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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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글. 최은희
을지대학교 간호대학
01들어가며
기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58조는 한랭작업 시 동상 예방을 위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었으나, 주로 냉동창고 등 실내 한랭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급격한 기온 변화와 이상한파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건설업, 물류업, 환경미화 등 다양한 옥외 작업현장에서 한랭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0월 22일,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보건조치)가 개정되면서 "폭염·한파에 대한 장시간 작업함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장해"가 새롭게 신설되었다. 이 개정안은 2025년 6월 1일부터 시행되어 산업현장에서 한파로 인한 근로자 건강장해 예방이 법적 의무로 명확히 규정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02기후변화와 한파의 새로운 양상
기후변화는 단순히 평균 기온의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극한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한파 일수를 분석한 결과, 2023년 7일,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1일씩만 발생하여 상대적으로 온화한 겨울을 보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한랭질환 환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380명의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연간 7~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외 연구결과를 통해 그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정승권(2021)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온도가 낮은 것보다 "갑자기 뚝 떨어지는" 기온 변화가 더 위험하다. 전일 대비 1~6℃ 하강 시에는 한랭질환자 수 감소 또는 변화가 없었으나, 8℃ 이상 급강하할 경우 한랭질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 하강 시 환자 발생률이 0.27배, 11℃ 하강 시 0.52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Ha 등(2009)의 연구도 급격한 기온 하강 직후 0~2일 내에 영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며, 3일 이상 지나면 효과가 약화된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시기적 특성도 중요하다. 김다혜(2019)의 연구에 따르면, 초겨울 한파가 늦겨울 한파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겨울 한파 시 기온 백분위 하위 26%부터 사망률 증가가 시작되고 극한 추위(1%) 시 상대위험도가 1.32배인 반면, 늦겨울 한파는 가장 추운 날에도 1.11배로 상대적으로 완만하였다. 이는 겨울 초반에 조기 대응시스템을 가동하고 취약계층을 집중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한파 강도와 지속일수의 복합적 고려도 필요하다. 정승권(2021)의 연구 결과, -15℃ 이하는 단 1일만 지속되어도 한랭질환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였고, -12℃는 2일 연속 지속 시 환자 2.0명, -9℃는 3일 연속 지속 시 2.2명으로 변곡점에 도달하였다. 반면 -6℃ 이하는 3일 지속되어도 발생이 미미하였다.
03국내 산업현장의 한랭질환 발생 현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으로부터 2001년부터 2024년까지 25년간의 한랭질환 산업재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년에 최소 14건에서 최대 36건이 발생하여 25년간 총 556건이 발생하였다. 이 중 옥외 작업자에 대해 집중 분석을 하였는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재해개요 49건을 상세 분석한 결과 모두 동상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기존 산업재해 통계가 냉동창고 등 특정 작업에 국한되어 수집되었고, 한파에 대한 명확한 재해 기준이 부재하였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해 원인은 제설작업 중 장갑이나 신발이 젖은 상태로 계속 작업하거나, 배달·환경미화 등 장시간 옥외 노출 업무, 자동문 근처나 난방 없는 물류센터 등 실내 저온 작업이 주요 원인이었다. 재해 발생 시간은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 시간대(00-07시)와 오전 시간대(09-12시)에 집중되어 전체의 77.5%를 차지하였다.
한파로 인한 취약 업종은 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 건설업, 도소매·숙박·음식업, 운수·물류·창고업으로 집중되었다. 직종별로는 청소·경비·시설관리 등 단순노무직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서비스·판매·보안, 건설·광업 관련 직종이 뒤를 이었다. 작업내용으로는 환경미화·청소·수거 작업, 운전·운송·배달 관련 작업, 건설 공사 관련 작업으로 나타나 특정 작업 유형에 집중됨을 확인하였다.
주목할 점은 근속 1년 미만 신규 근로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근속 1년 미만 근로자가 31명(63.3%)으로 과반을 넘어, 한랭 작업 환경에 대한 적응 부족과 예방교육 필요성을 나타내었다. 또한 재해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40.8%로 높아, 체온조절 능력이 저하된 고령층과 안전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한랭질환이 집중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04해외 한파 관리제도의 특징과 시사점
법령 측면에서 한파 노출에 대한 명시적인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호주, 캐나다였다. 독일은 작업장 규칙(ArbStättV)과 산업안전보건법(ArbSchG)을 통해 실외 작업장에서의 위험성 평가 및 적절한 보호 조치를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25,000유로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영국은 건설규칙 2015에서 건설업 노동자 보호를 위한 위험성 평가 의무를 명시하고 위반 시 무제한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형을 규정한다.
스페인은 2023년 5월 Royal Decreto-ley 4/2023을 통해 Real Decreto 486/1997을 개정하여 실외 작업 시 한파를 포함한 극한 기상 현상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 조치 의무를 명시하였다. 특히 기상청(AEMET)이 오렌지 또는 레드 레벨 경보를 발령한 경우 작업 조건 조정(근무 시간 단축·변경 포함)을 의무화하며, 의무 위반 시 행정 벌금이 부과되고 근로자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경우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스페인의 독특한 점은 지역별로 차등화된 기준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남부 해안 지역(Almería)은 영하 1도부터 황색 경보가 발령되는 반면, 내륙 고산 지역(Jaén, Granada)은 영하 4도에서 황색, 영하 12도에서 적색 경보가 발령되는 등 동일 국가 내에서도 최대 11도의 편차를 보인다. 이러한 편차는 해당 지역 인구집단의 한랭 적응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스페인 국립안전보건연구소(INSST)는 기술 지침(NTP 1036)에서 지역별 기후 특성과 '희귀성(rareza)' 개념을 적용하여, 특정 온도가 해당 지역에서 기후학적으로 드물게 발생할수록 주민의 대응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캐나다는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 TLV 기준과 체감온도 구간별 작업·휴식시간 등 매우 정량적인 정보를 제공하나 최저온도 기준은 설정하지 않았다.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는 섭씨 10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영하 7도, 스페인은 영하 18도까지 세분화하여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측면에서 독일, 영국, 핀란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연방산업안전보건청(BAuA)과 독일법정산재보험(DGUV)이 +10℃ 이하를 '추위 노출'로 간주하는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있으며, 영국은 HSE에서 실무 지침을 통해 보온복 지급, 휴게공간 제공, 동료 관찰 체계 등을 제시한다. 스페인은 IREQ, Wind Chill Index 기반의 정량적 위험 등급 구분을 제공한다.
05한파 예방 수칙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보건조치)에 따라 사업장에서는 한파로 인한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상청 한파 특보뿐만 아니라 급격한 기온 하강, 체감온도, 작업환경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의 심부체온 저하와 한랭질환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
한파 예방 수칙의 적용 대상은 옥외작업 근로자뿐 아니라 난방 설비가 없거나 단열이 불충분한 실내 저온 환경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이다. 특히 민감군 관리가 중요하다. 민감군에는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 갑상선 기능저하 등 만성질환자, 허약 체질자, 저체중, 면역저하자, 여성, 고령 근로자, 신규 배치자 및 복귀 근로자, 이전 한랭질환 경험자 등이 포함된다.
사업장은 단계별 대응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일상적 관리 단계에서는 민감군 명단 관리, 건강상태 정기 확인, 보온 의복 착용, 따뜻한 물 제공, 휴게공간 마련 등 기본적 예방조치를 실시한다. 한파 주의보 시에는 작업 시작 전 건강상태 확인, 휴식시간 증가 배정, 작업시간 조정 검토 등의 조치를 추가한다. 한파 경보 시에는 민감군의 고강도 작업 배제, 옥외작업 제한, 작업시간 단축 또는 작업 중지 등 강화된 조치를 시행한다.
구체적인 예방 수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복 착용과 관련하여 근로자는 여러 겹의 느슨한 보온 의복을 착용해야 하며, 특히 제설작업, 환경미화 등 젖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방수 기능이 검증된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산업재해 분석 결과 젖은 작업환경이 전체 재해 원인의 34.7%를 차지한 점을 고려할 때, 사업주는 방수 보호구를 지급하고 근로자가 젖었을 때 즉시 교체할 수 있도록 예비 장비를 충분히 비치해야 한다.
둘째, 사업주는 따뜻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해야 한다. 배달, 환경미화 등 이동이 많은 작업의 경우 개인용 보온병을 지급하거나 이동식 온수 공급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오전 시간대에 작업하는 근로자는 정기적으로 따뜻한 물을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셋째, 따뜻한 쉼터와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휴게공간은 난방온도를 20±2℃로 유지하고, 화재 및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환기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며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한다. 배달, 신호수, 경비 등 이동이 많은 작업의 경우 이동식 난방 쉼터, 개인용 핫팩, 차량 내 난방 등을 활용한다.
넷째, 작업관리에서는 추위에 노출되거나 신체 부담이 큰 작업을 가능한 비교적 따뜻한 오후 시간대로 조정한다. 불가피하게 새벽이나 이른 오전에 작업해야 하는 경우에는 휴식 빈도를 늘리고 보온 조치를 강화한다. 특히 신규 입사자 및 복귀 근로자는 초기 며칠간 점진적으로 한랭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작업시간을 단축하거나 비교적 온화한 시간대 배치를 우선 고려한다.
다섯째, 응급조치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동상이 의심되는 경우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환자를 따뜻한 장소로 이동시키며, 동상 부위를 비비거나 마사지하지 않고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한다. 저체온증이 의심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하고 보온 조치를 취한다.
여섯째, 교육·훈련 및 증상 감시가 필요하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랭질환의 위험과 증상, 응급조치 요령, 자기·동료 모니터링 방법, 적절한 의복 착용법에 대해 교육한다. 특히 신규 입사자 및 복귀 근로자는 투입 전 며칠간 점진적인 한파 적응훈련을 거치도록 하며,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다국어 교육 자료를 제공한다.
06맺음말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의 변화를 넘어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파 일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한랭질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며, 특히 신규 근로자, 고령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적 관리가 필요하다.
사업장의 간호사는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건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최일선의 전문가이다. 본 가이드를 활용하여 한파가 본격화되기 전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교육을 통해 한랭질환 발생을 예방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부탁한다. 특히 새벽·오전 시간대 작업자, 젖은 환경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신규 배치 근로자에 대해서는 더욱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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