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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 시간 앉아 계셨나요?
앉아 있는 것도 ‘직업성 노출’입니다
글. 김주희
- 직업건강협회 출판·홍보위원
하루를 돌아보고 나서야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오늘 몇 시간을 앉아서 보냈을까?”
산업보건에서 ‘노출’이라고 하면 흔히 소음, 분진,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인자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무직 근로자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업무시간 중 가장 오랫동안 반복되는 행동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앉아 있기’입니다.
물론 ‘좌식 행동’을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인자 노출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장시간 지속되고, 근로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특성상, 좌식 행동 역시 ‘일하는 방식’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앉아서 일합니다
우리나라 근로 환경에서 ‘장시간 좌식’은 흔한 업무 특성입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제3~7차 근로환경 조사」 원시 자료를 분석한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조리직을 제외한 타 직종 종사자의 60.8%가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앉아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0년 55.7%보다 5.1%p 증가한 수치로, 다양한 직업군의 노동자가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앉아서 보낸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유럽산업안전보건청(EU-OSHA)은 ‘장시간 정적인 좌식(prolonged static sitting)’을 작업장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위험요인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사무직뿐 아니라 운전, 관제, 콜센터, 생산라인 등 업무 특성상 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다양한 직종에서 이러한 장시간 좌식이 발생합니다.
업무의 디지털화와 자동화는 우리의 일을 편리하게 만든 동시에,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던 작은 움직임마저 줄여 놓았습니다. 예전에는 자료를 전달하거나 서류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면, 이제는 많은 업무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됩니다. 편리해진 만큼, 우리는 움직일 이유를 하나씩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운동 부족’과 ‘오래 앉아 있기’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체 활동 및 좌식 행동 가이드라인」에서 좌식 행동을 별도의 건강 행동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체 활동 부족과 좌식 행동이 같은 개념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근무한 직장인이 퇴근 후 한 시간 동안 운동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사람은 권고되는 신체 활동량은 충족했을지라도,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운동을 얼마나 하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는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WHO는 오랜 좌식 생활이 성인의 전체 사망 및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과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성인은 좌식 시간을 제한하고, 가능한 경우 이를 다양한 강도의 신체 활동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합니다. 가벼운 강도의 신체 활동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상 이점이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운동 시간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줄이는 것입니다.
앉기의 반대는 ‘서기’가 아니라 ‘움직임’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할까요? 앉아 있는 것이 문제라면 온종일 서서 일하면 되는 것일까요?
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장시간 서 있는 것 역시 하지 정맥류 유발 등 근골격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앉아 있느냐, 서 있느냐’가 아니라 ‘한 자세로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는가’입니다.
EU-OSHA는 장시간 좌식 업무에 대한 자료에서 인상적인 메시지를 제시합니다.
(앉기의 반대는 서기가 아니라 ‘움직임’이다.)
높이 조절 책상을 설치해 하루 종일 서 있게 만드는 것이 해답은 아닙니다. 앉았다가 일어나고, 잠시 걷고, 다시 앉는 것처럼 자세와 활동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EU-OSHA 역시 근로자가 가능한 한 앉기, 서기, 움직이기를 다양하게 전환할 수 있는 역동적인 업무 방식을 강조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건강한 사무 환경의 목표도 달라집니다. 단순히 ‘올바른 자세로 오래 앉는 법’을 알려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래 앉아 있지 않아도 되는 일하는 방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좋은 의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보건관리자로서 좌식 근로자의 건강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체공학적 의자, 모니터 높이, 키보드와 마우스의 위치와 같은 ‘작업 환경적 요소’입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자라도 근로자를 계속 앉아 있게 한다면 장시간 좌식이라는 문제 자체는 남습니다.
EU-OSHA는 장시간 좌식을 줄이기 위해 작업 공간뿐 아니라 업무 조직과 직장 문화까지 함께 살펴볼 것을 강조합니다. 근로자가 자세를 바꾸고 움직일 수 있도록 업무를 설계하고,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일어나거나 걸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예방의 한 부분입니다. 회의 전후 잠시 움직이거나, 짧은 대화가 필요한 경우 직접 이동하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업장 차원에서도 근로자가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꾸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실천적 개입도 가능합니다.
- 스탠딩 미팅 존 설치: 15~20분 내외의 짧은 회의는 서서 진행할 수 있도록 사무실 한쪽에 스탠딩 테이블이나 미팅 존을 배치합니다.
- PC 스트레칭 알림 및 화면보호기 활용: 일정 시간 작업 시 '스탠딩 타임' 알림이 뜨도록 하거나, 화면보호기에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을 띄워 자연스러운 환기 타이밍을 제공합니다.
- 산책 미팅 권장: 1:1 대화나 가벼운 아이디어 회의 시 자리에서 벗어나 복도나 야외를 걸으며 이야기하는 문화 구축을 시도합니다.
특정한 방법 하나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가 눈치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명분과 여지를 업무 시스템 안에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보건관리자의 역할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걷기 챌린지를 운영하고, 계단 이용을 권장하고, 비만이나 대사 증후군 상담을 하며 근로자에게 규칙적인 운동을 권합니다. 이러한 건강 증진 활동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근로자가 근무시간 중 얼마나 오래 연속해서 앉아 있는지, 잠시 일어날 수 있는 업무 구조를 갖추었는지, 회의와 집중 업무가 장시간 좌식을 강화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업무 안에 ‘움직임을 되돌려놓는 것’이 더 근본적인 개선책일 수 있습니다.
‘운동하세요’에서 ‘움직일 수 있게’로
보건관리자는 근로자에게 건강한 생활 습관을 권하는 사람인 동시에, 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좌식 행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질문도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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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로자는 운동을 하고 있는가?”
→ “이 근로자가 일하는 환경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인가?”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개인의 선택이라면 생활 습관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상의 이유로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산업보건은 오랫동안 ‘일이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추적해 왔습니다. 소음이 큰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귀를 잘 관리하세요”, 분진이 발생하는 작업장에 “마스크를 잘 쓰세요” 말하고만 끝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산업보건은, 근로자의 행동뿐 아니라 작업 환경과 업무 자체를 함께 살핍니다.
그렇다면 하루 여덟 시간을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일터에서, 퇴근 후 삼십 분의 운동만을 권하는 것으로 보건관리자의 역할은 충분할까요?
어쩌면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건강 위험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출근해 가장 먼저 몸을 맡기는 익숙한 의자, 그곳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일하는 방식 속에서 말입니다.
건강한 일터는 근로자에게 운동을 권하는 곳을 넘어, 일하는 동안에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곳이어야 합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 일터 근로자들은 오늘, 얼마나 오랫동안 앉아 있었나요?
참고자료
- - 임용빈. 「조리직의 업무환경과 건강」. 『노동리뷰』, 2025년 1월호(통권 제238호), 한국 노동 연구원.
(※한국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 연구원 「제3~7차 근로환경 조사」 원시 자료 분석) -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2020.
- - European Agency for Safety and Health at Work. Prolonged static sitting at work: Health effects and good practice advice.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