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0 No.6 2023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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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따른 건강관리


정혜선

글. 정혜선 대한환경건강학회 회장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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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기록적인 기후위기

지난 8월, 지상낙원 하와이가 거대한 산불에 휩싸였다. 111명이 사망하고, 850명이 실종되었다. 2021년에도 하와이는 대형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62배 이상을 불태운 적이 있다. 캐나다도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역대급 산불이 발생해 17만명이 대피하였고, 캐나다 내의 모든 지역이 영향을 받았다. 2021년에도 엄청난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420만개의 면적을 불태웠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7월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성경 속 재앙을 닮았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강원도 고성, 경북 안동 등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하였다. 금년에 발생한 산불은 지난해보다 38% 증가하였고, 산불의 피해 면적도 7배 증가하였으며, 재산피해도 1조 3,452억원에 달하는 등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유엔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이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이라고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대형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구온난화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오르고 건조해지면서 야간에도 산불의 세력이 줄어들지 않아 산불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밤에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산불이 주춤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밤낮없이 산불이 번져나가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나무와 토양에 저장되어 있던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된다. 이렇게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켜 다시 화재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 산불 발생 → 나무와 토양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 → 온난화 발생 → 화재 발생 가능성 높아짐 → 산불 발생 (악순환의 고리)
아마존이 변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아마존이 삼림 벌채와 산불로 파괴되어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탄소 배출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우림은 지구의 열대우림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하고 있어서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데, 이런 아마존이 산소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등의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대기 중의 가스로,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이산화탄소를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선언하였다.

  • 6대 온실가스 :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
폭염과 대홍수

한편 리비아에서는 지난 9월 대홍수가 일어나 11,300명이 사망했다. 홍수가 난 데르나의 인구가 10만명이니 이 도시의 10% 이상이 사망한 것이다. 홍수가 발생한 이유 중의 하나도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17배나 큰 리비아는 대부분의 면적이 사하라사막이기 때문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매우 건조한 지역인데 이곳에 비가 쏟아져서 댐이 파손되고, 도시 전체가 파괴되었다. 습한 지역에 비가 오면 토양이 물을 흡수하여 홍수 위험을 완화시키지만 리비아 같이 건조한 지역은 비가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지표면에 머물기 때문에 홍수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난다. 특히 금년 여름에는 리비아에 기록적인 더위가 발생했는데, 더위로 인해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보유하면서 폭우를 유발한 것이다. 지중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3℃ 올랐기 때문에 바닷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대륙으로 유입되어 폭우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 지구온난화 → 빙하와 만년설이 녹음 → 해수면 온도 상승 → 바닷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량 증가 → 수증기가 대기로 유입 → 폭우 발생
지구온난화 속도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온실효과가 발생해 지구 표면의 온도가 점차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상에서 빙하가 가장 팽창했던 시기부터 약 1만 년에 걸쳐 지구의 온도는 4℃ 상승했다. 1℃ 올라가는 데 2,500년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100년 만에 지구 온도가 1℃ 상승했다. 25배나 빠른 속도이다.

우리나라의 온난화 속도는 더 빠르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계속 상승해 왔는데, 지구 온도가 1℃ 올라가는 데 100년 걸린 반면,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30년 만에 1℃ 상승했다.

지구온도가 산업화가 시작된 1800년대보다 1.5℃ 이상 올라가면, 재앙적인 기후변화가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구 온도는 2022년에 벌써 1.26℃ 올라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까지 지구의 연평균 기온상승이 1.5℃를 넘을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세계는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후위기는 건강위기

기후위기는 우리의 생명과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먼 미래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 시점에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특별보고서(2018)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 영향과 간접적 영향으로 정리하였다. 직접적인 영향은 고온 노출에 의한 온열질환, 호흡기질환과 심뇌혈관질환과 같은 비전염성 질환의 발생, 가뭄・홍수・폭염・폭풍우 등과 같은 극한 기상현상에 의한 직접적인 외상과 사망이 있다. 간접적인 영향은 생태계의 변화, 음식과 물의 질 변화와 매개체의 분포 변화로 인한 감염병의 발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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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질병관리청,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요약보고서, 2022)

온열질환은 체온을 상승시키고, 혈관을 확장시키며, 심박수 및 호흡수를 증가시키고,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하고, 응고변화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심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등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기저질환자나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들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는 사람에게 병원체를 옮기는 모기나 진드기, 설치류와 같은 매개체의 서식 환경을 변화시켜 감염병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비브리오패혈증과 같은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과 살모넬라감염증, 노로바이러스감염증 등의 장관감염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데, 산불은 엄청난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방출한다. 산불에서 발생한 먼지와 그을음은 호흡기질환, 피부질환 등을 일으킨다. 산불의 미세먼지 데이터가 공개되는 43개국의 자료만 보아도 연평균 3만명 이상이 산불로 인해 조기 사망하고 있다. 기온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대기오염물질은 오존이다. 오존은 다양한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며, 심장자율기능 이상 등을 초래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폭염은 호르몬과 중추신경에도 변화를 일으켜 치매와 범죄율까지 증가시킨다. 이상기후와 재난 속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환경불안증(Eco-anxiety)' 또는 '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 등의 용어로 설명되는 정신건강 문제는 환경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오는 만성적인 무력감, 식욕감퇴, 분노, 죄책감, 우울감을 가리킨다. 특히 청년세대들이 이같은 기후 불안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문제는 건강불평등을 더욱 확대시키며, 기존의 질병부담을 가중시켜 건강보장의 실현을 위협한다. 특히 기후변화는 여성, 소아청소년, 고령자, 경제수준이 낮은 사람 등 주로 사회취약계층의 건강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작년에 우리나라에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에 세들어 살던 일가족 3명이 익사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와 같은 현상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글로벌변화연구프로그램(USGCRP)에서는 기후변화가 사람의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노출경로 모식도를 작성하였다. 노출경로는 건강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환경 및 시설적 측면, 사회 및 행동적 측면 요인들의 맥락 내에서 함께 영향을 받는다. 사회 및 행동적 측면은 성, 연령, 경제적 수준, 기저질환과 같이 개인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이 있고, 환경 및 시설적 측면은 자연 및 건축 환경, 거버넌스, 기관과 같이 보다 큰 규모의 요인들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노출, 민감도, 적응 능력 등에 변화를 야기하여 개인 및 집단 단위의 취약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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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기후변화와 건강영향 모식도(미국 글로벌변화연구프로그램, 2016)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2022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다같이 집단자살하게 된다고 하였고, 지옥행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전 세계가 연대 협정을 하지 않으면 집단 파멸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였다.

지구의 상승 온도를 1.5℃로 제한하면 생물의 다양성, 건강, 생계, 식량안보, 인간안보 및 경제성장에 대한 위험이 대폭 감소한다.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사회가 실현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이산화탄소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일상생활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화변화에 적응함으로써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