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9 No.02 2022.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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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보건관리자의 하루

글. 김현정

  • ㈜ 아성다이소 남사물류허브센터 보건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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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8일, 코로나 방역활동은 벌써 2년이 다되어 가고 한 해 업무 마무리와 개별 업무 고가로 일주일 동안 정신이 없었는데 아직 올해 업무의 마지막 큰 고개를 넘어야 하는 날이었다. 바로 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 인증” 현장 평가 날이었기 때문이다. 준비한다고 11시, 12시에 출근하고 했더니 긴장감 보다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던 것 같다.
10년 이상 보건관리자로 업무를 하면서 처음 보건관리자 업무를 제대로 아는 분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진심어린 칭찬과 격려를 받았던 것 같다. 감사했고 속이 후련했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다른 보건관리자분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법적 사항 뿐 아니라 그 외 업무들도 챙겨야 될 것들도 많은데 보건관리자로서 나름 소명감으로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회사에서 인정받기는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되겠냐 생각하며 스스로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감사히 생각하려 한다.

물류센터 보건관리자로 근무한지 7년째다. 물류센터 업무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었고 제조업에서만 보건관리자로 근무해서 제조업 보다는 위험한 작업장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원하고 근무를 시작했었던 것 같다.
2018년부터 전직원 직접채용을 하고 있지만 입사 초기에는 직원의 반은 아웃소싱 업체 소속이었고 입퇴사가 잦았고 건강문제가 있어 보이는 분들이 있어도 그분들의 정보를 알 수도 없었다. 로비에서 어떤 입사한지 이틀 된 분을 만났다. 피부 전신이 누렇게 보였고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데 공막도 노란색이었다. 키도 작고 몸도 40킬로 남짓 되어 보이는 외소한 체격이었다. 일주일 전 간이 안좋아 복수를 빼고 퇴원했다는 말과 함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주간 근무자는 아침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손바닥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건강관리실로 찾아왔다. 업무상 그런 외상이 발생될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보건관리자로서 그냥 소독만 해달라는 퉁명스러운 말대로만 하고 보낼 수는 없었다. 외상 사유를 알고 현장에 개선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직원은 주간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야간에는 또 다른 업무를 하고 매일 2~3시간만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투잡을 하는 중 병이 깨지면서 손바닥을 베였다는 것이었다. 수면을 제대로 못 취한 상태로 작업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사고 위험도 높아질거라 생각이 들었지만 그 직원의 사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투잡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얘기 할 수도 없었고 그냥 간단히 소독과 지혈을 하고 병원에서 봉합하도록 안내를 드렸다. 그 후 물류센터는 투잡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동료들로부터 듣게 되었다.

내가 물류센터 근무자분들을 너무 모르고 있었고 이런 상태로 보건업무를 할 수가 없었다. 먼저 아웃소싱 소속이든 신규 입사자는 혈압, 혈당검사와 함께 전체 건강상담을 실시했었고 매년 전직원 대상 건강습관 실태조사와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타 기관 의뢰 없이 직접 실시하였다. 수축기압이 200mmhg이 넘어도 약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들, 당뇨약이나 인슐린의 복용법을 모르는 상태로 그냥 식사와 상관없이 주사와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전체 흡연율도 우리나라 흡연율보다 높았고 특히 여성 흡연율이 이렇게나 높은지 결과를 보고 놀랐지만 어떻게 방향을 잡고 어떻게 추진해야 될지 정리가 되었다. 매년 이 설문들을 하고 있고 매년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은 참 재밌는 일이다.
생각보다 “어떤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하는 분들도 많고 흡연율이 높지만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분들이 80% 이상이다. 직무스트레스 평가에서는 팀별, 연령별, 업무별, 근속 년수별 내가 궁금한대로 자료를 분석해보는데 직원분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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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증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전 홍보와 인식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여 입사 초기에는 보건소와 연계하여 여러 캠페인을 실시하였고 최소 매년 4회 이상 건강관리 관련 전직원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혹서기에는 “건강하게 물마시기”, “물병 갖고 다니기”등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여름에 물류센터는 그늘에서 작업을 하지만 건물구조나 업무 상 더위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탈수 및 온열진환 예방이 매우 중요한데 작업장에 더위지수를 항상 체크하고 공유하고 이에 따른 조치를 하고 있다. 또한 건강증진 인식수준 향상을 위해 매달 건강소식지와 회사 소통채널 소식지인 “디딤돌”에도 건강관리 정보들을 계절과 이슈에 맞게 게시를 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컨베이어 작업이 대부분이라 실제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것이 주위 동료의 배려가 없으면 어렵고 눈치가 보인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일반 사업장 보다도 홍보도 중요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센터장님과 각 팀에서의 협조와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건강증진프로그램 요구도 조사에서 항상 “근골격계질환 예방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팀에서 가장 높았다. 그래서 인간공학기사 자격증도 따고 여기저기 근골격계 질환 예방 스트레칭 등 자료를 찾아보며 상체를 많이 사용하는 물류센터 작업에 맞게 스포밴드를 이용한 스트레칭을 만들었고 요청한 팀 현장에 방문하여 설명하고 시범보이고 했는데 호응이 좋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전직원 오후 스트레칭 시간을 추가로 배정해 주었다. 지금까지 실시한 프로그램 중 직원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미술심리요법으로 회사에서는 “휴(休)프로그램”이라 부른다. 매주1회, 총 6주간 근무 중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코로나 시국에도 센터장님의 지원과 함께 5년동안 실시해왔다. 본인 업무하기에도 바쁘고 입퇴사가 잦다보니 마주보고 일하는 동료의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있고 상담을 해보니 회사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휴프로그램을 할 때는 자기 이야기도 하고 다른 사람 얘기도 듣고 서로 감정을 나누고 이해하고 하는 여러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런 색다른 경험을 회사에서 무료로 그리고 근무시간에 한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긴하다.

2021년 연말에 회사에서 “모범 직원상”을 받았다. 보건관리자로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속상하기도 즐겁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그래도 보건관리자로 일하길 잘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보건관리자로 일하는 것은 주위의 도움과 협조가 없으면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모범 직원상을 받으며 오히려 주위 도움주신 분들에게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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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보건관리자님(사진 왼쪽에서 첫번째)이 건강증진활동을 수행한 ㈜아성다이소 남사물류허브센터가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 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김현정 보건관리자님은 2016년부터 ‘휴프로그램’, ‘짬짬이 스트레칭’ 등 프로램을 실시하였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하여 뇌심혈관질환 예방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건강증진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근로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보건관리 활동을 하신 김현정 선생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