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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건강협회 건강안전연구소 산업안전 컬럼 ]

산업안전 영역의 이해관계자관점에서
바라본 중대재해 예방 제언

글. 강주성

  • 직업건강협회 건강안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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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직업건강협회 건강안전연구소장입니다. 지난 2월 20일 금요일 영등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중대재해전문가넷’ 심포지엄에 참석하였습니다. 국내 많은 전문가 분들이 참석하였으며 특히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이신 권영국 변호사님, 강태선 교수님 그리고 국회의원, 학계 교수, 노동계 양대 노총, 산재 유족 대표분들, 고용노동부 등 산업안전분야 다양한 Opinion Leader분들이 참여하시어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본 심포지엄에 참석하면서 연구소장으로서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의견을 제안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중대재해 감소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래의 컬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 4년, 산재사망은 왜 줄지 않는가?”이다. 우리나라의 중대재해 감소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본 주제와 관련된 다른 많은 발표회, 토론회에 참석해 왔고 이번 심포지엄에도 동일한 마음으로 어떤 논의가 진행되는지 관심 속에 참석하였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25년 한 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하고 많은 활동을 전개하였고,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영국 산업안전보건법령의 구조와 집행’, ‘산업생태계의 자기규율적 산재예방 거버넌스 수립’ 2건의 발제와 함께 전문가 여섯 분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의 발제문과 토론에서 다양한 의견 개진이 있었으며,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의무열거형’ 법령의 한계를 ‘위험관리형’ 법령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의 논의가 있었다. ‘위험관리형’이라는 키워드를 보면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또 다른 진전이 있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며 토론회를 마쳤다.
그런데 돌아오는 내내 계속 마음 한곳에 뭔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아 있었다. 중대재해를 현저하게 감소시킬 핵심 요소가 있을 텐데 늘 그 핵심이 간과되고 있는 느낌. 그래서 그 핵심요소가 뭘까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았다. 그동안 현장에서 다양한 산업안전보건 경험 속에 느꼈던 안전의 필수요소와 함께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내용을 정리해 보았고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동안 중대재해 근절 또는 감소를 위해 정부, 노동계, 산업계, 학계 모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중처법이라는 강력한 정책을 ‘22년 도입하였고 많은 토론과 제도 제안이 이루어졌다. 산재사망만인율이 ‘22년 0.43에서 ‘23년 0.39로 다소 낮아졌지만 중처법 도입 시에 기대했던 현저한 소위 드라마틱한 중대재해 감소는 없었고 ‘25년 통계가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25년 3분기 사망만인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중대재해전문가넷’의 토론은 이 문제를 다루었다.
저자는 이제 중대재해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다르게 전환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산업안전 영역의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에서 본 사안을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산업안전 영역의 이해관계자에는 노동자, 사업주, 정부, 노동조합, 지역사회, 관련업체, 관련기관, 투자자, 고객/소비자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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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노동자, 사업주, 정부, 노동조합 4개 영역이 중요한 이해관계자라고 판단된다. 사업주는 산업현장의 안전문화와 안전투자 결정권 등의 중심에 있고, 정부는 각종 정책수립과 법적용을 통해 산업안전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사업주와 노동자의 중간에서 사업주에게 산업안전에 대한 필요사항을 요구함으로써 그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겠다. 이들 이해관계자들 간 역학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가지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 사업주, 정부 모두 노동자에게 뭔가를 하도록 요구하며 정책을 지원, 제공하는 데 머물고 있다는 점, 즉 실제 행위의 주체인 노동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과 관심은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업주가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가 어떤 법적,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나? 노동조합이 무엇을 사업주에게 요구해야 하나 등의 관점에서 중대재해를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노동자의 관점에서(노동자 당사자가 되어) 노동현장에서 안전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노동자들의 학습의 현실은 어떠하며, 노동자들이 실제로 안전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점검해야 할 때라고 본다. 노동자의 관점에서, 시각에서, 입장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심포지엄 토론 주제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의무열거형이 아닌 위험관리형 측면에서 위험관리의 주체(사업주, 노동자 모두 위험관리 주체라고 본다)이자 행위의 주체인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도록 모든 제도와 활동을 재점검하여야 한다. 강조하건대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산업안전에서 최종 행위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를 전쟁터에 비유하면, 전쟁터에서 승리하려면 훌륭한 지휘관과 전략, 지원이 필수이지만, 또한 중요한 factor는 최전선에서 싸우는 병사의 사기, 총을 다루는 기술, 적이 어디에 있고 어떤 목표를 향해 총을 쏘아야 하는지 등 병사의 입장이 중요한 것과 같다고 하겠다.

저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안전교육 및 안전활동은, 노동자가 배제되고 사업주, 정부, 노동계, 정치권 각자의 입장에 의해서 “주어지는 안전활동"이다 보니 노동자는 어느새 수동적이 되었고 그 결과를 전달하는 주입식 안전활동과 정책이 아직도 논의되고 있다. 이제는 노동자가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안전활동을 고민할 때이다.

저자가 경험한 현장의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A라는 사업장에 근골격계질환 예방교육을 요청 받아 갔는데 저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이었다. 약 120여 명의 직원들이 8시간 근무 후 퇴근 준비를 하고 비좁은 교육장(식당을 교육장으로 함께 대체 사용)에 모여서 45분간 위험성평가 결과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거의 모든 직원이 피곤함과 함께 졸고 있었고 담당자는 1시간 안전교육 실적을 위해 서명을 계속 강조했다. 1시간 교육에 단 1분만 넘어도 시간외 수당 초과지급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여 내게 주어진 근골 예방교육 강의는 10분만에 종료되었다. A사업장의 안전교육은 그리고 위험성평가는 그렇게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

50인 미만 B라는 사업장에서의 일이다. 위험성평가는 작업표준을 읽고 작업절차에서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위험정도를 평가하여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면 개선을 진행해야 하는데, B사업장에는 작업표준이 없었다. 물론 위험성평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상당수는 우선 작업표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작업표준이 없으니 위험성평가를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작업표준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도 직원들이 작업표준을 한번이라도 정독하고 이해하고, 위험 인자를 학습하고 토론할 기회는 없었다. 중견기업에서조차도 관리감독자들이 작업표준을 정독하고 실제로 위험성평가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위험성평가는 안전담당자 또는 잘해야 해당 작업 key-job직원이 대표로 혼자서 수행하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위험성평가는 작업표준에서 출발하여 노동자들이 “전원참여”하여 자신의 작업표준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험성평가를 직접 실시하여야 하는데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그 결과만 안전교육의 이름으로 전달받는데, 그나마 있는 안전교육시간의 대부분은 졸음시간으로 채워지고, 실질적인 학습은 없는 법적 요건만 충족하는 안전교육이 현장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위험성평가 의무화, 안전보건 공시제 도입 등 큰 변화가 있고 특히 노동자의 참여를 강조하는 부분은 매우 고무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의 위험요소를 직접 확인하고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노동자 전원이 참여하여 학습하고 이해하고 개선사항을 주도적으로 제안하면서 동시에 개선을 수행하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접근해야 한다.

Top-down이 아닌 Bottom-up 방식으로 노동자가 직접 학습하고 토론하고 고민해서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여기서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의견을 내면, 사업주가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이 부분이 원활치 않으면 노조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정비작업이나 건설업처럼 비정형 작업이 많은 경우에는 작업 전에 사전에 충분히 위험요인을 상호 논의하고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여기서 ‘충분히’라는 단어를 충족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하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사업주에게만 의무로 부과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정비/건설 작업 전 ‘충분히’ 위험요인을 파악해도 예상치 못한 어쩔 수 없는 사고들이 있겠지만, 정부가 사망만인율을 0.29까지 낮추려는 의지를 실현시키고자 한다면 노동자가 중심이 되고 안전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산업안전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새로운 시각에서 고민하고 각자의 역할을 재구성하고 사업주는 필요한 지원이 어떤 것인지, 정부는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지, 특히 노동조합은 어떻게 노동자와 함께 현장을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제는 정말 중대재해가 감소하고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이상 ‘중대재해전문가넷’ 심포지엄에 참석한 소견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