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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다이어트:
심리적 함정과 사회가 만든 덫

글. 오윤선 교수

  • 한국성서대학교 기초교양교육학과 (교육학박사/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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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반복되는 다이어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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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문화적 가치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자유로운 여행을 통해 각국 요리를 찾아 먹어본다든지 혹은 특정 음식점을 찾아가 음식을 즐기는 식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더욱 풍요로워진 음식 환경은 고열량, 고지방, 고당분 식품을 손쉽게 접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유발된 비만의 문제는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질병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반면, 미디어와 SNS는 ‘슬림한 몸’을 미적 기준으로 끊임없이 강조하며, 날씬함을 자기 관리와 성취의 상징으로 포장한다.

이 두 가지 흐름은 수많은 사람들을 다이어트의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문제는 다이어트가 대부분 ‘끝없는 시도와 반복되는 실패’의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이다. 연구에 의하면. 단기간 감량한 체중을 2년 이상 유지하는 사람은 전체 다이어트의 약 3%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5년이 지나면 대부분은 원래 체중을 회복하거나 오히려 증가한다. 즉, 다이어트는 ‘시작하기는 쉽지만, 끝까지 지키기는 극도로 어려운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반복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일까?

다이어트를 부르는 다양한 동기들

  • 첫째, 예방 의학적 차원에서 다이어트는 삶을 지키는 실천이다.

    오늘날 비만은 단순히 체형의 문제가 아니다.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관절 질환, 일부 암의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복부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만성 염증을 촉발해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연구에 따르면 체중의 5~10%만 줄여도 혈압과 혈당이 안정되고, 심장병 위험이 낮아진다. 따라서 다이어트는 단순히 “예뻐지기 위한 선택” 이전에, 의학적인 면에서 건강 수명을 지키는 예방적 실천으로 처방되기도 한다.
    중년 이후에는 상황이 더 절실하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율은 떨어지고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식습관이라도 체중이 쉽게 늘고, 늘어난 체중은 다시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든다. 결국 다이어트는 단순한 외모 관리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 둘째, 날씬함이 곧 능력으로 읽히는 사회적 인정 욕구가 다이어트를 부추긴다.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외모는 대인관계와 사회적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자 페스팅거(Festinger)는 사회비교이론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미디어와 SNS 속 이상적인 몸매가 비교의 기준이 된다. 날씬한 몸은 이제 단순한 아름다움의 상징을 넘어, 자기 관리와 능력의 지표처럼 여겨진다. 실제 연구에서도 체형이 구직이나 대인관계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SNS는 이러한 경향을 더 강화한다. 인스타그램 속 “완벽한 몸”은 일상의 기준처럼 자리 잡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쉽게 자신을 불만족스럽게 느낀다.
    이 과정에서 다이어트는 ‘선택’이 아니라 ‘압박’이 된다. 날씬해야 사회적 인정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체중 관리에 끊임없이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 셋째, 다이어트는 자존감과 자기 통제의 경험을 통해 심리적 성취를 가져다준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는 행위가 아니다. 식습관을 조절하고 운동을 지속하며 체형이 바뀌는 경험은, “내가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준다. 심리학자 반두라가 말한 자기효능감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성공적으로 체중을 줄였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단순한 외모 개선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힘을 강화한다. 이 경험은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다른 삶의 영역에서 도전할 용기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동기는 양가적이다. 다이어트가 잘될 때는 강력한 보상과 자신감을 주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무력감과 자기비난으로 이어지기 쉽다. 결국 자존감과 통제감은 다이어트를 유지하는 힘이면서도, 동시에 좌절의 위험 요인으로 작동한다.
  • 넷째, 특별한 이벤트는 단기적이고 강력한 다이어트 동기를 형성한다.

    결혼식, 졸업식, 여행, 사진 촬영 같은 특별한 이벤트는 강력한 다이어트 동기를 제공한다. 이때 체중 관리 목표는 마치 프로젝트처럼 분명하고, 단기간 집중이 가능하다. 흔히 말하는 “웨딩 다이어트”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동기는 짧은 기간 안에 눈에 띄는 변화를 가능하게 하지만, 문제는 이벤트가 끝난 뒤다. 목적이 사라지면 규칙적인 관리도 쉽게 중단되고, 반동으로 과식이나 체중 증가가 나타나기 쉽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벤트 중심 다이어트는 감량 유지율이 낮다는 결과가 보고된다. 즉, 단기 목표는 추진력을 주지만, 장기적인 습관 형성에는 한계가 있다.
  • 다섯째, 날씬함을 규범으로 만드는 사회문화적 압력은 다이어트 집착을 심화시킨다.

    오늘날 날씬한 몸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규범처럼 작동한다. 특히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선택을 크게 좌우한다. 사회적 평가는 곧 자기 가치감이 저하되는 요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사회적 의무’처럼 받아들인다.

SNS는 이러한 문화를 더욱 강화한다. 누구나 자신의 일상과 몸을 공개할 수 있고, 또 쉽게 평가할 수 있는 환경에서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은 곧바로 비교의 대상이 된다. 이런 환경은 날씬함에 대한 강박적 집착과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부추기며 사람들을 반복적으로 다이어트에 몰입하게 하지만, 동시에 실패했을 때는 열등감과 자기혐오를 키우며 신체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이어트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심리적 조건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위해서 식이 요법으로 간헐적 단식, 저탄수화물·고단백 식단, 클린 이팅 등을 실시하고, 운동으로 헬스, 필라테스, 요가 등을 활용한다. 또한 테크놀로지 기반 접근으로 다이어트 앱과 스마트워치를 통해 자기 모니터링(Self-monitoring)을 실천하기도 한다. 여기에 단백질 쉐이크나 다이어트 도시락, 약물(예: GLP-1 작용제) 복용, 지방분해 시술, 위 우회술 같은 의학적 개입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들의 매력은 ‘즉각적 성과’와 ‘명확한 규칙’에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쾌락 추구,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충동적 섭식—은 이러한 시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결국 다이어트 방법은 단순히 “살을 빼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삶을 통제하려는 욕구와 정서적 안정의 본능이 얽힌 과정이다. 따라서 장기적 성과를 내려면 자기 조절력을 증진하여 심리적 만족과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 형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이어트 실패의 심리적 함정

  • 첫째,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이다.

    단기간에 큰 폭의 감량을 추구할수록 달성 가능성은 낮아지고, 좌절 경험은 자기효능감을 약화시킨다. 결국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어져 중도 포기 가능성을 높인다.
  • 둘째, 감정적 섭식은 다이어트의 가장 흔한 적이다.

    스트레스나 불안을 음식으로 해소하는 순간적 위안은 오히려 죄책감과 체중 증가를 불러오며, 위로 섭식–후회–재섭식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 셋째, 생리적 저항도 무시할 수 없다.

    체중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식욕 조절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며, ‘플래토 현상’이라 불리는 정체기가 찾아온다. 이는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니라 신체가 체중을 방어하려는 생리적 기제다.
  • 넷째, 사회적·환경적 요인 또한 걸림돌이다.

    풍요로운 음식 환경, 외식 문화, 주변의 무관심은 개인의 노력을 방해한다. 지지 없는 다이어트는 고립된 싸움이 되기 쉽다.
  • 다섯째, 완벽주의와 흑백논리적 사고는 실패를 증폭시킨다.

    “한 번 실패하면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사고방식은 극단적 제한과 폭식의 반복을 낳아 요요현상을 강화한다.

다이어트 성공을 돕는 심리적 조건

  • 첫째, 현실적 목표 설정이다.

    단기간 성과보다 생활 습관의 점진적 변화를 목표로 삼을 때 작은 성취가 누적되고, 이는 자기효능감을 지켜주며 장기적 지속성을 높인다.
  • 둘째, 내적 동기의 강화가 필요하다.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건강 유지’나 ‘삶의 질 향상’처럼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에 기반할 때 행동은 장기간 유지된다.
  • 셋째, 인지행동적 개입은 효과적인 도구다.

    왜곡된 사고를 교정하고, 감정과 섭식 행동의 연결을 재인식하게 하여 감정적 섭식을 줄이고 자기 통제를 회복할 수 있다.
  • 넷째, 마음챙김 기반 접근도 주목된다.

    마음챙김 식사(Mindful Eating)는 음식 섭취 과정을 의식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무의식적 과식을 줄이고, 정서적 안정까지 도모한다.
  • 다섯째, 사회적 지지와 환경 조성은 필수적이다.

    가족과 친구, 전문가의 지지는 행동 변화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며, 동시에 집 안 음식 환경의 구조적 조정은 개인 의지력에 과도한 부담을 덜어준다.
  • 여섯째, 자기 자비(Self-compassion)는 장기적 성공에 중요한 자원이다.

    실패를 자기 비난이 아니라 학습의 기회로 전환할 때, 회복탄력성은 강화되고 다이어트는 일시적 도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

체중계 숫자 너머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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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심리적 자기조절, 생리적 적응, 사회적 지지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통합적 과정이다. 실패의 원인은 비현실적 목표, 감정적 섭식, 생리적 저항, 사회적 압력 등 다차원적 요인에서 비롯되며, 이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로 다이어트 산업은 사람들의 반복적 실패를 기반으로 성장해왔고, 미디어는 ‘날씬한 몸’을 성공의 상징으로 내세워 비교와 압박을 강화해 왔다. 오늘날 체형에 대한 압력은 성별과 세대를 넘어 확산되면서, 다이어트는 전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따라서 다이어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행동 변화와 더불어 ‘날씬해야 성공한다’는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내적 동기, 인지행동적 개입, 마음 챙김, 사회적 지지, 자기 자비 같은 심리적 자원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하며 삶의 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식습관과 신체 활동을 체중 감량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돌봄(self-care)의 과정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다이어트의 진정한 성과는 단순히 감량된 체중의 수치로 평가하는 것에 있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신체상을 확립하고 자기 조절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지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의 삶의 질과 신체·심리적 돌봄을 포괄적으로 증진하고 실천하는 핵심적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