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관리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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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보건관리자의 하루
글. 최형민
- 삼성물산 평택사업장 보건관리자
안녕하세요. 산업간호사 최형민입니다.
현재 저는 건설업 보건관리자로서 평택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건설업의 메가 프로젝트 업무는 때론 어렵고 힘들지만, 함께 일하는 많은 보건관리자 선생님들과의 협업과 체계적인 업무분장을 통해 분야별 전문가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 위 사진은 삼성물산 평택사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작업환경 관리(작업환경측정, 화학물질 유해위험성 검토, 특별관리물질 취급관리 등)입니다.
수많은 협력사들과 근로자들이 관리범위 안에 있기에 수시로 작업환경측정을 매달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시 작업환경측정은 신규 협력사와 신규 공정을 확인하여 진행합니다. 그리고, 특별관리대상물질을 취급하는 경우와 CMR 물질 중 화학물질 위험성평가를 바탕으로 고위험에 포함되는 경우 추가하여 측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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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삼성물산 평택사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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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은 MSDS를 기준으로 검토합니다. 제조업체에서 유해위험성을 적정하게 분류하여 작성하였는지, 유해위험성이 높은 제품은 대체가능한 제품이 있는지,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정보에 대한 작성이 영업비밀이나 비공개 자료에 해당하는지, 각 제품의 사용이 결정되면 전용보호구는 어떤 것을 착용하고, 보관 및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종합적으로 수행합니다.
또한, 특별관리물질의 취급은 현재 용접봉에 국한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일부 용접봉은 용가재와 모재와의 화학적 결합으로 인해 그 구성성분의 화학식이 불용성으로 변화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용접봉은 특별관리대상물질로 취급하여 취급일지작성과 고지, 관리요령, 화학물질 위험성평가, 수시 작업환경측정, 취급자의 특이적 증상(비중격 천공 등) 관찰 등을 병행하여 전문적인 관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퇴근 후에는 대학원(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산업전문간호사 석사과정) 수업을 들으며 학업을 병행하고, 그 외 대한건설보건학회 학술대회 활동을 통하여 국내·외 최신의 연구동향을 파악하는 등 다방면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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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산업간호를 시작한 지 벌써 7년 차가 되었습니다.
2017년도 항만공사 보건관리자를 시작으로, 당시의 저는 기껏해야 학과 실습 시간에 어깨너머로 배웠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때의 모든 순간은 소중한 경험으로 가득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의 저를 완성한 것은 그 소중한 순간들 속의 ‘아픈 기억’들입니다.
이글을 통해 전해드릴 말씀은 “아픈 기억일수록 마음 한편에 간직하는 편이 좋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어가며 깨달아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 위 사진은 삼성물산 평택사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제 실력이 좀 아픈 것 같네요”
2020 도툐올림픽 8강전 안세영 선수, 스포츠머그 인터뷰 중
2020년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기대주 안세영 선수가 8강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2위의 선수에게 패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경기 내내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투혼을 불사르고 난 후의 그 모습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릎의 상태는 어떠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다 괜찮아요. 그런데 다 괜찮은데, 제 실력이 좀... 조금 아픈 것 같네요.”
3년 후,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녀는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거머쥐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있어 아픈 기억은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설령 그 일들이 필연적이었을지라도 “내가 전문적으로 관리했다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을까?”, “내가 좀 더 옆에서 지지해 주었다면?”, “징후를 좀 더 빨리 알아챘다면?” “그 순간에 내가 주변에 있었더라면?” 하는 순간들입니다. 그것은 곧 자격지심이 되어 법적인 측면에서의 관리를 넘어 진성으로 보건관리를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습니다.
보건조치에 해당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방대하고, 관련 지식이 간호와 위생 분야의 전문적인 시각이 필요한데,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현장에서 우리는 인력편성에서도 여유가 없습니다. 인력은 고사하고 비용이 적정하게 편성되지 못하거나, 권한이 없는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진성으로 보건관리를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 위 사진은 삼성물산 평택사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제가 앞서 다짐했던 진성있는 보건관리라는 것은, 법적 조치를 넘어선 전문적인 관리와 자율안전보건관리체계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첫 번째, 법적인 사항을 지켰냐 안 지켰냐가 아닌 어떻게 준수했는지.
두 번째, 산업안전보건법 외에 위험물안전관리법, 화학물질관리법, 선박안전법,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등 타 법령을 이해하고, 계획을 수립하여 대책을 선정할 수 있는지.
세 번째, 직업성 질병과 작업관련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네 번째,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는지 등
이러한 다짐은 아픈 기억들로부터 비롯된 진성있는 보건관리에 대한 저의 신념이자 사명입니다.
우리 사회는 1980년대 경제의 급격한 고도성장으로 인해 사업의 대규모화로 위험한 기계·기구를 사용하게 되었고,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유해물질의 사용이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직업성 질병이 나타나는 등 중대재해가 급증하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제정하였고, 1990년 산안법 1차 전면 개정된 이후 30년 만인 2020년과 2021년에 기존의 산안법을 2차로 전면 개정하였습니다.
이듬해 1년 만인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추가로 시행되면서 사업주의 책임을 넘어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하여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조치에 대해 강조하고 새로운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중대재해감축로드맵이 발표되면서 안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여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도출하여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하도록 청사진을 그려냈습니다. 또한, 기술 및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하여 다양한 전문가(산업안전법령, 안전보건공학, 형가법 등)로 구성된 법령정비추진반을 구성해 제조, 건설 등 분야별 정비방안에 대해 전문가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 현재 산업안전보건의 흐름입니다.
역사는 늘 중요합니다.
지난 9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안전보건교육 주기가 변경되었습니다. 정부와 재계는 규제 혁신을 명목으로 안전보건 규제 완화의 요구를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노력이나 정책들이 끊임없이 순환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입장으로 인해 하나의 방향성으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은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바른 정책의 목표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직업건강협회,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한국산업보건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대한건설보건학회 등 여러 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석하여 전문성을 습득하고, 사업장에 적용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 산업간호사는 안전을 받아들이고, 산업위생을 이해하는 것이 그 출발이 되겠습니다. 안세영 선수가 그랬듯, 또 제가 그랬듯 아픈 경험과 기억들로부터 우리의 신념은 더욱 확고해집니다.
이글을 작성하며 아주 잊었다고 믿었던 시절의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이내 그 다짐을 다시 한번 되뇝니다.
여러분들에게 있어 아픈 기억은 어떤 것인가요?
* 위 사진은 삼성물산 평택사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