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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대인관계 기술과 행복한 삶
글. 오윤선 교수
- 한국성서대학교 기초교양교육학과 (교육학박사/상담학박사)
우리는 평생동안 최소 8만 시간을 일하면서 산다.
일반적으로 만 25세부터 60세까지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면, 개인은 8만 시간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게 된다. 따라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업무 만족도와 조직(organization)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에서 국내 직장인 5만 216명을 대상으로 ‘한국 직장인의 평균 행복도'(BIE·Blind Index of Employees' Happiness)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41점으로 나타났으며 한국 직장인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에 직장 내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한 변수였다. 또한 ‘엘림넷 나우앤서베이’의 ‘2023년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삶의 만족도 현황 파악’에 의하면 ‘직장 내 인간관계’를 선택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27.8%로 근무 환경(22.6%)’, ‘연봉(19.7%)’보다 높았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59%가 삶의 만족도에서 직장생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소통하느냐가 개인의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직장은 구성원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인간관계 유형이 공존하는 곳이다.
직장은 공동의 목표와 업무수행을 위해 구성된 조직으로써 그 규모는 인적 자원과 직장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업무와 권한 및 책임에 따른 상사, 부하직원, 동료 등 조직구성원의 역할 유형에 따라 직장생활의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다. 직장 상사 가운데는 업무 지휘자 형이 있는가 하면 감독 평가자형과 선도 혁신자형, 중계 조정자형, 화합 촉진자형 등이 있다. “직장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지만 상사는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상사의 유형에 따라서 업무처리 방식과 심리적 거리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추종형과 저항형, 합리형, 분리형 등 각 유형에 따른 부하직원과 돌출형, 희생형, 원만형, 위축형 등 다양한 유형의 동료와의 관계 또한 공존하기 때문에 부하직원, 동료관계 또한 원만한 직장생활을 위해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직장 내에는 늘 갈등은 존재한다.
직장이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여러 부서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개인이나 각 부서가 자기에게 유리한 쪽에서 의견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의견차이나 이해의 대립 등 갈등의 소지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번아웃 증후군과 오피스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의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점이다. 취업 플랫폼 ‘인크루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에 우리나라 직장인의 64.1%가 ‘최근 1년간 번아웃 증후군을 겪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취업포털 ‘커리어’의 ‘직장인 오피스 우울증 조사’에서는 전체 직장인의 75.5%가 오피스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으로는 ‘직장 내 인간관계’가 1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최근 직장 풍토가 개인, 팀. 부서의 성과 중시, 결과를 위한 경쟁심 강화로 변화하게 되면서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한 직장은 업무수행을 위한 위계 조직사회이기 때문에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와 이를 수행하는 부하직원 간에 갈등도 쉽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원만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갈등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무적인 부분에서 상사의 기대(상사의 스타일 포함)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인성적인 부분에서 상사의 자질과 성격 등에 기인한 갈등이 많이 발생한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 갈등의 특징 중 하나는 부하직원이 상사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나 상사는 이러한 감정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 동료 직원은 협력자인 동시에 경쟁자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동료 직원 사이의 갈등 요소로는 업무가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스타일에 차이가 있을 때, 또는 승진과 관련되는 경우 등이 있다. 특히 직장 내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 가운데 성격적인 부분에서 오는 갈등은 인성적인 면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이 세상은 불완전한 인간들이 함께하는 곳이기에 제아무리 훌륭하다고 소문난 회사라도 만인에게 완벽할 수는 없으며, 이 세상 어디에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은 없다. 따라서 어느 직장에서 근무하든 상사, 부하직원, 동료관계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며 원만한 소통을 위한 기술 습득과 적응 훈련을 통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지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 내에서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직장 내에서의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직장 구성원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직장 내 구성원들의 작고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먼저 다가가서 진심으로 대하고 일상에서 인사를 할 때에는 겉치레나 형식적인 태도보다는 근황을 묻는 등의 진심어린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서로의 친밀감 유지를 위해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면, “요즘 어머님은 좋아지셨어요? 고생이 많으시겠네요.”라며 안부를 묻는 등 상대방에게 적절한 관심을 보일 때 상대방은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둘째, 직장 내 구성원들과 인간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일지라도 타이밍에 따라서 다른 반응과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과 여건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사람의 감정은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됨으로 만남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경우에는 장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넷째, 만남의 목적에 부합되는 공통 화제를 잘 준비하여 대화가 겉돌거나 오랜 침묵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변수를 잘 차단해야 한다.
인간은 하루 1만 3500단어를 통해서 소통하는 존재이다.
언어는 사회를 구성하고 사람들을 이어주는 핵심적인 도구이며, 대화는 언어가 사용되는 가장 주요한 방식이다. 캘리포니아대(UCSF)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정신분석학자 루안 브리젠딘(Louann Brizendine)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1만 3500단어(여성 2만 단어, 남성 7천 단어)를 말한다.’고 했다. 우리가 쏟아내는 수많은 말 중에는 사람을 살리는 말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죽이는 말도 있다.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와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첫째, 구성원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가 필요하다. 이것은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그의 감정 속으로 ‘느껴 들어가는 것(feeling into)’을 뜻한다. 둘째,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Listening)하는 것이다. 건강한 귀를 가진 사람은 병든 말을 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경청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듣는 것이고,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는 과정이다. 사람의 생각은 표현하는 말보다 3-5배 정도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단정해 버리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경청은 의지적으로 생각을 절제하고 상대방 말에 집중한 것을 의미한다. 셋째,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는 긍정적 지지(positive support)와 더불어 칭찬과 격려(encouragement)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꾸지람보다는 칭찬 듣기를 더 좋아하기에 칭찬의 무게가 커지면 비난의 무게는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또한 격려의 한마디는 개인들이 삶에 대처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증진시켜 행동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넷째, 상대방에게 질문을 할 경우에는 “왜~”로 시작하는 문장보다 “무엇”과 같은 의문사를 사용하는 개방적 질문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고 서로의 대화가 계속될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상대방이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나 무례한 태도를 보여서 무시당했다고 느껴 기분이 상했을 경우, 나–메시지(I-message)를 통해 상대방에게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은 분명하게 전달하여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기회를 가져야한다. 여섯째, 상대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경우에는 감정대화(Feeling- talk) 또는 자기표현을 통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부정적인 감정이 축적되어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인간은 55%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언어적 의사소통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더 많이 사용한다. 대인관계에서 사람들이 의사소통할 때 언어적 요소의 영향력은 7%에 불과하며, 말의 속도, 높낮이, 크기와 같은 음성적 요소는 38%, 자세, 몸짓, 얼굴표정, 눈 깜빡임, 호흡 형태와 같은 생리적 반응은 55% 의 영향력을 가진다. 따라서 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얼굴표정 관리가 중요하다. 사람의 얼굴 근육은 약 80여개 인데, 그 근육으로 지어낼 수 있는 표정이 무려 7000~8000가지가 된다. 얼굴표정은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 중에서도 첫인상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사람은 0.3초라는 짧은 시간에 호감, 비호감으로 첫인상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첫인상에 민감하고 3초 정도면 그 사람의 첫인상이 결정된다. 또한 초두효과(Primacy effect)에 따라 처음 이미지가 그 사람의 인상으로 굳어지는데, 첫인상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200배의 긍정적인 정보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신의 얼굴표정을 잘 조절하고 상대방의 얼굴표정을 잘 지각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중요한 기술이라 하겠다. 둘째, 대인관계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적절하게 눈빛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눈은 마음의 거울로 단순히 사물을 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눈 맞춤(eye contact)은 눈빛과 쳐다보는 시간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게 되는데 눈 접촉의 양은 친밀함, 눈 접촉의 지속시간은 호감의 지표가 된다. 시선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표명으로, 눈 맞춤을 통해서 상대에 대한 관심, 애정, 사랑 등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셋째,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손, 발, 머리, 몸 등 몸동작(body language)을 사용하는 것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주며, 특정한 단어나 구절을 강조하고, 상대방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신체 접촉은 친밀성과 밀접히 연관되며 일반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 관심, 애정, 격려 등의 의미를 갖는다. 신체 접촉의 대표적 예시인 악수는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신체 접촉 행위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머리를 약간 숙이는 인사법과 함께 많이 사용되는 비언어적 행위 표현이기도 하다. 주로 친구와 친근한 인사로 잘 사용되며, 공사를 막론하고 빠뜨릴 수 없는 예절 동작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신체 접촉으로는 포옹이 있는데, 포옹은 악수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관심이나 우정을 표현하는 비언어적 행위표현의 하나이다. 넷째, 의사소통에서는 말투가 중요하다. 기분 좋은 말투와 품격 있는 말투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 99%의 사람이 말 때문에 문제를 겪기도 하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는 미소라는 말이 있다. 생동감있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띤 얼굴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 목소리는 마음속의 생각과 감정을 이어주는 통로이기에 목소리 톤 조절이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기 어려운 지나치게 큰 목소리. 지나치게 작은 목소리, 말끝이 흐려지는 목소리, 공격적인 목소리, 흥분한 듯한 목소리, 시큰둥한 목소리 등을 지양하고 억양과 속도 등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직장은 위계적 구조이고 각자 성향이 다른 구성원이 모인 곳이기에 완벽한 관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신의 의지로 상대를 바꾸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공감하려는 서로의 노력을 통해 좀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상사, 부하직원, 동료 중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상대를 배려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생활의 만족도는 인생 전체의 행복과 직결되기에 직장 내에서 원만한 의사소통과 건강한 조직문화가 조성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