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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의 가치로 걸어온 꿈결 같은 26년
글. 이영숙
HD건설기계 안산 보건관리자제8회 직업건강대상 수상자
뉴욕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비행기표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딱 1년만 산업체 보건관리자로 일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어느새 26년째 같은 자리에서 보건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참 알 수 없는 게 인생인 것 같다.
내가 26년 동안 몸담고 있는 곳은 지게차와 굴착기 등 중장비를 생산하는 회사의 물류센터이다. 이곳은 지게차 운행이 많아 충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행자 통로와 지게차 통로를 구분하는 가드레일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이 우리 물류센터만의 특징적인 풍경이다.
밖에서는 지게차가 부지런히 부품을 운반하고, 건물 안에서는 직원들이 제품 포장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이곳에서의 업무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동작이 많아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점심시간마다 함께 밴드 스트레칭을 진행해 왔다.
때로는 외부강사를 초빙하고, 때로는 내가 직접 강사가 되기도 했다. 운동에 자신 있는 직원이 앞에 나와 시범을 보이기도 하며 모두가 참여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은 점심시간을 단순히 식사를 하는 시간이 아닌, 함께 웃고 건강을 나누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도 직원들은 “점심시간은 밥을 먹어서도 좋고, 함께 스트레칭을 해서도 좋은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보건관리자로 일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업무는 건강검진 후의 사후관리이다. 관리 대상 인원이 많지 않아 보다 세심하고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보건관리자도 함께 참여한다. 식사 일지를 작성하고 공유하며, 근력 운동도 같이 배우고 실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직원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직원들의 인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보건관리자가 단순히 법적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믿음은, 곧 직원들의 적극적인 건강 행동 변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주로 지역 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보건관리자에게 유관기관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나 역시 보건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회의와 지역 보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건관리자는 대부분 1인 체제로 근무한다. 여러 직원의 건강을 챙기지만 정작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의지할 곳은 많지 않다. 나 역시 경기지부 서부지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원을 챙기는 지회장과 지부장의 역할을 맡기도 했고, 때로는 도움과 격려를 받는 회원이 되기도 했다.
업무가 어렵고 외로울 때 같은 길을 걷는 선생님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 그것이 직업건강협회가 가진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루는 어느 모임에서 한 후배 선생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선배님처럼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나요?”
나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회사가 잘 돌아가면 오래 다닐 수 있어요.”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사실 입사 후 회사명이 네 번이나 바뀔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과정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늘 곁에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지회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잘 버틸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늘 내게 힘이 되어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후배 보건관리자 선생님들께도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협회에서 큰 위로와 힘을 얻었듯, 업무가 어렵고 고민이 있을 때 혼자 끌어안지 말고 언제든 직업건강협회의 문을 두드려 보시기를 바란다.
“‘함께’의 가치를 깨닫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26년 동안 보건관리자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수많은 직원이 보건관리자 한 사람을 바라보고, 보건관리자 한 사람은 수많은 직원을 바라본다. 물론 우리는 법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직원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지 않는다면 그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 머물 뿐이다.
반대로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웃고, 함께 성장하는 보건관리자가 된다면 우리는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서로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26년 동안 함께 걸어준 HD건설기계 직원 식구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