 직무스트레스 측정과 정신건강 스크리닝을 포함해, 고위험군 근로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에게는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통해 전문적인 심리상담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스트레스가 만성화되거나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개인의 대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훈련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관리 워크숍을 통해 시간 관리, 명상과 마음챙김, 이완 기법, 건강한 생활 습관(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을 실천하도록 지도함으로써 근로자의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독일 BKK(Betriebskrankenkasse, 직장건강보험공단) 가이드에서 제시하듯이, 개인이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건강한 근무 환경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3. 결론: 근로자 건강은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

경제적 변동성 상황에서 직무스트레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도한 업무 요구와 고용 불안, 감정노동의 누적은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생산성 저하, 결근과 이직률 상승, 산업재해 증가로 나타난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기업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따라서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직업건강 관리체계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닌 전략적 투자로 지원되어야 한다. 조직은 직종별로 상이한 스트레스 요인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1차 예방(스트레스 요인 제거), 2차 예방(조기 발견과 개입), 3차 예방(재활 및 복귀 지원)을 통합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다층적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조직문화 차원에서는 심리적 안정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보건책임자와 같은 리더가 근로자의 웰빙을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이를 실천으로 이어가는 건강 친화적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리더가 모범적으로 건강한 일·생활 균형을 유지하며 구성원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지원할 때, 근로자는 스스로의 건강을 돌보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이러한 소통 중심의 조직문화는 근로자의 심리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나아가 조직 전체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
이와 같은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산업재해 예방과 생산성 향상, 장기적으로는 인적자원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조직 성장으로 이어진다. 결국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일은 비용이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인식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사회 전반의 건강한 노동환경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