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0 No.6 2023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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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은 뇌를 파괴시키는 질병이다
예방교육과 조기 치료만이 최고의 대안

글. 오윤선

  •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상담학박사/교육학박사)

마약 신흥국이 된 대한민국! 더 이상 이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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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적발된 마약 사범은 1만 8천여 명으로 통계가 파악된 30년 이래 역대 최고치이다. 마약 범죄 암수율(暗數率, 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 28.57배를 고려할 때 마약 사범은 5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서울시 강남구(53만 3,541명) 인구와 맞먹는 숫자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연간 마약사범이 1만 명을 초과하여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상태이며 현재 골든타임의 끝자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마약 원료를 해외로 밀반입하는 경유지였지만 이제는 마약 신흥국으로 부상하여 소비지역이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마약 거래는 온라인상에서 SNS를 통해 버젓이 광고를 띄운 채 거래를 유도하거나, 텔레그램(72.8%), 디스코드, 위커 등 해외 보안 메신저와 암호 화폐를 이용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거래를 통해서 전국 어디서나 1시간 이내에 마약 구입이 가능해졌고, 일명 던지기 수법(마약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가 사전에 약속한 제3의 장소에 마약을 감춰놓고 직접 찾아가도록 해 서로 만날 필요 없이 비밀리에 거래함)으로 유통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머지않아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Philadelphia, Kensington Ave)의 좀비 거리와 같은 매우 심각한 현상이 발생 될 수도 있다.

뇌를 파괴 시키는 치명적인 신종마약 사용률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한해 관세청에 적발된 신종 마약류의 검거량은 11.6kg였는데, 지난해는 266.8kg으로 4년 만에 22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마약류 1회 투입량이 0.03g인 점을 반영하면 작년에 적발된 양은 한해에만 899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세관의 감시망에 적발되지 않은 신종 마약류까지 감안한다면 현재 국내 유통 중인 마약류 거래량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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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마약류관리법, 제19322호)에 따르면 마약은 크게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로 분류된다.
한국에서 유통되고 알려진 마약 가운데는 양귀비에서 채취해서 유액으로 만든 ‘아편’, 아편을 정제한 다음 가공해서 만든 ‘헤로인’, 아편에서 분리한 추출물인 ‘모르핀’이 있다. 그리고 1893년에 일본에서 시작된 히로뽕(ヒロポン) 즉, ‘필로폰(Philopon)’으로 ‘메스암페타인(methamphetamine)’이 있고, 마약 입문과정이라고 하는 ‘대마초(마리화나)’, 좀비약이라고 불리는 ‘크로코딜(Desomorphine, 데소모르핀)’이 있다. 특히 크로코딜에 중독되면 1년 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또한, 코로 들이마시는 마약으로 ‘코카인(cocaine)’, 필로폰보다 저렴하면서 환각작용이 강한 알약으로 ‘엑스터시(Ecstasy)’가 있다. 이외에도 미국 클럽에서 이용되고 있는 동물 마취제 ‘케타민(Ketamine)’, 술이나 물에 타서 마시는 일명 물뽕이라고 불리는 ‘감마 히드록시부티르산(GHB)’이 있다. 특히 GHB는 기분을 상승시키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여 성범죄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마약은 ‘펜타닐(Fentanyl)’이라고 할 수 있다. 펜타닐은 1959년 벨기에 얀센에서 좋은 의미로 만들어졌으나 잘못 활용되면서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시키는 지옥 티켓이 되고 있다. 펜타닐의 강도는 헤로인의 100배가 되고, 모르핀의 200배가 된다. 문제는 이렇게 위험한 펜타닐을 처방전만 있으면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2mg으로 사망률이 필로폰에 비해 5배 높은 치명적인 약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 펜타닐(주사제 외 패치·정제) 처방 건수는 67% 증가했고, 국과수에 따르면 펜타닐 감정 의뢰 건수는 2016년에는 0건이었지만, 2022년 300건이 의뢰되었다.

마약은 뇌의 보상회로를 파괴하므로 도파민을 점점 고갈하도록 하여 결국은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한다.

마약은 투여하는 순간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매우 강력한 쾌락을 느끼게 함으로 다른 자극으로는 만족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마약의 지속적인 투여는 뇌의 보상회로를 파괴하여 도파민을 고갈시킴으로 점점 투여량과 횟수를 증가하도록 하고 결국은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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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동기와 정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인 ‘변연계’와 조절과 통제력 발휘와 관계되어 있는 뇌 영역인 ‘전두엽’, 기억력을 감당하는 뇌 영역인 ‘측두엽’ 등을 포함하여 뇌 전반적으로 손상을 야기하고, 손상된 뇌는 마약을 끊더라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약은 시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중독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더 많은 뇌 손상을 일으키며 추가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마약사범의 80% 이상은 미래세대인 20~30대 청년이다. 최근 청년계층에서 마약사범이 급등한 이유 중 하나는 ‘마약 가격이 피자보다 싸다’고 말할 정도로 낮아진 가격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은밀히 이루어지는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마약으로부터 유혹과 이로 인한 폐해는 급속도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마약중독은 질병이므로 처벌만이 능수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마약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2023년 4월 18일 국무회의를 통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36.6%, 마약 사범의 재복역률은 45.8%로 국내 범죄자 평균 재복역률(26.6%)의 2배 수준으로 상대적 재범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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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사범의 재복역 비율이 높은 이유는 마약중독이 개인의 의지로 회복하기 힘든 질병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시기에 마약의 심각성을 알고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선포했다. 그리고 닉슨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대통령들 또한 이 정책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이 정책은 결과적으로 마약 이용자를 전혀 줄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폭력범죄자들을 늘려놓고 말았다. 따라서 미국에서 마약중독자를 위한 대안으로 치료센터 운영에 대한 정책을 펼치게 되면서 현재 3천여 개의 마약중독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4천여 곳의 약물법원을 운영하며 마약중독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돕고 있다. 펜실베니아주 한 약물법원에 근무하고 있는 스티븐 오닐 판사는 마약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마약중독자들의 치료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한 차단과 예방은 무용지물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마약사범을 위한 강력한 법적조치는 필요하지만 마약은 질병이기에 처벌만이 능수가 아니고 치료적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마약중독자를 위한 적극적인 치료 및 재활과 미래세대를 위한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 되기 위한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약중독자 치료와 재활을 위한 치료체계와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 확충과 전문 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마약중독 환자를 위한 지정병원은 21곳이 있다. 하지만 실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2곳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마약중독을 치료할 병원과 의사가 없다는 말이다. 가족도 포기하게 되는 마약중독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치료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치료 및 재활프로그램을 위한 체계적인 운영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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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 치료를 위한 방법으로는 약물치료를 통해서 중독을 야기하는 뇌 화학 작용을 블록 하거나 줄이며 금단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가치관의 변화와 동기강화치료 등의 심리적 치료를 통해서 도움을 받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 친구, 동료, 지역사회, 재활 시설 등 다양한 사회적 지원과 치료공동체(Therapeutic Community) 운영 및 단약자모임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치료와 재활을 도울 수 있다. 최근 자발적 모임으로 이루어진 한국재활센터에서 6개월에서 2년 치료과정을 거치면서 50% 중독자가 회복되는 경우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 마약중독의 위험성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갈수록 마약중독자 연령이 낮아지고 있기에 초등학교 교육과정부터 마약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와 주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타인의 요구에 거절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특히 마약의 입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마초부터 철저히 근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독은 자기도 모르게 진행되며, 중독 이후로는 자신의 의지로 근절이 어렵다. 결국 마약중독자가 되면 자기패배감의 늪에 빠지게 되고,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다. 무엇보다 마약중독이 위험한 것은 자기 스스로 회복하기 힘든 가장 무서운 질병이라는 사실이다.