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3 No.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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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데이터로 설계한 사업장 만성질환관리

글. 김정은

  • 서울시메트로9호선 보건환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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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들어가며 : 왜 다시 만성질환관리인가

사업장에서 만성질환관리라고 하면 흔히 혈압·혈당·비만 관리를 떠올립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보고, 고위험군에게 안내문을 보내고, 걷기 캠페인을 운영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성 틀 안에서는 사업장마다 가진 고유한 위험 요인이 매몰되기 쉽습니다. 필자가 속한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교대근무와 지하 터널환경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현장입니다. 직업적 위험 환경 속에서 만성질환관리를 어떻게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하고 운영해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실무적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02건강검진 데이터를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기

만성질환관리의 출발점은 건강검진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어떻게 읽고 분류하느냐에 있습니다. 검진 결과를 연도별로 비교하여 악화되는 지표를 먼저 파악하고, 대상자를 고위험군과 예비 고위험군, 정상군으로 분류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 분류가 프로그램 설계의 기준이 됩니다. 9호선의 경우, 2022년 기준 비만율이 47.3%에 달했기에 비만개선과 운동처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유병률이 높은 지표와 추이가 악화되는 항목을 함께 보되, 직원 요구도조사 결과를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보건관리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과 근로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 사이에는 간극을 좁혀야만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전사 기초체력 프로그램인 ‘걷기’를 기본 축으로 운영하되, 20~40대 직원들의 요구도를 적극 반영하여 “9호선 런닝9”라는 TF팀을 구성, 외부 마라톤 대회 참여 프로그램까지 함께 지원하며 참여의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 연도별 비만인원 추세변화

    구분 정상 과체중 비만 연도별 추세율
    ′22년 252 88 306 47.3%
    ′23년 303 147 208 31.6%
    ′24년 340 207 118 17.5%
    ′25년 391 172 120 17.5%
  • 우리사 ′22~′25년까지 비만율 번화

032트랙 설계 : 고위험군과 예비군을 이원화하다
  • 고위험군 집중관리 “도전, 혈관개선왕!”(심화반)
    이미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한 고위험군에게는 개별 접촉을 통한 6개월 단위 집중관리를 적용했습니다. 지역 보건소의 대사증후군 관리사업과 연계하여 혈압·혈관 지표를 주기적으로 추적했고, 3년간 누적 39명을 대상으로 평균 5.4%의 위험도 감소를 확인했습니다. 내장비만은 평균 60% 감소했고,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도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6개월이라는 장기 관리 특성상 참가자의 중도 이탈을 막는 것이 난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기적인 문자 독려 외에도 포상의 기회를 ‘더블링(Doubling)’하여 기대감을 높이고, 예비 고위험군 프로그램 측정일에 중간 측정을 병행하도록 유도하여 지속성을 확보했습니다.

  • 예비 고위험군 선제 예방 “도전 Fat Down!”(기초반)
    대부분의 사업장이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는 동안, 예비 고위험군은 상대적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습니다. 경계 수치를 가진 근로자를 그대로 두면 다음 검진에서 고위험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도전 혈관개선왕’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건강관리실 자체 운영으로 측정 기간이 길어 현장교대 작업자의 도전이 쉽고, 체지방 개선뿐 아니라 근육량 개선자에 대한 시상 등 포상의 범위가 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소견자들이 부담 없이 건강관리실을 방문할 수 있도록 3개월 단기 미끼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입니다.

    특히 장기 유지가 어려운 ‘혈관개선왕’ 참가자들도 이 프로그램에 중복 가입시켜 중간 측정의 기회로 활용하게 했습니다. 수정을 통해 개선 포인트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 142명이 참여해 91명이 목표를 달성했고, 이 중 19명은 정상 범위로 복귀하며 만성질환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04다양성의 근거 — 요구도 조사를 통한 전달방식의 혁신

좋은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과 근로자가 실제로 참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초기에는 현장 참여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원인을 분석해 보니 '업무 중 건강관리실까지 이동하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요구도 조사 결과를 즉각 반영하여 프로그램의 '전달 방식'을 통째로 바꿨습니다.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출장형 운영, 비대면 화상(Zoom) 건강증진 활동, 부서 대항전을 도입했습니다. 점심시간과 교대 인수인계 시간을 활용해 부서를 순회하며 그림 심리상담, 뇌파 측정, 수면 심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 결과, 전체 참여 인원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672명을 기록했습니다. 프로그램의 내용 자체를 바꾸기 전에, 그것이 근로자에게 도달하는 방식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한 유의미한 경험이었습니다.

    • 11/26(수) 당산역 심리상담

    • 11/26(목) 노량진역 심리상담

    • 본사 대강당 대면 프로그램

    • 비대면 Zoom 프로그램

05지속가능한 건강 캠페인: 관심의 불씨를 살리는 홍보 전략

프로그램이 끝나면 직원들의 관심도 식기 마련입니다. 365일 건강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사내 홍보 채널을 다각화했습니다.


  • 사내 전자배너(DID) 및 팝업 활용: 출근길 로비 엘리베이터 화면이나 사내 PC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에 "오늘 우리 부서의 걷기 순위는?", "이번 달 혈관왕은 누구?"와 같은 시각적 배너를 주기적으로 노출하여 일상 속에서 건강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습니다.
  • 사내 웹진 정기 발행: 격월로 발행되는 사내 웹진을 통해 걷기 대항전 우수 부서 인터뷰, 도전혈관 개선왕 인터뷰를 공지하고, 나의 건강사연 공모전, 헌혈증 기부 스토리 등 '직원들이 주인공이 되는 콘텐츠'를 연재했습니다. 동료의 변화를 보는 것만큼 강력한 자극은 없습니다.
063년의 데이터가 증명하는 환류의 힘

2022년 47.3%였던 비만율은 2025년 17.5%로 낮아졌습니다. 3년 사이 29.8%가 감소했고, 누적 186명이 체중을 정상 범위로 회복했습니다. 이 수치가 의미 있는 이유는 결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 있습니다. 단 한 해의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매년 검진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고 효과가 낮은 프로그램은 정리하고 반응이 좋았던 방식은 확대하는 과정을 3년간 반복한 결과입니다. 만성질환관리는 단기간에 결과를 내는 영역이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며 조금씩 다듬어 가는 영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07마치며 : 현장에서 얻은 세 가지 이정표

3년의 운영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고위험군과 예비군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좋은 프로그램도 근로자에게 닿는 방식이 잘못되면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보건관리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와 설득력은 결국 ‘축적된 데이터’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경영진을 설득할 때도, 근로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때도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매년 쌓인 숫자였습니다. 사업장마다 처한 환경과 인력 여건은 다르지만, 검진 데이터를 출발점으로 삼아 작은 단위라도 추적하고 환류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은 어느 현장에서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지하철 데이터와 근로자의 호흡기 질환 지표를 연계하는 비가시적 위험 관리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고민을 이어가고 계실 전국의 보건관리자 동료분들께 실전적인 참고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본 원고는 2026년 5월 21일 진행된 "만성질환관리 계획 및 운영" 월례특강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