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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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뇌를 위한
마음자세
글. 고윤화전주직업트라우마센터 임상심리전문가
우리는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며 잘 먹고 푹 쉬라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을 만큼 가볍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우울과 슬픔이 포유류에서 관찰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도 큰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감정이라고 해서 감내해야 하는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 빠진 자신에게 뇌가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 일수도 있으며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도움 요청(Cry for Help)의 무의식적 표현일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 우울과 관련된 증상들이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고, 우리 사회가 관대하게 치부해버리다 보면 자기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놓쳐버릴 수 있다. 필자는 임상심리전문가로써 이 글을 읽을 많은 보건관리자를 위해 우울증을 신경심리학적 관점에서 뇌의 기능과 우울에 대처할 수 있는 자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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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하강나선1)
우리 뇌는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정교한 신경회로로 가득 차 있다. 걱정 회로도 있고 습관 회로도 있다. 결정을 내리는 회로와 고통을 느끼는 회로도 있다. 이 모두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갖고있는 회로는 모두 같지만 각 회로가 구체적으로 조율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범은 생각하는 뇌 부위인 전전두피질2)과 느끼는 부위인 변연계3)이다. 우울증은 이 영역 중 어느 한 부위라도 작동하는 영역이 달라지면 모든 뇌 부위가 의사소통하는 방식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별일 아닌 것처럼 들릴지 모르나 그 힘이 미치는 효과는 대단히 파괴적이다.
예를 들어 A는 금요일 밤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은 별로 재미없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파고들고 그래서 가지 않기로 결정 했다. 대신 깊은 새벽까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봤고, 다음날 늦잠 을 자게 되었다. 전화하는 사람도 없고 기운도 별로 없고 고립감은 더욱 깊어지고 딱히 한 일도 없이 뒹굴거렸다. 어느새 자신이 불행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고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판단을 내려도 다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뇌가 하강나선에 빠졌다는 뜻이다. 뇌 활동이 불리한 쪽으로 변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는 뇌의 부정적인 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 으로 이어진다. 뇌의 하강나선이 위험한 것은 저조한 기분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 때문에 변화하고자 하는 습성이 점차 없어 지며 인정사정없이 밑으로만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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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상승나선
현재 처한 상황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주 사소한 생각과 감정만으로 나아갈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대개는 몇 가지 결정으로 충분히 그 과정에 시동을 걸 수 있고 이는 다시 삶의 다른 영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시작할 추진력이 된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뇌의 신경도 따라서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고 뇌 회로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시 조율되어 또 다른 긍정적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것이 우울증의 상승나선이다. 그렇다면 우울증의 부정적인 하강나선을 끊을 상승나선의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인지, 정서, 행동의 측면에서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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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인지적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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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만한 정보에 집중하기
홍수처럼 쏟아지는 많은 정보를 모두 믿기보다는 과학적인 측면과 전문가의 의견들을 살펴 신뢰로운 정보를 구분해낼 때 우리의 마음은 놓이고 불안과 우울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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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결정하기
‘결정 내리기’는 우울증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뇌 회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승나선에 시동을 걸기 좋은 방법이다. 뇌는 결정을 하는 동시에 목표가 세워지고 그 목표를 이루는 방향으로 우리의 행동을 조직한다. 뇌에서는 도파민이 증가하고 전전두피질의 활성화로 습관과 충동이 조절된다. 그러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 ‘결정 내리기’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완벽한 결정보다는 그 상황에서 괜찮은 결정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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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적 사고 피하기
재앙이라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는 뜻이다. 마음의 준비 없이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이 닥칠 때 혹은 지지체계가 부족할 때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더 나은 결과를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더 큰 우울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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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정서적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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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걱정 다루기
불안과 걱정은 우울증의 큰 증상이자 원인이기도 하다. 걱정은 뇌 부위 중 인지회로에 해당하며 생각하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불안은 뇌의 정서 회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목소리가 손이 떨리는 증상과 같은 신체 증상과 관련이 되어 있다. 불안과 걱정을 다루는 한가지는 심호흡이다. 심호흡은 우리 몸의 배쪽 미주신경계4)를 활성화시켜 몸이 이완되고 호흡이 차분해지며 교감신경의 흥분이 가라앉아 적응적인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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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친절해지기(자기자비)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슬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 안아 치유하는 것, 그것이 우울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답이자 내 마음에 대한 예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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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기
감사는 실제로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을 줄이며 절망의 정도가 심한 사람에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감사는 뇌에서 세로토닌을 증진시키고 복측 전방대상피질5)을 감소시켜 낙천적 감정을 증폭 시킨다. 현재 우울증으로 감사의 마음도 들지 않는다면, 과거에 나한테 잘해줬던, 감사했던 사람을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감사하는 마음은 사회적으로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은 상승나선을 타는 초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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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행동적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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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대상과 연결짓기
우리는 굳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구라는 이유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고 실망을 반복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 뇌에서 육체적 통증과 동일한 회로를 활성화시켜 온몸이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이렇게 불안전한 대상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온전한 내 편을 만들어 함께하는 것이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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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기
많은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 중 꼭 필요한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뇌는 아마 듣자마자 하기 싫은 마음과 함께 쉽게 포기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럴 때에는 꼭 운동을 하기 보다는 ‘활동적으로 지낸다.’ 혹은‘ 재미있게 논다.’라고 생각하며 운동의 개념적 이해의 스펙트럼을 넓혀보자. 다만 움직이는 것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한 걸음부터 내딛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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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찾아가기
우울증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치료법은 많다. 문제는 그 방법들이 모 든 사람에게 완전히 효과적이지는 않다. 우울증 100명에게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30명은 회복한다. 그 이외에 사람들은 운동이 필요한 사람, 수면패턴을 변화시킬 사람 등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다. 이것을 알아차려주는 것은 전문가이며 전문가를 찾는 것이 여러분의 마음을 돌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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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뇌가 우울증에서 어떤 의사소통을 하는지 어떻게 대처하면 도움이 될지 알아보았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언젠가 기분이 처지고 우울할 때, 뇌가 특정한 활동 패턴에 갇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신호임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일을, 그것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이거든 무엇이 되었든 선택하고 행동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마음에는 무의식적 균형추가 있다. 우리는 죽을 길로 가지 않고 살길을 본능적으로 찾아가 건강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옳다는 믿음으로 선택해 보는 것이 회복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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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릭스 코브(2018). 우울할 땐 뇌과학. ㈜푸른숲.
- 2) 전전두피질(prefrontal cartex): 우울한 상태일 때 걱정, 죄의식, 수치심, 명료한 사고의 어려움, 우유부단함 등이 나타나며 인지적 측면에 관여함
- 3) 변연계(limbic system): 우울한 상태일 때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 고통에 민감, 공포, 불안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정서적 측면에 관여함.
- 4) 배쪽미주신경(ventral vagal): 부교감신경계의 한 종류로, 활성화 될 때 편안함을 느끼며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을 경험하고 의욕과 활기가 생김
- 5) 복측전방대상피질(da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활성화 될수록 남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불행하다고 느낌. 크기가 감소할수록 낙천적 감정이 증폭되며 해마를 안정시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