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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갈등, 소통이 답이다
- 관계를 바꾸고 조직을 살리는 소통의 힘 -

글. 오윤선

  • 한국성서대학교 기초교양학과 교수(상담학박사/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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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문에 힘든 직장, 사람 때문에 행복한 직장

직장인의 출근길은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인다. 저마다의 행복의 기준과 의미를 품고 회사로 향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어떤 날은 발걸음이 가볍고, 어떤 날은 회사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대부분의 경우 그 이유는 업무 자체보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상사와의 갈등, 동료와의 오해, 인정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직장 생활의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은 이렇게 말한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 이 말은 직장 생활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직장은 단순히 일만을 수행하는 공간은 아니다. 직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직군과의 협업을 위해 관계를 맺고 협력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높은 긴장도가 공존하는 협력공동체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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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장이라는 공동체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하루 8시간 이상을 함께 일하며, 때로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직장 동료와 함께 보내기도 한다. 따라서 직장은 단순한 생계의 수단을 넘어 인간관계와 자아실현, 삶의 만족과 행복이 형성되는 중요한 생활공동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은 적지 않은 업무 외 관계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관계 문제는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관계의 대부분은 ‘어떻게 소통하는가’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직장 내 관계 스트레스는 감정의 결과라기 보다는 의사소통의 오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2025년 (주)사람인의 「직장인 이직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인크루트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시도한 경험이 있으며, 51.7%는 이른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상태에 있다고 응답하였다. 물론 더 나은 보상과 성장 기회를 찾아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상사와의 갈등, 동료와의 불편한 관계, 인정받지 못한다는 박탈감, 조직문화에 대한 실망감 등 인간관계와 소통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직장 생활의 만족도는 업무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어도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바꾸고, 신뢰를 형성하며,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행복을 함께 높이곤 한다. 결국 직장 생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업무 능력을 포함하여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조율하며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즉. 직장인의 행복과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역량은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 갈등은 왜 생기는가?

직장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갈등은 사람들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곳이 바로 직장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갈등이 없는 조직을 이상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직심리학에서는 갈등 자체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적절하게 관리된 갈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며 조직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갈등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하느냐이다. 직장 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갈등의 상당수는 업무 자체보다 전달 방식에서 비롯될 수 있다. 동일한 지시나 피드백도 표현 방식에 따라 협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갈등으로 확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직장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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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업무 목표의 차이이다. 영업부서는 매출 확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생산부서는 품질 향상을 우선시하며, 재무부서는 비용 절감을 강조한다. 부서마다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 충돌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둘째, 역할 기대의 차이이다. 역할이론(Role Theory)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은 서로에 대해 일정한 기대를 가지고 행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일치하지 않을 때 역할갈등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상사는 책임감과 자율성을 기대하지만 직원은 이를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직원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하지만 상사는 이미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셋째,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이다. 어떤 사람은 원칙과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유연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한다.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개인의 경험이나 교육 배경, 성향에 따라 업무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업무의 특성에 따라 신속성과 정확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점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넷째, 인정 욕구의 충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성과가 인정받기를 원한다. 매슬로우는 존중과 인정의 욕구를 인간의 기본 욕구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였다. 자신의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불만과 갈등이 생겨나기 쉽다.
다섯째, 세대와 조직문화의 차이이다. 오늘날 직장에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책임과 헌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과의 생활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업무 방식과 소통 방식의 차이로 이어지며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 있다. 바로 의사소통의 문제이다. 많은 갈등은 사실보다 해석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의도를 직접 확인하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기준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보고서 수정을 요청하면 직원은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상사의 의도는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언일 수도 있다. 상사는 업무상 필요한 지시를 했을 뿐인데 직원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보다 해석이 앞서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는 불신을 낳으며, 불신은 결국 갈등으로 이어진다. 직장 갈등의 상당 부분은 업무 자체보다 관계에서 비롯되며, 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소통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특히 위계적 구조가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시 말해 갈등의 원인은 사람 간의 차이에 있지만,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확인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 건강한 소통은 갈등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갈등을 성장과 협력의 기회로 바꾸는 힘이라 할 수 있다.

관계를 바꾸는 소통의 힘

직장 내 갈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개인과 조직 모두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직무스트레스 증가, 소진, 자존감 저하 등이 발생하며, 이는 결국 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직 차원에서는 팀워크 약화, 의사소통 단절, 환자 안전 저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갈등 해소는 필수적인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갈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갈등은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결국 갈등 해결의 출발점은 상대방을 바꾸려는 시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소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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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는 이해의 대상이다
직장인의 스트레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상사와의 관계 만족도는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상사마다 업무 스타일은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즉.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사도 있고, 세부적인 보고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핵심만 간결하게 듣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말하고 싶은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의사소통학에서는 ‘수용자 중심 소통’이라고 한다. 또한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반박보다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것은 어렵습니다.”라는 말보다 “그 방법도 가능하지만 이런 대안은 어떨까요?”라는 표현이 훨씬 협력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상사 역시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감사와 존중의 표현은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소통의 기술이다.


부하직원은 지시보다 존중에 반응한다
좋은 리더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듣는 사람이다. 최근 리더십 연구는 효과적인 리더를 통제자가 아니라 성장 지원자로 설명한다. 구성원들은 상사의 지시보다 태도와 관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왜 아직도 이 일을 끝내지 못했습니까?”라는 질문과 “진행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은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전자는 평가받는 느낌을 주지만 후자는 도움받는 느낌을 준다. 효과적인 리더는 세 가지를 실천한다. 먼저 듣고, 구체적으로 인정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특히 피드백은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행동의 개선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왜 그렇게 했습니까?”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훨씬 생산적이다. 또한 인정은 구체적일수록 효과가 크다. “수고했습니다.”라는 말보다 “이번 보고서에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라는 말이 구성원의 자신감과 동기를 더욱 높여 준다. 사람은 비난 속에서는 자신을 방어하지만 존중 속에서는 스스로 성장하려는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효과적인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동료는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이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은 상사보다 동료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료와의 관계는 직장 생활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동료 간 갈등의 상당 부분은 악의보다 오해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은 단지 바빠서 인사를 하지 못했을 뿐인데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회의에서 의견에 반대했을 뿐인데 자신을 싫어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은 성격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반면, 자신의 행동은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저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 “저 사람은 자기 공만 챙긴다”라는 생각은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 개인적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갈등이 생겼을 때 필요한 것은 판단이 아니라 확인이다. “제가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는데, 혹시 이런 의미로 말씀하신 것입니까?” 이 한마디가 큰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건강한 조직은 경쟁보다 협력을 우선한다. 협력적 소통은 신뢰를 형성하고, 신뢰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동료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건강한 조직은 소통으로 만들어진다

건강한 직장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와 존중이 쌓일 때 건강한 조직문화가 형성된다. 결국 건강한 조직은 제도보다 관계의 질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조직행동 연구에서 주목받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다. 이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질문하거나 실수하더라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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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에서는 질문이 많아지고 창의성이 높아지며 협력이 활성화된다. 반면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조직에서는 침묵이 늘어난다. 문제를 발견해도 말하지 않고, 실수를 숨기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를 두려워한다.
건강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소통 원칙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첫째, 말하기보다 경청하라. 둘째,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라. 셋째, 비난보다 이해를 선택하라. 넷째, 과거의 책임보다 미래의 해결책에 집중하라. 다섯째,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 여섯째, 작은 존중을 습관화하라. 일곱째,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만들어라. 이러한 원칙은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닌, 인사하기, 감사 표현하기, 이름 불러주기,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공개적으로 칭찬하기, 개인적으로 조언하기 등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건강한 조직은 말을 많이 하는 조직이 아니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서로를 존중하는 소통에 있다.

소통이 바뀌면 직장이 바뀐다

사실, 직장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갈등은 조직을 무너뜨리는 장애물이 아니라 더 나은 관계와 성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직장 생활의 행복 또한 사람을 통해 찾아온다. 결국 직장 생활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소통이다. 소통이 달라지면 관계가 달라지고, 관계가 달라지면 직장이 달라진다. 그러나 직장 내 관계는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는다. 의도적인 노력과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 변화는 거창한 제도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오늘 내가 먼저 건네는 따뜻한 인사 한마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 그리고 진심 어린 감사나 존중이 담긴 표현에서 시작할 수 있다. 소통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갈등을 이해로 바꾸며,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직장이 사람 때문에 행복한 직장이 되는 것, 그 변화의 시작은 언제나 소통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