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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무리한 체중감량, 근로자의 건강과 산업안전보건을 위협한다.

글. 김진리

  •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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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상승하고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철,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체중감량에 나서는 근로자들이 많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건강한 변화’가 아니라 단기간의 빠른 체중 감소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하루 한 끼 식사, 탄수화물 완전 배제, 수분 섭취 제한, 단기 단식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식은 체중은 줄일 수 있지만, 체내 항상성과 대사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 근무하는 작업자에게는 열 관련 질환 등 급성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사업장 보건관리자는 이러한 건강 리스크를 조기에 인지하고, 과학적이고 지속 가능한 체중감량 방법을 안내할 수 있어야 하며, 단순한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적 개입이 필요하다.

1. 여름철 무리한 다이어트가 초래하는 건강 문제

단기 다이어트는 생리적 균형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의 무리한 감량열사병, 탈수, 전해질 불균형 등 급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탈수 상태에서의 운동은 심부 체온을 빠르게 상승시켜 열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이러한 상태에서 작업을 지속하면 본인뿐 아니라 동료 근로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과도한 칼로리 제한은 면역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칼로리를 40% 이상 제한할 경우 감염 위험 증가, 만성 피로, 결근률 상승, 나아가 산업현장의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체온 조절, 영양 부족, 집중력 저하: 산업현장에서의 생리적 리스크

수분 섭취 제한이나 극단적 저탄수화물 식이는 체온 조절 기전 저하를 유발해, 열탈진 등 열 관련 질환의 선행 요인이 된다.

특히 제조업·건설업 등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작업자는 땀 배출이 많고, 수분 및 전해질 손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낙상·의식 저하 등의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인지 기능 저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급격한 체중감량을 시도할 경우 집중력·판단력 저하가 발생하며, 이는 기계 조작, 운전, 고소작업 등 고위험 업무 수행자에게 치명적인 안전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3. 건강한 체중감량을 위한 실천 수칙

과학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비만학회(KSSO) 및 한국영양학회(KNS)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권장하고 있다.

  • 주당 0.5~1.0kg 감량 목표 설정: 급격한 감량은 대사 저하와 요요 현상 유발 가능성이 크다.
  • 총 체중의 5~10% 내에서 감량 목표 설정: 고도비만이 아니라면 이 범위 내 감량만으로도 건강 지표 개선 효과가 크다.
  • 하루 3끼 규칙적인 식사 유지: 특히 아침식사 결식은 인슐린 저항성과 폭식을 유발할 수 있다.
  • 가공식품 줄이고, 식이섬유와 단백질 비율 높이기: 당지수(GI)가 낮은 식단은 포만감 유지와 혈당 안정에 유리하다.
  • 하루 1.5~2L 수분 섭취 유지: 체온 조절과 대사산물 배출을 위해 필수적이다.
  • 근육량 유지를 위한 운동 병행: 단백질 섭취와 함께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기초대사량 감소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은 단기적인 다이어트가 아닌, 장기적인 건강 유지를 위한 근거 중심 전략이다.

4. 사업장 보건관리자의 역할 및 개입 방안

보건관리자는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건강검진 결과, 체성분 측정, 직무 특성을 바탕으로 맞춤형 상담과 중재 전략을 제공해야 한다.

실천 가능한 현장 중심 개입 방안:

  • 체성분 분석(BIA) 활용: 단순 체중이 아닌 체지방률·근육량 중심의 피드백 제공
  • 체중관리 소그룹 운영: 예) 점심시간 걷기, 사내 식단 기록 캠페인 등 참여형 교육
  • 스마트 알림 서비스: “오늘의 한 줄 식사 TIP”, “수분 섭취 리마인더” 등 모바일 푸시 메시지 제공
  • 검증된 교육자료 활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대한비만학회 등 자료를 직군별로 재구성
  • 고온작업 근로자 맞춤 관리: 수분 섭취 가이드, 전해질 음료 제공 기준 설정 등 현장 관리자와 연계 운영

이러한 중재는 단발적인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체계적인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일부로 지속 운영되어야 한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건관리자가 중심이 되어 설계·운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근로자의 체중감량은 단순한 미용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작업 지속능력, 산업재해 예방, 만성질환 관리 등 산업보건의 주요 지표와 직결되는 건강 요소다. 특히 여름철 무리한 감량은 신체 항상성을 무너뜨리고, 열 관련 질환 및 사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보건관리자의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건강 지도가 중요하다.

보건관리자야말로 산업현장에서 ‘건강한 체중관리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이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과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근로자와 함께 실천 가능한 건강관리 전략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현장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