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직업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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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이미라 선생님. 먼저 짧은 회사 소개와 함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근무하는 LIGD&A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산업 분야의 전문기업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건강검진 사후관리와 건강상담, 작업환경관리, 화학물질 관리, 근골격계질환 및 직무스트레스 예방, 보건교육과 건강증진 활동 등 임직원의 건강과 관련된 여러 업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현장은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보건관리자의 역할도 그만큼 넓어졌고요. 그 변화 속에서 저 역시 필요한 것을 새롭게 배우고, 우리 사업장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며 일해 왔습니다.
돌아보면 제 일의 대부분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작업 현장을 함께 둘러보며, 때로는 일이나 삶에서 힘든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제게는 ‘현장’이 가장 익숙한 자리입니다. 누군가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그곳에서 필요한 일을 찾아가는 사람, 그 정도가 지금의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최근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정부 최고 권위의 ‘산업포장’을 수훈하셨습니다. 이렇듯 뜻깊은 영예를 안으신 소감 한 말씀 청해 듣고 싶습니다.
수훈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기쁨보다 얼떨떨한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 걸까.’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참 오래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장에서 일하면서 어떤 성과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할 겨를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찾아 해결하는 데 더 바빴던 것 같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며 직원들을 만나고, 문제가 보이면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필요한 제도나 프로그램이 없으면 하나씩 만들어보기도 했고요. 당시에는 그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는데,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덧 30여 년이 되었습니다.
사진: 산업포장 수훈의 순간
수상 소식을 듣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일’보다 ‘사람’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건강상담을 하며 속마음을 나누었던 직원들, 건강증진 활동에 함께했던 분들, 그리고 긴 직장 생활을 건강하게 마치고 정년퇴직 인사를 건네던 분들의 얼굴이 하나둘 생각났습니다. 제 30여 년의 시간은 결국 그분들과 함께 만들어온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산업포장은 제게 하나의 상이라기보다 오래 걸어온 길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게 해준 고마운 쉼표처럼 느껴집니다. 그 뒤에도 제가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겠지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제가 배우고 경험한 것을 필요한 곳에 나누면서 다음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Q 현재 직업건강협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협회에서의 활동이 이번 수훈에 어떤 특별한 계기나 도움이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직업건강협회는 제가 한 사업장의 보건관리자에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시각으로 직업건강을 바라보게 해준 곳입니다. 여러 업종의 보건관리자들을 만나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면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현장에는 이론이나 법규만으로 답을 찾기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 먼저 비슷한 일을 겪어본 선배와 동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현장 사례를 후배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어렵게 돌아갔던 길을 후배들은 조금 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협회를 통해 교육과 멘토링, 직업건강 분야의 여러 활동에 참여해 온 경험도 이번 수훈에 의미 있게 반영되었으리라 봅니다. 무엇보다 협회 활동을 하면서 경험은 혼자 가지고 있을 때보다 나눌 때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Q 현재 소속된 회사에서는 보건관리를 어떻게 구축하여 운영하고 계신가요? 오랜 시간 보건관리자로서 현장을 지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보람 있었던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건강검진과 사후관리, 작업환경관리, 근골격계질환과 직무스트레스 예방, 화학물질 관리, 보건교육과 건강증진 활동까지 다양한 업무를 해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따뜻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건강구름팀’입니다.
건강에 관심 있는 직원 10명과 자발적인 건강증진 활동을 해보자는 뜻을 모아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희망구름’처럼 건강한 생각과 실천도 구름처럼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건관리자가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참여를 권하기보다 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절주와 걷기, 스트레스 관리, 건강정보 제공, 체험 프로그램과 캠페인 등 우리에게 필요한 활동을 하나씩 만들어갔습니다.
특히 절주 활동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딱딱한 교육 대신 절주 캐롤송과 홍보 동영상을 만들고 팀별 동영상 경연대회도 열었습니다. 관리자들도 절주 실천 서약과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에 함께했고, ‘0·1·2·0·1·2’라는 우리만의 절주 슬로건도 만들었습니다. 작은 팀에서 시작한 구호가 대표이사의 전사 공표로 이어졌을 때는 참 뿌듯했습니다.
건강구름팀을 통해 저도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건강관리는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할 때 비로소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함께했던 분들과 만들어간 시간은 지금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Q 긴 시간 현장을 지키신 만큼 슬럼프가 찾아오는 순간도 있으셨을 텐데, 이를 이겨내는 이미라 선생님만의 노하우를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보건관리자의 업무는 오늘 한 일이 내일 바로 성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방이라는 일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서야 그 의미를 확인할 때가 많아 저 역시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럴 때 힘이 되어준 것은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가던 타사의 선배 보건관리자들이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그분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나만 겪는 어려움은 아니구나’ 싶었고,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늘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사진: 이미라 보건관리자의 현장 점검
‘나는 이 일을 좋아하고 있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도 ‘그렇다’입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었다기보다 선배들의 한마디에 기대기도 하고, 제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다시 확인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Q 지난해 출간하신 수필 『감성멘토의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울림을 전했습니다.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선생님의 삶에서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취미가 ‘낙서’라고 말할 만큼 평소에도 끄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음에 남는 문장이나 문득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 두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옮겨보기도 합니다.
이전에 공저 『인생수업, 제법 한 나이가 되었습니다』에 참여하면서 살아오며 맺었던 여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적이 있습니다. 쓰다 보니 스쳐 지나간 줄 알았던 사람과 시간들이 제 안에 꽤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언젠가는 제 삶에서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씩 구체화되었습니다.
그 마음이 이어져 『감성멘토의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라는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거창한 생각보다는 살아오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제 언어로 한번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또 다른 나를 글로 만나는 과정’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미처 몰랐던 제 마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지나온 사람과 시간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합니다. 잘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저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해, 글은 앞으로도 제 곁에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Q 보건관리자로서 지녀야 할 역량 중 가장 으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제 마음에 자주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온심(溫心)’, 따뜻한 마음입니다.
오랜 시간 이 일을 하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도 필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없다면 그 지식이 현장에 온전히 닿기는 어렵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힘들다는 말에 한 번 더 귀 기울이는 것. 저는 그런 온심(溫心)이 보건관리자가 가장 오래 간직해야 할 마음이라고 믿습니다.
사진: 회의 중 시선을 마주한 이미라 보건관리자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새로운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보건관리 업무를 하면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건강도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스스로 참여하고 변화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일입니다. 마음이 지치면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때로는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근로자의 정신적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좀 더 깊이 고민해보려 합니다. 국제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을 활용한 스트레스 관리와 상담, 글쓰기 등을 보건관리 현장에 접목해 몸과 마음을 함께 살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려 합니다.
글쓰기도 제 삶에서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 계절과 일상에서 발견한 생각들을 제 언어로 담아 다음 이야기도 천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인터뷰를 끝맺으며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동료 및 후배 보건관리자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혼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이 막막할 때는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이야기가 힘이 되었고,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며 다시 방향을 찾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보건관리 노력이 내일의 결과로 바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동안 해온 일들이 어느새 현장의 변화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 역시 여전히 배우고 고민하는 보건관리자입니다. 이제는 제가 선배들에게 받았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조금씩 돌려주고 싶습니다. 먼저 걸어오며 알게 된 경험을 나누고, 필요할 때 편하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선배로 곁에 있겠습니다.
30여 년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이 길에는 배울 것이 많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고 계신 모든 보건관리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