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건강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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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온열질환
글. 권순찬
-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기후변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폭염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유해인자가 되었다. 실제로 2025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고, 전국 폭염일수는 28.1일로 평년보다 17.5일 많았다. 기상청은 한반도에서 폭염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21세기 말에는 현재 연평균 8.8일 수준의 폭염일수가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라 24.2일에서 최대 79.5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작업하면 체온조절 기능이 무너지고, 수분과 전해질이 소실되면서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5년 5월 15일부터 9월 25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4,460명이었다. 이는 2024년 3,704명보다 20.4% 증가한 수치이며, 2018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이다. 폭염은 응급실 방문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건강위험이며, 노동 현장에서는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유해인자로 관리되어야 한다.
온열질환에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이 있다. 2025년 신고 사례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열탈진으로 2,767명, 전체의 62.0%를 차지했고, 열사병은 667명으로 15.0%였다. 열경련은 613명, 열실신은 345명이었다. 발생 장소는 실외가 79.2%였고, 그중 실외 작업장이 3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내에서도 20.8%가 발생했으며, 실내 작업장도 8.0%를 차지했다. 이는 폭염 관리가 건설현장이나 농작업 같은 옥외작업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물류센터, 조리실, 공장, 비닐하우스 등 실내 고온 작업장까지 포함해야 함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열사병과 열탈진을 빠르게 구분하는 것이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는 상태로, 심한 피로감, 어지러움, 두통, 구역감, 근육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가 차고 축축한 경우가 많고, 체온은 대개 40℃ 이하인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는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의식이 명료하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천천히 마시게 하며 충분히 쉬게 해야 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회복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열사병은 단순히 “심한 더위 먹음”이 아니다. 체온조절중추가 외부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기능을 상실한 응급질환이다. 체온은 대개 40℃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고, 의식 혼미, 헛소리, 이상행동, 경련, 혼수 등 중추신경계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흔히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땀이 계속 나거나 열탈진 단계에서 흘린 땀이 남아 피부가 젖어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땀의 유무만으로 열사병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폭염 작업 중 의식 변화가 있거나 쓰러진 노동자가 있다면 열사병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열사병은 지체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에서의 치료가 필요한 초응급 상황이다.
응급조치도 질환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온열질환이 의심되면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옷을 느슨하게 하고 몸을 식혀야 한다. 의식이 명료한 경우에는 물이나 스포츠음료를 천천히 마시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이 없거나 혼미한 사람에게 음료를 먹이는 것은 금물이다. 음료가 기도로 들어가는 흡인의 위험 때문이다. 특히 열사병이 의심되거나 의식 저하가 있으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목, 겨드랑이, 서혜부 등에 냉찜질을 하거나 물수건, 분무, 선풍기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온열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제도적으로도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2025년 7월 17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근로자가 체감온도 33℃ 이상인 작업장소에서 폭염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는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는 단순 권고가 아니라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로 보아야 한다. 또한 사업주는 냉방·통풍장치 설치, 작업시간대 조정,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등 폭염 노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다만 현장에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체감온도 33℃ 이상 폭염작업 시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은 법정 기준이다. 반면 2026년 고용노동부 대책에서 제시된 체감온도 35℃ 이상 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 중지, 체감온도 38℃ 이상 시 긴급조치 작업 외 옥외작업 중지는 단계별 작업중지를 강화하기 위한 권고 기준이다. 그러나 권고라는 이유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폭염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요인이므로, 사업장은 33℃ 기준을 최소한의 법정 하한선으로 지키고, 35℃·38℃ 기준은 현장의 실질적인 작업중지 원칙으로 적극 반영해야 한다.
폭염 관리는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기준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작업 전에는 체감온도와 폭염특보를 확인하고, 작업장별 고온 노출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작업 중에는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그늘·통풍·냉방이 가능한 휴식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체감온도 33℃ 이상 폭염작업에서는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고령자, 신규작업자, 만성질환자, 전날 음주나 수면 부족이 있는 근로자, 보호구 착용자는 온열질환 고위험군으로 보아 별도로 관찰해야 한다. 어지러움, 구역감, 근육경련, 의식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냉각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폭염은 이미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작업환경 유해인자이며, 열사병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직업성 질병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사업장은 폭염을 일시적인 계절 위험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체감온도 확인, 휴식 부여, 고위험군 관리, 작업중지 기준, 응급대응 절차를 포함한 관리체계를 갖추고, 이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시켜야 한다.
특히 고온 시간대에는 작업시간과 작업강도를 조정하고, 불가피한 작업에는 충분한 휴식과 냉방·그늘·수분 공급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참고 버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작업을 멈추고 보호할 수 있는 현장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폭염일수와 평균기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온열질환은 피할 수 없는 결과가 아니라, 철저한 관리를 통해 예방하고 통제해야 할 건강위험이다. 이제 폭염 대응은 여름철 임시 조치가 아니라 사업장의 상시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폭염에 맞춰 작업을 조정하고, 휴식과 응급대응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 보건관리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