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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직장인의 번아웃 증후군 극복과 예방

글. 오윤선

  • 한국성서대학교 기초교양교육학과 (교육학박사/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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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팝 가수 비욘세가 2022년 6월 발표한 노래 <브레이크 마이 소울(Break My Soul)>에서 ‘번아웃(burnout)’에 빠진 직장인의 심정을 대변하게 되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과거에는 번아웃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거나 ‘조직 부적응자’의 특징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직장인이 한 번쯤 겪는 과정처럼 인식되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심리적, 신체적 에너지가 극도로 소진된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말로 ‘소진 증후군’, ‘연소 증후군’, ‘탈진 증후군’ 등으로도 불리며, 특히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번아웃에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서비스직 종사자나 윤리적 책임감이 큰 직업군(예: 의료·복지·교육 분야 등)의 직장인들이 정서적 소진을 겪으며 번아웃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아웃’이라는 용어는 1960년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의 소설 <번아웃 케이스(A Burnt-Out Case)>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심리학적 개념으로의 번아웃은 1974년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이라는 논문에서 약물 중독자를 상담하는 전문가들이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도입했다. 번아웃의 사전적 의미는 '에너지를 소진하다.' 또는 '불타서 사라지다.'라는 뜻으로 현대 사회의 병리적 징후를 대변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 말 그대로 이해하면 ‘지속된 스트레스로 인해 마치 불에 다 타버린 장작처럼 심리적, 신체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상태’를 나타낸다. 즉,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며 직무에 대한 흥미와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지속적인 업무 부담과 감정적 소진, 그리고 개인적 성취감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발표한 국제질병표준분류(ICD-11)에서 번아웃을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증후군’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번아웃의 특징으로 직무에 대한 부정적 생각(negativism), 냉소주의(cynicism), 직무 효능감 감소, 심리적 거리감 등을 제시하며 이를 ‘직업적 현상(occupational phenomenon)’으로 분류했다.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기는 하지만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중요한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번아웃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인해 매년 약 3,220억 달러(약 420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또한, 잡코리아가 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9%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특히 30대 직장인의 75.3%가 이러한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 증후군의 심각성과 주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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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비교적 단순한 정서적 피로감과 업무 효율 및 생산성 저하의 문제로만 언급되었던 번아웃 증후군이 새로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특히 번아웃을 경험하는 연령대가 현저히 낮아져 20~30대가 번아웃 증후군 발생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 글로벌(Deloitte Global)’이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45%가 근무 환경의 강도로 인해 번아웃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MZ세대의 40% 이상이 최근 업무 부담으로 인해 조직을 떠났다고 밝혔으며, 최소한의 일만 하는 심리적 퇴사와 더불어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무기력증과 우울증의 증상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정서적 탈진 상태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입사 연차가 낮은 젊은 세대의 직장인은 직장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즉, 한국 특유의 조직 문화와 경제적 환경이 MZ세대의 번아웃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 활동의 주축이 될 2~30대 직장인의 번아웃 증후군은 더욱 심층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며, 조직과 기업의 변화 또한 함께 도모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번아웃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장시간 근로 문화는 번아웃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한국의 연간 근로 시간은 지난 10년 동안 연 200시간 줄어서 1,874시간(전체 취업자 기준)이지만, 2023년 기준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5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 노동시간인 1,719시간보다 무려 155시간 많았다. 이처럼 근로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휴식과 일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번아웃이 발생하기 쉽다.
둘째, 높은 성과 압박 역시 직장인의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많은 기업이 성과 중심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경쟁과 평가 스트레스를 부여하고 있으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이 따르는 성과급 제도가 도입돼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성과가 낮은 직원보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잘 처리하는 인재들이 번아웃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업무 성과가 높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업무가 가중되며, 이들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해 일을 처리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번아웃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조직 내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게 작용할 경우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직장 내 갈등을 유발하고 번아웃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셋째, 감정 노동의 증가 또한 번아웃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고객 응대가 주된 업무인 직군에서는 감정을 억누르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이런 감정 노동이 반복될수록 정신적 피로가 누적된다. 또한, 고용 불안정과 조직 개편, 비정규직 문제 등 직장 내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근로자들의 심리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SNS를 통해 늘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MZ세대 직장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번아웃의 주요 증상

번아웃 척도(MBI)의 공동 창안자로서 번아웃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명예 심리학 교수 크리스티나 매슬랙(Christina Maslach)은 번아웃의 주요 증상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정서적 소진’이다.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쌓이면서 정서적으로 지쳐 있고, 에너지가 결핍된 상태를 말한다. 정서적 소진이 지속되면 업무 환경에서도 아무런 감정 없이 출근과 퇴근만을 반복하며, 심리적 부담감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주어진 업무만을 수행하게 된다.
둘째, ‘직무 효능감 감소’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자존감이 감소하며, 본인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잘 해왔던 업무에서도 자신이 수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
셋째, ‘냉소주의’로, 업무를 수행할 때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에서도 냉소적으로 변하게 되며, 주변의 모든 것을 의미 없게 느낀다.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극단적인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번아웃 극복 및 예방 방법

번아웃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스트레스에 압도되거나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인지 돌아보고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돌아본 후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 명상 및 이완 의식 등의 자기 돌봄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차원에서는 유연근무제 도입, 맞춤형 정신 건강 관리, 성과 평가 방식의 개선 등을 통해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법적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직장인을 위한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번아웃 증후군은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의 공동 노력이 요구되는 문제이다. 올바른 인식과 예방책을 마련함으로써 직장인들이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